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 기자 libai@chosun.com 입력 : 2008.06.11 00:13 / 수정 : 2008.06.11 06:12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 단체 회원들은 10일 오후 3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법 질서 수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6·10 민주항쟁 기념일에 맞춘 진보 진영의 대규모 촛불시위에 맞불작전을 편 것이다.
한때 7000여명에 달해 서울광장을 가득 메웠던 보수 단체 회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광장을 촛불시위대에 내줬다. 오후 8시쯤 되자 광장 대부분은 촛불로 뒤덮였고, 보수 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한쪽 구석에 1000명 정도만이 남았다.
촛불시위대는 촛불을, 보수 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를 든 모습으로 구별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단체 회원들은 "촛불을 끄라"고 하고, 시위대들은 "(촛불시위에) 동참하라"고 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보수 단체 집회 주최측은 8시30분쯤 "촛불시위 참가자들과 충돌 우려가 있다"며 자진 해산을 권유했지만 일부(200여명)는 11일 새벽까지 자리를 지켰다.
보수 단체 회원들은 이날 '국민이 들고 있는 촛불은 국민이 꺼야 합니다' '촛불 집회 반대! 폭력 촛불 집회는 시민사회의 역행' '촛불이 제 집을 태우고 있다' 등의 글귀가 쓰인 플래카드나 피켓을 들고 나왔다. 보수 단체 집회에는 국민행동본부와 뉴라이트전국연합,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 단체와 두레교회, 에스더기도원 등 종교 단체 회원들이 참가했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촛불 집회가 순수성을 잃었다. 침묵하고 있던 다수가 나서서 법 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집회 10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경찰이 보수단체회원들(사진 아래쪽)과 촛불시위 참석자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갈라놓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하와이에서 왔다는 재미교포 정성현(여·56)씨는 "미국에서 24년 동안 살면서 LA 갈비를 먹었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다"며 "촛불시위가 어린 학생들에게 반미 감정만 부추기는 것 같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영진(69)씨는 "만년 야당 지지자였지만 취임 100일밖에 안된 이명박 대통령을 그만두라고 하면 누가 경제를 살리느냐"고 했다. 집회에는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세진씨도 연단에 올랐다. 이씨는 "촛불은 자기 집을 태우는 데 쓰여서는 안 되고, 어둠을 밝히는 데 쓰여야 한다"고 했고, 참가자들은 "이세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네이버 카페 '구국 불법 폭력시위 반대 시민연대' 회원 조모(37)씨는 "카페 문을 연 지 6일만에 회원 수가 1만2000여명에 이르렀다"며 "정당한 집회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불법 폭력시위는 묵과할 수 없어 회원 100여명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광장에 모인 보수단체회원들이 '법질서 수호, FTA비준 촉구' 대회를 열고있다. /정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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