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일, ´불법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이른바 ´맞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북한의 참상을 알리는 사진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데일리안 유성호 |
|
◇ 4일, ´불법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이른바 ´맞불집회에서´ 한 참석자가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데일리안 유성호 |
“왜 당신은 촛불을 들고 웃고 있나요? 지금 대한민국은 거짓의 촛불에 울고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5일 같은 시각 서울시청 앞 광장 및 대한문 앞 도로와 청계광장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7.5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전면 재협상과 미국산 쇠고기 장관 고시 철회 등을 요구하며 ‘국민이 승리할 때까지 저항할 것’을 재차 결의했다.
촛불집회 주최측은 정부의 폭력진압이 평화적인 집회를 탄압했다며 ‘정당성’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날 역시 ‘이명박 정권은 정통성이 없는 정부’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고 대챗회의 관계자 체포는 공안정국이라는 주장도 울러퍼졌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4개 종단과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4개 정당이 동참, 지난달 10일 이후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맞불집회는 이에 비해 소규모로 진행됐다. 촛불 반대 집회에 나왔다 사진 등이 찍힐 경우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 실제로 맞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시위대의 사진 촬영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실명을 밝히기를 꺼려하며 언론과의 인터뷰도 기피하는 모습이 강했다. “무논리적이고 맹목적인 촛불 앞에 이성적 반박이 어려운데 괜히 마녀사냥을 당하고 싶진 않다”는 불안감과 우려섞인 말도 농담처럼 오갔다.
맞불집회 참가자들 "마녀사냥 이용당한다" 사진촬영 거부
네이버 카페인 ‘구국! 과격불법 촛불집회 반대 시민연대 주최로 청계광장에서 열린 맞불집회는 ’촛불을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들자‘며 촛불집회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자유북한방송과 백두한라회, 북한민주화운동본부, 탈북군인연합회, 북한인권탈북청년회,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의회 등 탈북자 단체들과 해외 북한인권단체인 ‘LINK’(LiNK: Liberty in North Korea) 등이 함께 했으며 경찰 추산 400명(주최측 추산 500명)이 자리를 지켰다.
맞불집회의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촛불집회측의 논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북한인권 탄압’과 이를 개선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북한인권’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대책회의 등 촛불집회 주최 단체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장하면서도 동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이중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자 기획된 것.
특히 북핵 문제 해결과 더불어 김정일 독재 체제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의 개혁개방과 더불어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시킬 적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전의경을 향한 적대적 감정이 강해지면서 폭력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평화집회다운 모습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앞서 이날 오전 장미꽃과 햄버거 등을 사들고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에 입원해있는 전의경들을 위로 방문했다.
촛불시위대의 부상이 심각하다는 보도는 많지만 전의경의 부상에 대해서는 다수의 언론이 침묵하고 있다며 “정당한 공권력을 폭력이라고 선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촛불이 필요한 곳은 북한입니다’ ‘촛불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등의 현수막과 피켓이 곳곳에 내걸렸다. 폭력시위 동영상과 북한인권 탄압,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다룬 영상물이 상영됐다. “신데렐라는 엄마와 유모차를 탔더래요. 엄마가 가는 것엔 어디든 갔더래요. 싸바싸바 알싸바 영화속의 독립투사. 싸바싸바 알싸바 해방구의 유모차” 등 유모차 부대를 비판하는 노래도 불렸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불법 과격 폭력 시위로 인해 국정운영이 마비되고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촛불집회 중단을 요구했다.
단체는 성명을 통해 “(오늘은) 거짓의 촛불이 아니라 어둠의 땅 북한을 위해 각계 시민들과 애국 젊은이들, 외국인들까지 함께 정의의 횃불을 든 밝은 날”이라며 “촛불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신) 이제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 말할 때”라고 주장했다.
