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경제 살리라고 뽑았더니, 가게 문 닫게 만들어" / [사설] 청와대만 지키면 나라는 무법(無法)천 지 돼도 그만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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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선일보 | 등록일 | 2008-06-27 |
출처 | 조선일보 | 조회수 | 1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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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내수동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이모(38·회사원)씨는 토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승용차를 몰고 외출했다가 자칫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저녁 9시쯤 강남에서 약속을 끝내고 시청 부근에 도착했지만 세종로, 신문로, 사직터널, 사직로 등 집으로 통하는 모든 길이 막혀 있었다. 이씨가 인왕산 길을 넘어 겨우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3시간이나 흘러 있었다. 이씨는 "시위대가 없는 길도 막고 있는 경찰은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최소로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오직 청와대 방어만이 관심사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저녁 7시만 되면 서울 세종로와 신문로, 종로, 사직로와 안국로 등 서울 도심 대로에 전경버스 바리케이드가 들어선 지 한 달째. 이들 도로는 서울 시민들의 이동로이자 생활공간이라는 의미를 잃고, '청와대 방어'를 위한 진지(陣地)로 변하고 있다.
도로를 점거한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막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정권유지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5월 31일 밤 이후 세종로 바리케이드 상설화
경찰이 매일 밤 세종로에 전경버스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한 것은 5월 31일~6월 1일의 주말 이후다. 경찰은 그때 경복궁 인근 효자로와 동십자각 부근에 전경버스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대를 막았다가 혼쭐이 났다. 깔때기 입구로 흘러드는 물처럼 밀려드는 시위대에 위협을 느낀 경찰은 물대포를 쏘았고 흥분한 전경은 버스 틈으로 들어오는 여대생을 군홧발로 짓밟는 사건을 일으켰다. 이날 경찰은 여론으로부터는 비판은 비판대로 받고 청와대 진출로는 내줄 뻔한 것이다. 넓은 길목을 내주고 배수진을 쳤다가 자초한 위기였다. 경찰은 그 이후 촛불 집회가 있는 날이면 청와대로 향하는 가장 큰 길목인 세종로를 막기 시작했고, 청와대를 빙 둘러 그곳으로 통하는 동서남북의 모든 도로를 전경버스로 막는 전략을 택했다.
적은 인원으로 청와대를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시위대와의 직접 접촉을 최대한 피하자는 계산이었다. 대신 경찰은 촛불 집회 참가자들의 불법적 도로 점거는 전혀 막지 않았다.
◆경찰, 시민 불편 줄이기보다 청와대 방어에만 급급
하지만 경찰이 전경버스 바리케이드 안으로 물러서면서 그 바깥쪽은 매일 밤 교통지옥으로 바뀌었다. 경찰이 사라진 공간으로 시위대는 거침없이 도로로 밀려들었고, 청와대 진출로를 찾아 헤매 다니는 시위대 때문에 사통팔달의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시위대의 전진기지가 돼버린 세종로 사거리는 수차례 철야농성이 벌어져, 출근시간대까지 교통체증이 벌어졌다.
경찰이 청와대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차벽(車壁)을 설치하면서, 이 블록 안에 사는 수십 만의 시민들이 밤마다 고립되고 있다. 시위가 격렬한 밤 시간이면 동네 바깥으로 나갈 수도 없고 동네 안으로 들어올 수도 없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경찰의 호위 없이는 병원에 가기도 어렵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김모씨는 "경제 살리라고 찍어줬더니 불법 시위대에 밀려 가게문 닫게 만드는 게 이 정부의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벽 바깥은 시위대의 '해방구'이지만, 그 안 주민들은 70년대 '통행금지 시대'로 돌아간 셈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적은 인원으로 다수의 시위대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시위가 철야로 진행되면서, 전·의경들이 지치고 있어 시위대와 직접적으로 맞닥뜨릴 경우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경찰의 저지선 뒤인 청와대 쪽으로 시위대가 진입할 경우, 경찰이 아닌 군(軍)이 나서는 작전 지역이라는 점도 경찰이 지금의 방식을 고집하도록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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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문닫고 교통마비 시민들 생업피해 극심
"눈치만 보고 말로만… 이명박정권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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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동아일보 사옥에도 테러
시위대는 비슷한 시각 세종로 동아일보 사옥에도 조선일보와 똑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같은 집단이 사전에 준비해와서 저질렀던 것이다.
