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설] 나라는 언제쯤 정상(正常)을 되찾나 (조선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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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선일보 | 등록일 | 2008-06-23 |
출처 | 조선일보 | 조회수 | 1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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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라는 언제쯤 정상(正常)을 되찾나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1일 1만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촛불집회를 계속했다. 전경 버스가 파손되고 경찰은 소화기를 뿌리는 등 시위 양상은 다시 격렬해졌다. 시위대가 전경버스 1대를 밧줄로 묶어 대열에서 끌어내는 바람에 버스 안에 있던 전경들이 30여 분간 고립되는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고, 신원이 불확실한 사람이 전경 버스에 불을 지르려다 시민들에게 붙잡히기도 했다. 집회에서 발언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촛불집회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민주당은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를 "국민 우롱극"이라며 수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촛불시위만 바라보고 있어 촛불집회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민주당의 국회 등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촛불집회가 어제로 52일째가 됐다. 촛불집회는 인터넷을 매개로 한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말을 들었고, 많은 일을 이루어 냈다. 아직까지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룬 것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촛불집회는 한미 양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국가 간 공식 협정을 사후에 바꾸도록 했다. 미국에서 미국 쇠고기 먹고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자신들이 매년 700만 마리 가까이 먹는 30개월 넘은 쇠고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인정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미국이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촛불시위의 위력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촛불시위는 대통령이 두 번이나 국민 앞에 고개를 숙여 사과하게 만들었고, 청와대 참모진을 출범 117일 만에 무너지게 만드는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이제 곧 내각도 개편된다. 그 사이 대통령은 대운하를 포기했고, "수도·가스·전기·건강보험의 민영화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밝혔다.
촛불시위가 이렇게 많은 것을 얻는 사이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기도 했다. 거리에서 법치(法治)가 무너진 것은 나라와 국민의 장래에 긴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우리가 매년 100억 달러 가까이 흑자를 보는 대미(對美) 무역과 한미 FTA에도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갈라져 반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선 촛불시위를 둘러싸고 서로에 대한 비난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보수·진보 단체들 간의 충돌 위험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국가의 정상화(正常化)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촛불시위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이 58%, "계속해야 한다"가 38%로 나타난 것은 이런 바람이 국민들 사이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야당도 눈앞의 촛불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런 국민의 걱정을 잘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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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무기한(無期限) 금지된다. 미국은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한다는 것을 정부 차원에서 보증하는 방안으로 농무부 품질시스템평가(QSA)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QSA 프로그램은 미국 육류업체들이 자발적으로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한국에 수출하는 생산프로그램을 마련하면, 미국 정부가 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점검하고 인증하는 제도다. 미국의 수출검역증에 '한국 QSA에 따라 생산된 쇠고기'라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물량은 모두 돌려보내게 된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 13~19일 쇠고기 추가협상을 통해 합의한 내용이다. 두 나라 정부는 또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대해서도 머리뼈·뇌·눈·척수 등 4개 부위를 수출입 금지품목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원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기준에 따라 소장(小腸) 끝부분과 편도 2개 부위만 수입금지 품목이었다. 쇠고기 수출 기준을 제대로 지키는지 의심되는 미국 내 작업장을 우리 정부가 지정해 점검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작업장에 대해 우리가 수출 중단을 요청하면 미국은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사실상 무기한 수입금지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증을 받아내고, 수입금지 부위를 늘리고, 우리 정부의 검역 권한이 강화된 것은 상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자체 평가에 국민이 얼마나 동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등뼈가 들어간 티본스테이크나 곱창·막창·대창 등 내장 부위가 수입 금지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번 쇠고기 추가협상에 따른 새 수입위생조건 고시(告示)를 서두르지 않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국민이 불안해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형성됐을 때 검역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고시 게재 절차도 국민이 진정될 때까지 유보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를 두고 재협상이나 또 다른 추가협상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 4월 18일 쇠고기협상 타결 이후 이미 두 차례나 추가협상을 했다. 그것만으로도 국제 통상협상에서 한국의 대외 신인도(信認度)가 크게 떨어지게 됐다. 그래서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분야에 대한 추가협상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우리가 이를 거절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다면 국익(國益)에 심각한 손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이 가장 불안해하는 문제는 자신이 사먹는 쇠고기가 한우인지 미국산인지, 호주산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쇠고기를 원하지 않는데 학교나 회사 식당에서 자기도 모르게 미국 쇠고기를 먹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선 국민에게 미국과의 추가협상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설명하고 국익을 강조하며 이해를 구해도 먹혀들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이런 국민의 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원산지 표시를 속이는 정육점이나 식당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도록 하고, 쇠고기 수입업계가 정부에 제안한 '유통이력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어느 수입업체가 미국의 어느 수출업체로부터 들여온 쇠고기를 국내 어느 정육점·식당에 팔았는지를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쇠고기 고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보완조치를 충분히 내놓은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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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텐트' 보름 이상 서울광장 무단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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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는 21일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가 혀, 사골, 꼬리뼈, 회수육(AMR)과 같은 위험부위에 대한 수입금지를 받아내지 못했다"며 "기만적인 협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책회의의 이 같은 주장은 국제 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정부측은 설명했다.
대책회의가 위험부위로 본 부위 중 사골과 꼬리뼈에서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리온이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국제수역사무국(OIE)뿐만 아니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규정이 상대적으로 강한 유럽연합(EU)도 SRM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 단지 한국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식(食)습관만을 근거로 수입을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책회의가 혀를 수입금지하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혀의 안쪽 끝에 SRM인 편도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EU는 혀를 SRM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고, 일본도 수입위생조건에서 혀와 볼살은 SRM이 아닌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도축과정에서 SRM인 편도는 혀와 분리해 전량 폐기하고, 혀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식용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또 뼈에 붙어 있는 남은 살들을 기계로 수거한 선진회수육(AMR)도 위험하다며 수입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대책회의는 뼈에서 고기를 뜯어내는 과정에서 위험부위인 신경조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 홈페이지에 따르면 AMR은 미국 내에서 '유아식(baby food)'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허용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