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진압 방식이 바뀌었다. 거의 매일 밤 광화문 네거리를 시위대에 내주고 청와대로 이어지는 골목길의 방어에만 주력하던 경찰이 외형적으로나마 광화문 네거리를 시위대로부터 탈환했다. 시청앞 광화문 兩방향은 통제했지만 서대문과 종로 양방향은 차량통행이 가능했다.
6월27일 오후 9시 현재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와 네거리에서 서울시청쪽 100여미터 지점인 코리아나 호텔까지의 車道엔 시위대가 없다. 청계광장과 파이낸스센터빌딩 쪽의 차도엔 경찰버스로 벽을 쌓았고, 반대편 광화문빌딩에서 코리아나호텔 쪽엔 경찰버스와 전투경찰을 도열시켜 시위대의 차도 진입을 막았다. 시위대는 코리아나호텔 정문 앞에서 시청광장 사이의 車道에 약 2000명, 광화문 네거리 주변 인도의 300여명이 전부였다.
어제까지는 시위대가 광화문 네거리를 통째로 접수하고 대형 확성기로 통제가 가능했는데 오늘은 시위대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통제가 어려워 보였다. 또 시위 주동자에 대한 경찰의 검거예고, 불법시위자에게 최루액 및 물감 섞은 '물대포'를 사용하겠다 엄포를 놓은 탓인지 어제까지 보였던 젊은 폭도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위 참석자들도 촛불을 든 사람이 대부분으로 한판 붙겠다고 나온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의회 앞의 지휘트럭에 오른 청년도 낯익은 얼굴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빠진 모습이었다.
어제 밤 시위대 속의 폭도들이 조선일보와 코리아나호텔, 동아일보 사옥을 공격해 재산피해를 끼쳐서인지 오늘은 두 신문사 입구를 버스로 차단해 아예 시위대의 접근을 막았다. 그 앞을 지나는 시위 군중들은 왜 경찰버스로 두 언론사를 지켜주냐며 한 마디씩 욕을 해댔다.
광화문통 골목에는 어제처럼 전경들이 일부 길을 막고 있었지만 통행인들을 완전 차단하지는 않았다. 광화문 일대의 술집과 음식점들도 금요일 오후라서인지 손님이 많아보였다. 야간시위가 일상화돼 가는 것에 시민들도 적응해가는 모습이었다. 전경대원들이 쭈그리고 앉아 쉬는 도로 옆 음식점에서 또래의 젊은이들이 술을 마셨고, 현대해상 앞 경찰버스 두 대 사이의 좁은 통로를 지나가는 시민들도 늘 그런 것처럼 경찰에 항의하지도 않고 좁은 길을 통과했다.
서울시청 광장의 시위대의 불법텐트 철거, 경찰의 강경진압 예고 등으로 경찰은 사기가 올라보였고 시위대가 위축된 모습을 보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