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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인민재판' 당한 경찰관 /20여명이 둘러싸고 폭행, 1시간 '취조' (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8-06-28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279

다음은 조선닷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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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재판' 당한 경찰관

'기물파손' 신고받고 출동했다가 억류


"신분과 소속을 밝혀라" "무릎 꿇어"


20여명이 둘러싸고 폭행, 1시간 '취조'
 
이석호 기자 yoyt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27일 새벽, 코리아나호텔 기물을 파손한 한 시위 참가자를 검거하려던 남대문경찰서 오모 경위가 시위대들에게 붙잡힌 뒤 둘러싸여 거칠게 추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오마 이TV가 생중계하던 화면을 캡처한 것.

"왜 순수한 시민을 납치해?" "무릎 꿇어!"

27일 새벽 1시20분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동쪽 편에 한 중년 남자가 의자에 앉은 채 시위대 20여명에 둘러싸여 있었다. 주변에는 시위대 200~300명이 더 있었다. 그의 남방은 풀어헤쳐졌고 속옷 상의는 찢겨져 너덜너덜했다. 가슴과 배의 맨 살이 다 드러나 있었다. 시위대에 포위된 사람은 남대문경찰서 강력1팀 오모(47) 경위. 오 경위는 왜 기세등등한 시위대의 한 복판에서 '인민재판장'의 죄인처럼 수모를 당했을까.

◆현직 경찰을 납치범으로 몰아세운 인민재판 분위기

오 경위는 26일 밤 9시쯤 코리아나호텔로부터 "시위대가 호텔 기물을 파손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태평로 시위 현장에 출동했다. 그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50대 남자 1명이 유독 호텔 공격을 주도하고 있었다"며 "그 사람은 시위대 앞쪽에서 호텔 현관 앞에 있는 대형 화분을 뒤엎고 흙과 쓰레기를 로비로 뿌렸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오 경위는 그 50대 남자를 계속 뒤쫓으며 지켜보았다. 그 남자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사옥을 오가며 현관 유리를 발로 차는 등 계속 난동을 부렸다.

오 경위는 27일 새벽 1시쯤 시청역 1번 출구에서 세워둔 오토바이를 타고 시위 현장을 떠나려는 그를 체포했다. "코리아나호텔 기물파손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며, 그에게 '미란다 원칙'(용의자를 연행할 때 변호사 선임과 묵비권 행사의 권리 등을 밝혀야 하는 원칙)도 고지했다고 오 경위는 밝혔다. 그리고 오 경위가 타고 온 승합차 뒷좌석에 그 남자를 태웠다고 한다.

그 순간 그 남자가 바깥에 있던 시위대를 향해 "잡혔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시위대가 "당신들, 뭐야?" "왜 사람을 납치해?"라고 소리치며 우르르 몰려들었다. 오 경위는 "난 형사다. 납치가 아니라 재물손괴 현행범을 체포하던 중이었다"고 고함을 질렀지만, 시위대는 그의 멱살을 잡고 발길질을 시작했다. 그는 10여분 간 성난 시위대에게 둘러싸여 얼굴과 뒤통수를 맞고 옷을 찢겼다. 그 사이 시위대는 100여명으로 불어났고, 체포했던 50대 남자는 도망가고 없었다.

시위대는 오 경위를 서울광장 한 구석에 설치된 '칼라TV(진보신당이 제공하는 인터넷 방송) 천막 부근으로 끌고 갔다. 그 때부터 '인민재판'이 시작됐다. 시위대 한 명은 도착하자 마자 "무릎 꿇어!"라고 호통을 쳤다. "경찰에게 왜 그러냐"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시위대는 "신분과 소속을 밝혀라"고 요구해, 그는 "남대문경찰서 강력1팀 오○○ 경위"라고 밝혔다. 당시 시위대는 오 경위 등이 타고 온 승합차 트렁크에서 경찰마크가 찍힌 박스와 보호장구를 확인하고 그가 경찰관임을 이미 확인한 상태였다.

"(경찰이라면서) 왜 사복을 입고 시민을 납치했나" "(체포하려던 사람을) 폭행했나"라고 사방에서 취조하듯 질문이 쏟아졌다. 오 경위는 다시 한번 "조선일보사(코리아나 호텔)에서 발생한 재물손괴에 대해 신고 받고 출동해 현행범을 체포하려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주변에 둘러선 시위자들이 "그게 어떻게 체포냐 납치지" "한 마디도 없이 어떤 시민을 데리고 가면 주위 사람들은 납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시위자는 오 경위가 물병을 들고 물을 마시자 "이런 놈한테 물을 왜 줘"라며, 물병을 낚아채기도 했다.

◆민변 변호사, 경찰을 '현행범'으로 규정

27일 새벽 1시45분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이덕우 변호사가 현장에 도착했다. 이 변호사는 시위대와 오 경위 양측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뒤, "시민들이 납치범이라고 해서 (오 경위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이다. 수사기관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 납치인지 현행범 체포를 위한 적법 절차를 거쳤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오 경위와 주변 시위대에게 말했다. 이 변호사는 오 경위를 '현행범을 체포한 형사'가 아니라, '시민을 납치하려다 주변 시민들에게 체포된 현행범'으로 규정했다.

오 경위는 1시간10분 동안 시위대에 억류돼 있다 2시10분쯤 동료들에게로 인계됐다. 이 변호사는 김원준 서장에게 그를 넘겨주며 "현행범으로 (오 경위를) 인도하는 것이니 입건해야 한다.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입력 : 2008.06.28 00:39 / 수정 : 2008.06.28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