새벽 4시쯤 100여명의 시위대는 동아일보 사옥 앞으로 몰려들어 먹다 남은 라면 찌꺼기 등이 담긴 쓰레기봉지를 현관 유리문에 던지거나 앞쪽에 쌓았다.
시위대 중 일부는 각목을 휘둘러 회전문 유리창 하나를 완전히 박살냈다. 회전문 위쪽에 붙어 있는 '동아일보' 로고도 떼어냈다. 동아일보 사옥 종로 방면에 붙어 있는 신문 게시판 유리 3장도 시위대가 박살냈다.
시위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사옥 앞에 게양돼 있던 태극기와 동아일보사 사기(社旗)를 끌어내린 뒤, 쓰레기봉투를 매달아 올렸다. 이를 지켜보던 시위대는 환호성을 질렀다. 시위대는 또 동아일보 사옥 주차장 쪽에 집중적으로 오줌을 눠, 아침 출근 시간대까지 지린내가 진동했다.
시위대가 조선일보 사옥과 동아일보 사옥에 몰려들어 테러를 자행하고 있을 시각,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앞은 청사가 포함된 전체 도로 구간에 경찰버스 20여대를 5㎝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촘촘하게 주차시켜 요새처럼 경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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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 지켜주지 못해"
쇠고기 파문과 촛불시위로 촉발된 최근 정국에서 정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재계가 '쓴소리'를 쏟아내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이수영<사 진> 회장은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촛불시위로 사회가 진통을 겪으며 어려운 상황이고 경제사정도 나빠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가 강하게 끌고 가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이 회장은 정부 역할과 관련, "현 정부는 출범하면서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말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지금 보면 법과 원칙의 적용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게 경영계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경제5단체 중 하나인 경총 회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정부를 향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회장은 "국제 유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다, '100만 백수가장'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실업자들이 양산되고 있다"며 "현재 경제는 희망이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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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 뿌리고 호텔 직원 끌고나와 뭇매
몇몇 시위대는 호텔측이 내놓은 대형 화분에 담겨 있던 흙을 호텔 문 앞에 부었다. 이후 10여명이 달려들어 쓰레기와 흙을 호텔 로비 안쪽으로 던져 넣었다. 이 때문에 호텔 로비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 찼다. 또 호텔 유리문에는 시위대가 스프레이와 검은색 매직으로 "조선은 죽어라" "더러운 신문" 등과 같은 글을 휘갈겨 썼다. 이 과정에서 호텔 도어맨 전모(47)씨 등 직원 3명은 시위대에 끌려나가 발과 주먹으로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당시 호텔 앞에는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막기 위해 경찰관 60여명이 출동해 있었으나, 시위대의 난동을 막기는커녕 인도에서 호텔 로비 안쪽으로 대피했고, 호텔 현관문을 봉쇄했다.
일부 외국인 투숙객들의 경우 호텔 1층 정문에 흩어져 있는 쓰레기와 시위대의 격렬한 행동을 목격하고 당장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리아나 호텔 관계자는 "오후 7시부터 투숙객들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어 손님한테 안심을 시키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법 있는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도 시위대 200여명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일부는 동아일보 사옥을 향해 돌을 던져 대형 유리창 1장을 깨뜨렸다.
또 신문로 쪽에서는 시위대가 전경버스 차벽을 뚫기 위해 버스 바퀴에 밧줄을 걸어 끌어내려고 시도했다. 이에 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세종로 사거리에 모인 시위대는 이순신동상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경찰버스 타넘기를 시도했다. 시위대가 전경버스와 버스 위의 전경들을 향해 계란을 던지고, 물에 탄 까나리액젓, 식초 등을 물총에 넣어 전경들에게 뿌렸다.
