제목 | 백사장 지나 4.8㎞ 움직이는 데 고작 30분? /금강산 관광객, 북한군 총맞아 사망( 조선닷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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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선닷컴 | 등록일 | 2008-07-12 |
출처 | 조선닷컴 | 조회수 | 1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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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지 10년 만에 관광객이 북한측 초병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는 전례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관광객이 '통제 구역'을 벗어난 게 사건 발생의 원인이라는 게 북한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현대아산을 통해 전해진 북측의 사건 경위 설명은 의문투성이다. 또 사건이 발생한 곳이 해수욕장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이고, 희생자가 비무장의 50대 주부 관광객이라는 점에서 북측이 '과잉 대응'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강산 특구 외곽의 출입문이나 교차로 등 관광객이 통제구역을 벗어날 만한 지점이면 어김없이 감시병을 배치해두고 있는 북한이 유독 이곳만 무단으로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나, 북측과 현대아산이 관광객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 정확한 진상을 파악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북측의 주장과 현대아산측의 설명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본다.
11일 오전 4시30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무렵, 금강산에 관광 온 박왕자(53·주부)씨가 관광특구 내 금강산비치호텔 문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호텔 폐쇄회로TV(CCTV)에 잡혔다. 지난 9일 친구 3명과 함께 2박3일 일정으로 금강산 관광을 나선 박씨는 하루 전인 10일 내금강을 관광했고, 이날은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현대아산의 설명에 따르면 박씨는 1㎞ 정도를 걸어 해수욕장에 도착했고, 이어 해수욕장(길이 1.6㎞)을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가로지른 뒤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쳐진 높이 2m 정도의 연두색 철제 펜스와 만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펜스에는 '관광객 통제구역이니 건너가지 말라'는 경고문이 없었고, 펜스 밖을 지키는 북측 군인도 없었다고 현대아산은 밝혔다. 한 관계자는 "펜스가 백사장이 끝나는 곳까지만 설치돼 있는데다, 당시 썰물이어서 박씨가 자연스럽게 통제구역을 넘어갔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를 지난 박씨는 해수욕장 북쪽 기생바위가 있는 지점까지 1.2㎞ 정도를 더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것이 북측의 주장이다. 오전 5시가 조금 지난 시각. 갑자기 박씨 앞쪽의 북측 초소에서 "멈추라"는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찢어질 듯한 총격 소리가 들렸다. 북측 초병들이 쏜 공포탄이었다. 박씨는 그러나 북측 초병의 명령에 불응하고 해수욕장을 향해 거꾸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북측은 주장했다. 이어 달리는 박씨를 향해 총격이 쏟아졌고, 두 발의 총탄이 달리는 뒤쪽에서 등과 엉덩이를 관통하면서 박씨는 백사장에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
박씨가 숨진 채 발견된 곳은 해수욕장에서 200m 정도 떨어진 곳. 1㎞를 뒤돌아 뛰어오다 해수욕장을 코앞에 두고 쓰러졌다는 얘기가 된다. 북측 초병들은 도망가는 박씨를 뒤따라 가면서 조준사격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아산측도 "거리를 감안할 때 초소에서 사격을 한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박씨를 뒤따라가면서 조준 사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측이 밝힌 사건 발생 시각(오전 5시)은 불확실하다. 박씨가 호텔을 나선 시각이 오후 4시30분이고 북측이 주장하는 사건 발생 시각은 오전 5시. 30분 만에 박씨가 3.8㎞를 걸어갔다가 다시 1㎞를 뛰어서 돌아왔다는 것은 아주 빠른 걸음이라 하더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선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시속 8㎞면 정상인이 운동 준비를 한 상태에서 가벼운 조깅을 할 때의 속도"라며 "새벽에 몸도 안 풀린 상태에서 50대 아주머니가 이 속도로 백사장을 통과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오전 9시20분쯤 북측 금강산사업 운영주체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소속 2명의 직원을 현대아산 금강산사업소에 보내 박씨의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 사건 발생 4시간20분 만이었다.
현대아산 현지 직원 5명과 남측에서 관광객을 위해 운영하는 금강산병원 소속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등 7명이 오전 9시40분 앰뷸런스를 타고 현장으로 향했다. 온정리에 있는 현대아산 사무소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까지는 약 25㎞. 이들은 오전 10시쯤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 사진 촬영을 거쳐 시신을 수습하는 데 걸린 시간은 40~50분. 오전 11시20분쯤 현대아산 금강산 사업소로 돌아온 이들은 곧바로 유선전화를 통해 서울 본사로 긴급 소식을 전했다. 박씨의 시신은 이날 오후 1시 남쪽으로 돌아온 뒤 속초병원에 안치됐다가, 이날 오후 늦게 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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