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촛불로 자기집 태우지 말고 법질서 지켜라” / 보수성향 단체들도 대규모 집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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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아일보 | 등록일 | 2008-06-11 |
출처 | 동아일보 | 조회수 | 1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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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성향 단체들도 대규모 집회
서울광장 5000여명-대학로 1만여명 집결
200여명 자정 넘어까지 구국 기도회 이어가
보수-진보 한때 몸싸움도… 큰 충돌은 없어
보수진영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이를 주도하는 단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국민행동본부, 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는 10일 오후 3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회원 5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법질서 수호·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한미 FTA 찬성’ ‘한미동맹 강화’ ‘불법 촛불시위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행사장 주변에 걸고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촛불집회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대부분은 오후 9시 이후 해산했지만 200여 명은 자리를 지키며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철야 구국기도회를 이어갔다.
○ 촛불집회 순수성 잃었다고 비판
보수단체들은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애국가와 군가를 대형 스피커로 들려주면서 서울광장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소형 태극기를 나눠줬다.
대회를 시작한 뒤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필요성과 최근 촛불집회의 폭력성을 강조하며 진보진영을 비판했다. 또 공권력을 동원해 법과 질서를 지키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행사 중 ‘거짓 촛불을 꺼라’ ‘좌익세력을 몰아내자’ ‘민주당은 국회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이상훈 전 재향군인회장은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며 좌파정권을 몰아냈을 땐 우리가 거리로 나올 일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라가 너무 어수선해 이렇게 나왔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처음 시작했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이세진 씨는 “이제 촛불은 독재와 굶주림에 핍박받고 있는 북한 동포를 위해 밝혀야 한다. 촛불은 자기 집을 태우는 데 쓸 것이 아니라 어둠을 밝히는 데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회를 주최한 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 중에서도 가장 값싼 부위로 만든 소시지를 가져와 행사장 근처에서 직접 구워 시식했다.
변철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은 “소시지는 쇠고기 부위 중 가장 안 좋은 부위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질이 낮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소시지를 우리가 직접 먹어 일부 시민이 가진 오해를 풀고자 마련한 이벤트”라고 말했다.
○ 행사 중 언쟁하며 몸싸움 벌여
국민대회가 열리는 도중 대회 참가자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는 시민단체 관계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낮 12시 반경 무대를 설치하자 이를 지켜보던 촛불집회 지지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측은 언쟁을 하며 몸싸움을 벌였지만 경찰의 제지로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회 시작 30분 전에는 행사장 밖 10m 정도에서 촛불집회 지지자 30여 명이 ‘이명박 탄핵’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다 보수단체 회원과 다시 몸싸움을 벌였다.
촛불집회 지지자들은 성조기를 흔드는 시민에게 ‘성조기를 내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에 보수단체 회원들은 ‘북한으로 가라’ ‘불법집회 그만해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양 진영의 충돌을 막았고 몸싸움을 벌이는 시민에게는 “연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새물결국민운동중앙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대한상이군경회 등 30여 개 보수단체의 연합인 ‘대한민국 서포터즈’도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가진 뒤 오후 8시 45분에 자진 해산했다.
‘힘내라! 코리아! 다시뛰자!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 집회는 연예인 및 연주자의 노래, 악기 공연과 자유발언의 순으로 진행됐다.
한재욱 대한민국 서포터즈 홍보위원장은 “최근 촛불집회가 정권퇴진 운동으로 변질되고 있고 비과학적 근거로 국민감정을 자극한다는 우려 때문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 국면 전환 위한 맞불집회 계속할 듯
보수단체들은 불법시위에 반대하며 한미 FTA의 비준 승인을 촉구하는 투쟁에 주력할 방침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한 달을 넘기면서 식상해하는 여론이 일어나는 등 국면 전환의 동력이 확보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단체는 불법 촛불집회가 이어져 사회 혼란이 계속되면 10일과 같은 대규모 집회를 더 열기로 했다. 맞불 공세인 셈이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오늘 예상 인원의 2배가 넘는 10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촛불 반대’ 여론이 적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 대한민국 서포터즈는 웹사이트와 블로그를 통해 과격 촛불시위에 대한 반대 의견을 지속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또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사진과 동영상을 정밀 분석해 폭력행사 등 불법요소가 발견되면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서포터즈 한재욱 홍보위원장은 “MBC가 광우병의 위험성을 확대 보도해 국민을 선동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통신위원회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영상 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시민단체 과잉 정치화”
뉴라이트재단 오늘 긴급 토론회▼
“이명박 대통령은 이념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데 보다 적극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
뉴라이트재단이 1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긴급 시국토론회를 갖는다.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은 미리 배부한 발제문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을 확립하라’에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리더십이 단순한 경영적 행정적 리더십이 아니라 정치적 리더십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리더십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안 이사장은 또 “이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은 국무위원 조각, 청와대 비서진 구성 및 국회의원 후보 공천이라는 정권 초기의 핵심적 인사 과정에서 전문성 대표성이 결여된 인사들을 등용함으로써 결정적 상처를 입었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대통령은 정치가이지 단순한 경영자나 행정가가 아니다”며 정치적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정치적 파트너십 형성을 통한 여당의 단결, 보수진영과의 밀접한 관계 형성, 야당과의 국정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발제문 ‘선진화 시대의 시민운동 방향’에서 “좌파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1980년대 패러다임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시대가 달라졌으므로 시민운동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시민운동은 여전히 민주화를 주요 화두로 삼고 있으며 자본주의로 번영을 이룬 나라에서 기업과 시장에 관한 안티테제적 담론에 사로잡혀 있다”며 “권력 감시의 역할을 넘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과잉 정치화’됐고, 참여연대 같은 좌파 진보 성향의 일부 시민단체가 전체 시민단체를 대표하는 듯한 ‘과대 대표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사회평론가이자 소설가인 복거일 씨는 현 정권이 위기를 맞은 본질적 요인을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으로 설명했다. 복 씨는 “만일 이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사람들이 자유주의를 충실히 따랐다면 현 정권은 갑작스러운 위기를 맞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을 향해 “이념적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말했다.
복 씨는 또 이 대통령은 실용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실용이라는 개념은 근본적인 가치나 이념이 될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이 올바른 자유주의 이념을 하루빨리 갖춰 이를 통해 왜곡된 교과서를 바로잡고, 대중 매체의 편파적 정보 전달을 시정해야 하며 법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