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국 집회는 고함뿐이군요” /“자기 주장 내세울때만 에너제틱” 꼬집어 (동아닷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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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아닷컴 | 등록일 | 2008-07-07 |
출처 | 동아닷컴 | 조회수 | 11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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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사회 2008.7.7(월) 03:00 편집 |
20대 美교포여성 토론 시도하려다 봉변
“자기 주장 내세울때만 에너제틱” 꼬집어
5일 오후 7시 ‘촛불반대’ 집회가 열렸던 서울 청계광장.
“북한 인권에는 눈 감으면서 불법 시위대의 인권을 주장하는 좌파들은 물러가라.”
“폭력경찰과 폭력정부를 옹호하는 당신들은 자식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으냐.”
폴리스 라인을 사이에 두고 촛불반대 집회 참가자와 촛불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야유와 욕설이 오갔다.
서로 멱살을 잡을 만큼 분위기가 격해질 때쯤 한 20대 여성이 촛불시위 참가자들 앞을 가로막았다.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인 이 여성은 A4 용지 30장 분량의 자료를 내보이며 서툰 한국말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앰네스티 위원이 한국에 온 만큼 경찰의 진압도 문제지만 강경 진압을 하게 만든 시위 방식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또 쇠고기 협상은 분명 잘못됐지만 정부의 다른 정책까지 모두 막는 건 유권자의 의사를 무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위 참가자들은 “뭐야, 네가 물대포를 1m 앞에서 맞아봤어?”라며 그의 어깨를 밀치기 시작했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모면한 그의 얼굴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재미교포 2세 에이미 김(25·여)이라고 밝힌 그는 지난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정치학 전공)를 졸업한 뒤 모국 여행을 위해 3월 한국을 찾았다.
그는 “촛불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토론을 하려고 촛불반대 집회에 온 줄 알고 토론을 하려고 했는데…”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두 달간 영어와 우리말로 된 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온 그는 참가자들끼리 진지한 설전이 오가는 미국식 집회를 기대하며 맞불시위에 나왔다고 했다.
촛불집회 자체에 대해선 중립이라고 밝힌 그는 “한국인들이 주말까지 희생하며 거리로 나올 만큼 ‘에너제틱’한 점은 매력이지만 그 에너지가 나오는 건 자기 주장을 내세울 때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잠시 후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전경차로 완전히 막아 버리는 것을 지켜보던 그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시위대가 있고 그 주장이 안 들리도록 막는 경찰이 있을 뿐 각각의 주장을 통하게 하는 사람들이 없어 촛불이 계속되는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그가 자리를 떠난 뒤 거리는 “왜 빨갱이들처럼 거리를 불법점거 하느냐” “생각이 다르면 조용히 지나가라” “보수단체 회원에게 맞았다” 등의 고함으로 뒤덮였다.
그의 말대로 그 어디에도 ‘대화’는 없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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