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경향 '20대 여성 손가락 절단' 오보 공개 사과 (조선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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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선일보 | 등록일 | 2008-07-01 |
출처 | 조선일보 | 조회수 | 1933 |
다음은 조선일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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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경향신문인 경향닷컴이 지난달 26일 새벽 촛불시위 현장에서 ‘20대 여성이 방패에 찍혀 손가락이 잘렸다’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보도한 것에 대해 30일 기사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경향닷컴은 이날 <‘손가락 절단 여성’ 관련 사과…50대 남성 “절단 맞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26일 촛불집회 현장에서 있었던 ‘20대 여성 손가락 절단’ 기사와 관련, 네티즌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향닷컴은 당시 기사를 보도한 경위에 대해 ‘시민들 사이에서도 “손가락이 절단돼 부상을 당한 한 여성이 구급차에 실려갔다”는 제보가 왔다. 제보자의 구체적인 당시 정황 설명과 현장의 인터넷방송의 ‘잘린 손가락을 찾는다’는 긴급보도로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보도의 생명이라고 할 ‘사실 확인’보다, 기자의 ‘판단’을 더 우선시했다는 것을 실토한 셈이다.
조선닷컴은 지난달 28일 ‘시위대 선동하는 무책임한 경향신문…경향, 잘리지도 않은 ‘손가락’ 誤報로 시위 선동해 놓고, 거꾸로 조중동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경향닷컴 이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선닷컴은 이 기사에서 ‘경향이 보도한 경찰의 방패에 찍혀 손가락이 잘린 여성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 여성이 실려갔다는 서울대병원측은 26일 새벽부터 “그런 여성은 온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밝혔다. 그런데도 경향닷컴은 26일 오후까지 잘못된 기사를 바로잡거나 수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향닷컴은 이날 사과기사를 내보내면서 26일 새벽 전경에게 물려 손가락 끝부분 살점이 1㎝ 가량 떨어져 나간 조모(53)씨를 치료한 국립의료원 황정연 응급의학과장 인터뷰 내용도 실었다. 황 과장은 이 인터뷰에서 지난달 26일 조선일보 기자와 한 차례의 대면(對面) 인터뷰와 추가로 이뤄진 3~4차례의 전화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번복했다.
황 과장은 조선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손가락 절단은 뼈 또는 인대가 잘려서 끊어져 나간 경우를 말한다”며 “조씨의 경우 손가락 끝부분 살점 일부만 떨어져나갔기 때문에 ‘수지첨부 손상(手指尖部損傷·fingertip injury)’, 즉 ‘손가락 끝 손상’이라고 부르는 게 정확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취재 기자는 손가락에 인대가 있다는 사실도 황 과장과의 이 인터뷰에서 처음 알았고, ‘수지첨부 손상’이라는 단어도 처음 들었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해 기사에 반영했을 뿐이다. 또 그가 주저함 없이 분명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의 실명(實名)을 밝히고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그러나 황 과장은 이틀 뒤인 30일 경향닷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조선일보 기자에게) 손가락 절단도 포함되며 의학용어가 ‘수지첨부 손상’일 뿐이라고 말했다”며 이틀 전 인터뷰 내용을 번복했다. 황 과장은 또 조선일보 기사와 관련해 “내가 말한 부분과 다르게 사실이 많이 왜곡됐다”며 “손가락이 다친 환자(조씨)의 경우 ‘손가락이 절단’됐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조선일보 취재기자는 30일 황 과장처럼 응급의학 전공이 아닌 ‘손가락 절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정형외과 전문의들에게 조씨 부상을 어떻게 보는지 다시 물었다.
삼성서울병원 박민종 정형외과 교수는 “굳이 정의하자면 손가락 절단은 뼈가 떨어져나가는 것이고, 수지첨부손상은 뼈는 있는데 살점만 떨어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 정형외과 송해룡 교수는 “손가락 끝이 가로·세로 1㎝ 정도 물어뜯긴 것은 대체로 연부(軟部·부드러운 부문)조직 손상인 경우가 많다”며 “절단은 칼과 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뼈가 싹둑 잘려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관련 전공의사들은 조씨의 부상이 ‘손가락 절단’보다는 ‘손가락 끝 손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조선닷컴은 황 과장이 왜 이틀 사이 말을 바꾸었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황 과장이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내가 말한 부분과 다르게, 사실이 많이 왜곡됐다”고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조선닷컴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황 과장과의 인터뷰 내용 전문을 싣는다. 이 인터뷰 전문(全文)은 대면(對面) 인터뷰할 때 기록한 취재수첩과, 전화 인터뷰할 때 노트북에 받아 적은 내용이다.
<기자=조선일보 조백건 기자입니다. 손가락이 잘렸다는 조○○씨 상태를 알아보러 왔다(명함을 건네줌).
황 과장=난 조선일보를 좋아하지 않는다(명함을 주지 않았음).
기자=조씨가 얼마나 다쳤나.
황 과장=왼쪽 가운데 손가락 끝 마디가 가로·세로 1㎝ 정도 떨어져 나갔다.
기자=사람에게 물린 것이 맞나.
황 과장=“경찰에게 깨물려 손가락이 절단됐다”는 환자 진술에 따라 간염, 파상풍 등 각종 질병을 대비한 치료를 계속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사람에게 물렸는지 단언할 수 없는 상태다. 좀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며칠 간 소독을 했는데 환부가 아물지 않고 계속 염증이 생긴다면 사람에게 물렸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의 입 속엔 동물이나 기타 도구들보다 세균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기자=조씨의 경우 손가락이 절단 됐다고 할 수 있는가.
황 과장=뼈나 인대가 떨어져 나간다면 절단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데 조씨의 경우 손가락 끝 마디 조직, 그러니까 살점만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절단 보다는 손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기자=그럼 ‘손가락 절단’이란 말은 잘못된 말인가.
황 과장=그렇다.
기자=그럼 어떤 용어를 써야 하나.
황 과장= ‘손가락 끝 절단’이란 표현보다 ‘손가락 끝 손상’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기자=조씨의 경우 손가락의 뼈나 인대가 끊어지지 않았고, 끝 부분의 살점 일부만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손가락 끝 절단’이란 표현보다 ‘손가락 끝 손상’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건가?
황 과장=그렇다. 정확한 의학 용어는 영어로 ‘fingertip injury’다. 한글 명칭은 성형외과 의사에게 물어봐라.
기자=성형외과 의사는 조씨의 병명이 ‘수지첨부 손상(手指尖部損傷)’이라고 하던데 이것이 선생님이 말하는 ‘손가락 끝 손상’이 맞나.
황 과장=그렇다.
기자=그러니까 조씨의 경우 뼈나 인대가 아닌 살점만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손가락 절단이 아니라 수지첨부 손상(手指尖部損傷), 즉 손가락 끝 손상이란 표현이 정확하다는 말인가
황 과장=그렇다.>
황 과장은 이날 경향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담당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지적하든가, 안 되면 정식 항의 절차라도 밟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과장은 이날 조선일보 취재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적이 없으며, 항의 절차를 밟지도 않았다. 오히려 조선일보 취재기자가 9번이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다가, 10번째에서야 전화를 받았다.
/ 조백건 기자 loog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