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문열 "위대하나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 (조선닷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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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조선닷컴 | 등록일 | 2008-06-12 |
출처 | 조선닷컴 | 조회수 | 10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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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위대하나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
“위대한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다. 그러나 본질은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이다.”
소설가 이문열(李文烈·60)씨가 미국산 쇠고기 사태로 인해 촉발된 대규모 촛불집회를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표현을 써서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씨는 11일 역사소설 ‘초한지’(전 10권·민음사)의 완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씨는 “촛불집회에 대해 결코 부정적이거나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게 민의(民意)라고 한다면 그것도 거부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민의라고 인정하는 것도 훌륭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자신의 입장이 촛불집회에 대한 적극적 찬성이나 지지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씨는 ‘침묵하는 다수’의 뜻이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났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기들의 생각이 저쪽으로 대변되는 것을 용인했다는 점에서 ‘다수’가 맞다”는 말로 현 상황을 인정했다. 이씨는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정권의 실수와 성급함이 더 컸기 때문에 (상황이) 고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촛불집회에 대해 ‘위대한’이란 긍정적 표현과 ‘끔찍한’이란 부정적 표현을 같이 쓴 것에 대해 그는, “되기 어려운 일을 되게 한 점에서는 위대하고, 또 정말 중요한 다른 문제에서도 이런 게 통하게 된다면 끔찍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국가의 존망이 걸린 문제들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결정되면 곤란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씨는 지난 5월 입국 당시 가진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와 가진 대담에서도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도 비판 받을 점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런 방식으로 비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로 촛불집회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씨는 역사소설 ‘초한지’의 두 주인공인 유방과 항우의 리더십을 현 시국과 관련해 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유방이 군량미 확보를 위해 노력하다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사실을 예로 들며 “백성에게는 먹는 게 하늘이고 제왕에게는 백성이 하늘이니 제왕에게 먹는 것은 하늘의 하늘”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통치자에게는 먹는 것이 ‘하늘의 하늘’이라는 것은 이번 쇠고기 사태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의 광우병 사태는 먹는 것의 문제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먹는 것이 빌미가 된 것이고, 여기에 감정적인 측면이 곁들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12월 “이 땅의 현실과 거리를 두겠다”며 한국을 떠났던 이씨는 미국 체류 중에도 “내가 깃발을 내리면 문단이 저쪽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나라도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2007년 1월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과의 대담), “왼쪽으로 넘어지면 괜찮고 오른쪽으로 넘어지면 문제가 되는 세상”(2006년 12월 장편 ‘호모 엑세쿠탄스’ 발표 기자 간담회) 등의 발언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보수파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9일 입국한 이씨는 향후 일정에 대해 “완전히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거의 모든 짐을 다 싸서 왔다”며 “7월에 다시 나갔다가 10월 정도에 미국에서 완전히 철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그러나 “다시 외국으로 나갈 생각도 전혀 없지 않다”며 “그렇게 된다면 몇 년 정도 한국을 비워도 될 정도로 준비를 하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