|
◇ 4일, ´불법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맞불집회´ 현장 부근에서 촛불집회 참석자가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데일리안 유성호 |
|
◇ 4일, ´불법촛불시위 반대 시민연대(노노데모)´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맞불집회 현장 입구에서 한 시민이 이들을 비난하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데일리안 유성호
|
"제2의 한총련 사태"..."차라리 북한인권에 촛불을 켜라" 맹비난
자유발언대에 오른 시민들도 촛불집회의 불법성과 이중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곽민호(25, 성균관대 경영학부 4학년)씨는 “지난 1996년 한총련의 연세대 점거처럼 서울시내는 촛불집회 주최단체에 점거당했다. 이번 사태는 제2의 한총련 사태”라며 “폴리스라인을 넘어서고 도로를 불법 점령하며 전의경에게 폭력을 가하는 게 민주주의라면 이는 진짜 민주주의 열사들을 모욕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곽씨는 이어 “민주주의를 2백년 넘게 한 프랑스같은 정치 선진국에서는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어가면 시위대 1명당 경찰 4명이 붙어 강경진압을 하고 최루탄과 고무총탄을 사용하지만 어느 언론도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전의경들이 쇠파이프에 맞아 다치고 쇠너트에 눈주위를 맞아 찢어져도 정당한 공권력을 집행을 문제삼고 있다. 평화집회라면서 전경버스 160여대가 파손되고 1100여개의 경찰기물이 손실됐는데 과연 이를 평화적이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 체계를 부정하는 어린아이들과 이들을 데리고 오는 어머니들을 보면 걱정스런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불법을 정의라 가르치는 것은) 패륜아, 예비범죄인들을 양성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또 촛불집회 주최측은 자신들과 반대되는 논리는 귀 기울이지 않고 주장만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폐쇄성을 지적했다.
김석현 씨는 “손학규 씨도 99년 조지워싱턴대에서 공부할 때 맨날 기자들을 불러놓고 모 갈비집을 가서 실컷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고 정세균 씨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로 유명한 식당에서 쇠고기를 즐겨 먹었다. 추미애 씨도 미국에서 콜롬비아대 객원연구원으로 있을 때 미국 쇠고기를 먹었을 것”이라며 “정동영 씨는 아이들을 미국에 유학보내고 있고, 권영길 민노당 의원도 아들을 미국에 유학보내고 있는데 그러면서 미국 쇠고기를 먹지말라고 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민주당 의원들의 모순된 행동을 문제삼았다.
김씨는 이어 "우리는 소수정예”라며 “우리가 저들을 격퇴시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더 많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 안전성을 보이자”고 말하기도 했다.
채억태 씨(53)는 “4800만 국민의 뜻을 저들이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 이미 20년전에 비해 많은 것이 변했고 자유는 넘치고 있음에도 제2의 6.10항쟁를 운운하는 건 시대를 되돌리자는 것”이라며 “잘한 것은 외면하고 1등을 끌어내리는 것만 부각하는 현 시점은 정말 (대한민국 명운의) 갈림길”이라고 주장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탈북자들도 “촛불을 끄고 생업으로 돌아가자”며 “고통받고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탈북 실패 후 6개월간 정치범 수용소에 있었다는 남성 탈북자는 “북한에 대해 낭만적 생각을 가진 저들이 1시간만 평범한 북한 주민들이 사는 지역에 있어보면 기절초풍할 것”이라며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인육을 먹는 게 북한의 현실이다. 그러나 김정일 독재 체제를 옹호하며 촛불을 든 사람들은 이를 외면한다”고 비난했다.
또다른 탈북 여성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북한과 달리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며 “어려운 난국 속에서 고생하는 경찰을 격려하고 썩어들어가는 북한을 위해 힘을 보태달라”고 외쳤다.
일부 시민들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주요 단체들이 친북반미적 성향을 있다며 반정부적 이념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특히 종북주의 행보를 보여온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반미운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들과 함께 참석했다는 서모씨(46세, 서울 홍은동)는 “초등학생인 아이들도 촛불집회 얘기를 많이 해서 관심이 많았는데 촛불 반대라고 해서 와봤다”며 “나도 6.10항쟁때 데모를 해봤지만 지금과 그때는 다르지 않나. 민주적 정통성이 없던 군부독재 정부와 합헌적 절차를 거친 이명박 정부를 동일선상에 놓고 정권 퇴진을 부르짖는 건 정략적 의도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씨는 “촛불집회가 과격화되면서 논리는 사라지고 감정적이고 구호만이 난무하고 있다”며 “자발적 시민의 참여라고 하지만 저 깃발들은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맞불집회에 촛불시민들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서울 파이낸스 빌딩 쪽 인도에는 촛불 시민들이 모여 “매국노” “일본놈이지” 등의 고성과 욕설 등을 쏟아냈다. 일부 시위대는 흥분한 모습으로 “나와서 얘기해 봐라, 겁쟁이들” “한판뜨자”고 소리치기도 했다. “북한이 걱정되면 북한에나 가라” “북한과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양측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경찰은 500여명의 병력과 2대의 전경버스를 투입, 양측을 갈라놓았다.
맞불집회는 물리적 충돌없이 오후 7시 40분경 자진 해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