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 스님은 특히 “군중심리는 한번 뭉치면 합리적인 설득이 잘 되지 않으니 빨리 차단해야 한다”면서 “그 방식은 진흙땅에 풀을 덮듯이 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님은 또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아직은 반대 의견이 많으니 보류하는 게 어떠냐”고 건의했다.
진각종 총무원장인 회정 정사도 “재협상을 주장하는 측의 목적이 다른 데 있는것 같다”면서 “어쨌든 재협상 문제를 먼저 제기하는 게 어떠냐”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차단하는 ‘자율규제 협약’을 거론하며 재협상 주장을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통상국가인데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면서 “후유증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재협상을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민간의 자율규제 결의는) 사실상 재협상과 다름없다”면서 “미국쪽에서도 우리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대문에 문제를 푸는 데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야당 내부에서도 지금 (재협상 문제에 대한 의견이) 반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다”면서 “문제의 핵심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대운하 논란에 언급, 이 대통령은 “국내 문제라면 얼마든지 결단할 수 있다”면서 “대운하 문제는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대국민 설명 부족..촛불집회 변질 우려” =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설명에 불교계 원로들은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정부의 역할이 부족했다는 점을 거듭 비판했다.
한 원로는 “설명을 들으니 납득이 간다”고 고개를 끄덕인 뒤 “그런데 왜 그런 설명을 국민에게 충분히 하지 않느냐”면서 “홍보가 부족한 것 같으니 국민에게 적극 알리라”면서 ‘정면돌파’를 당부했다.
다른 원로는 “옛말에 소나기는 피하라는 말이 있다. 해를 비춰서 국민의 외투를 벗기는 그런 정책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고 조언했으며, 또다른 원로는 “지금 상황은 소나기가 아니라 장마같은 느낌”이라면서 “설명을 듣고 보니 우리 국민이 국제규범이나 사회규약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으니 적극 홍보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스님은 “촛불시위가 처음에는 쇠고기로 시작했는데 다른 세력이 자꾸 가세하면서 상황이 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참으로 불신의 시대” = ‘쇠고기 파동’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이 대통령과 불교계 원로들은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를 ‘인터넷 괴담’으로 옮겨갔다.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은 “시중에 수도를 민영화한다는 루머가 나돌고 있으니 참으로 불신의 시대”라고 말을 꺼내자 이 대통령은 “그것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이에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 스님은 “요새는 세살만 돼도 인터넷을 할 줄 아니까 정부가 여론을 이끌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밖에 최근 중국 국빈방문에 소개하며 “쓰촨(四川)성 강진 피해현장에 가보니 중국 국민들이 ‘중국은 하나’라며 서로 격려하면서 합심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다”고 전했고, 운산 스님은 “기회로 승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잡곡밥, 송이국과 채소 반찬을 곁들인 오찬을 겸해 열린 이날 간담회는 2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불자회장인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박재완 정무수석, 이동관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현승종 전 국무총리,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면서 “앞으로도 종교계, 학계, 정계 원로들을 두루 만나 민심수습을 위한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