이날 밤 11시25분쯤 신문로 옆길에서 시위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사진부 변모(37) 기자가 시위대 200여명에게 둘러싸여 끌려다니면서 카메라를 뺏기고 폭행을 당해 실신한 뒤 구급차에 실려가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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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만 지키면 나라는 무법(無法)천
지 돼도 그만인가
1중대는 오전 6시30분쯤 시위대가 해산한 뒤 동대문 부대로 복귀했다. 7시30분쯤 내무반에서 눈을 붙였다가 낮 12시 다시 광화문에 나와 배치됐다. 이런 생활을 한 달째 해왔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법(無法) 아수라장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다. 흥분해 얼굴이 벌개진 시위대가 로프를 경찰버스 바퀴에 걸고 끌어낸다. 경찰에 돌멩이, 물병을 던지는 건 예삿일이다. 그 돌멩이에 경찰뿐 아니라 업소 유리창도 깨졌고 주차 차량도 박살났다. 남의 건물에 무단으로 들어가 소화전 호스로 경찰에 물을 뿌리는 사람도 있다.
광화문에 직장을 둔 은행원은 귀갓길이 막힌 게 짜증나서 길가의 차량통제막대를 발로 걷어찼다가 시위대에 "프락치 아니냐"고 추궁당한 끝에 신분증을 보여주고 풀려났다. "경찰이었으면 아주 죽여버리려 했어"라는 말까지 들었다. 전경버스가 탈취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전화로 기사를 보내던 조선일보 기자도 시위대에 억류돼 발길질·주먹질에 차이다 1시간 만에 빠져나왔다. 기자는 얼굴이 부어오르도록 맞았다.
시위대는 조선일보 일부 부서가 들어 있는 코리아나호텔 건물에 몰려왔다. 비닐 우의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마스크를 쓴 사람이 사다리를 놓고 방범 CCTV를 다른 쪽으로 돌린 뒤 천으로 덮었다. 그러고는 망치를 휘둘러 조선일보사 현판글씨를 떼어냈다. 여러 사람이 우의와 마스크로 얼굴과 옷차림을 감췄으니 조직적으로 맘 먹고 왔다는 얘기다. 이들은 제지하는 경비원에게 주먹세례를 줬다. 시위대는 먹다 남은 컵라면 국물을 뿌려댔다. 소변을 갈기기도 했다. 벽엔 매직펜으로 '다음엔 ×싼다'는 낙서들을 휘갈겼다.
동아일보도 유리창이 박살나고 현판글씨가 떨어져나갔다. 국기 게양대엔 쓰레기봉투가 달렸다. 시위대가 물러난 뒤 두 신문사 건물 앞엔 한 트럭분씩 되는 오물 쓰레기가 쌓였다. 시위대는 서울시의회 입구에선 조선일보 신문수송 차량의 운송을 방해했다.
이건 도저히 나라라고 할 수 없는 꼴이다. 대통령은 불과 하루 전 "국가 정체성에 도전하는 시위나 불법·폭력 시위는 엄격히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5일 저녁 7시 500명밖에 안 되는 시위대가 태평로 대로(大路)를 차지할 때부터 경찰은 막는 흉내도 내보지 않았다. 청와대로 가는 길만 지켰을 뿐이다. 그때부터 26일 아침 6시까지 11시간 동안 광화문 일대는 난동배들이 날뛰는 무법 해방구가 돼버렸다.
무정부(無政府) 상태가 다른 게 아니다. 폭도가 날뛰고, 경찰은 두드려 맞고, 기자가 집단폭행을 당하고, 신문사는 테러당하고, 선량한 시민은 겁이 나 나다닐 수 없다. 그게 정부가 없는 것이지 무엇이겠는가. 경찰버스를 골목마다 줄지어 세워 청와대만 온전하게 지킨다고 정부 할 일 다한 것인가. 수천 명의 시위대도 통제 못해 서울 한복판을 무법천지로 방치하고 국민 재산을 못 지켜주는 정부라면 정부 자격이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