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쇠고기 자율규제, 방식·기간 절충 ‘험로’ (동아닷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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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아닷컴 | 등록일 | 2008-06-04 |
출처 | 동아닷컴 | 조회수 | 15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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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6.4(수) 17:14 편집 |
쇠고기 자율규제, 방식·기간 절충 ‘험로’
한미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미국측의 부정적 반응이 잇따르면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는 방안으로 '수출자율규제'가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미국측이 자율규제를 받아들인다해도, 어느 정도 수준의 구속력으로 언제까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통제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갈등과 진통이 예상된다.
◇ "30개월이상만 막을 수 있다면.."
정부로서는 지난 4월 18일 타결된 협상 문구를 수정해 월령 제한을 추가하기 위한 재협상이 최선이지만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때문에 미국 육류수출업계가 30개월이상 쇠고기의 한국 수출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막겠다는 근본 목적을 달성하는게 최우선 과제기 때문이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이 4일 "국민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만큼 이것을 못들어오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며 "재협상이든 수출자율규제든 형식은 중요하지않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방식은 ▲ 1단계로 미국내 수출업체들이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출 금지를 자율 결의하고 ▲ 2단계로 국내 수입업자들도 30개월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하며 ▲ 3단계로 수입.수출업계의 합의를 협정 등을 통해 명문화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도 업계와 합의, '30개월미만' 월령 표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한다.
◇ 한국 수출 21개 업체 중 5개만 자율규제 선언
지난 2일 타이슨.카길.스위프트.내셔널.스미스필드 등 미국의 메이저 육류 업체들은 "30개월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해 구입 여부를 한국인 소비자들이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우리측 요청에 대한 첫번째 긍정적 반응으로 보고 있지만, 따져 보면 우리의 기대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30여개 작업장을 보유한 미국 육류업체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5개 회사를 포함해 모두 21개에 이른다. 비록 수출에서 5대 메이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나머지 업체들이 모두 결의에 동참하지 않는 한 '30개월 이상 수출 중단'효과는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 한국에서 수입 검역이 재개되면 미국내 20여개 작업장이 추가로 수출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수출업체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美업계는 '수출금지'아닌 '월령표시'만
형식도 문제다. 앞서 5개 업체가 밝힌 조치는 분명히 '30개월이상 수출 금지'가아니라 '30개월이상 월령 표시'다. 이는 '한국이 불안해하니 30개월이상인지 알아볼수 있게 표시를 해주되, 한국 수입업자들이 이를 보고 알아서 골라 사 가라'는 뜻이다.
나머지 업체들이 모두 동참한다해도, 이처럼 '월령 표시'만 결의한다면 한국 수입업체의 선택에 따라 30개월이상 쇠고기를 언제든 수입할 수 있다. 수입-수출 업체가 짝을 이뤄 모두 동참하지 않는 한, 실질적으로 규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수입업체들은 미국측 자율 결의에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입업체 모임인 한국수입육협의회(가칭)는 70여 업체에 공문을 보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결의문 채택에 앞서 동의 여부를 묻고 있다.
만약 미국의 모든 대(對)한국 수출업체가 '30개월 미만'임을 밝히는 라벨링(표시)에 동의하고, 또 한국내 모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가 '30개월 미만'만을 골라 수입할 것을 약속할 경우 정부가 기대하는 2단계 자율규제까지 완성되는 셈이다.
그러나 두 나라에 걸쳐 100개가 넘는 민간업체들, 그것도 수출 및 수입 참여 업체 수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방식으로 결의 실행을 보장할지, 자율 규제를위반했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할지 등을 정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국제무역기구(WTO)가 수출자율규제(VER;voluntary export restraint)를 자유무역 취지에 반한다며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부가 민간의 통제 체계에 공식적으로 개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말그대로 '자율' 이상의 구속력을 갖기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韓 '최소 1년이상' vs 美 '6개월'
한.미 정부 및 업계가 자율규제 기간에 대해서도 쉽게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타이슨푸드 등 5개 메이저 업체는 '120일'의 시한부 월령 표시 의사를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는 국민 불안을 씻기 위해 적어도 미국의 새 동물성사료금지
조치 시행 시점까지, 즉 1년 이상은 미국 업계가 30개월이상 쇠고기 수출을 스스로 막아줘야한다는 입장이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도 "(미국측 답변의) 예를 들자면, 미국의 새 동물성사료금지 조치가 내년 4월부터 시행되는만큼 이 때까지 미국 수출업계가 자율적으로 '30개월 미만'을 라벨링(월령표시)해서 수출하는 방법 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1년의 시간을 번다해도 그 이후 동물성사료조치 이외 다시 어떤 근거로 미국에 자율규제를 요구, 30개월 이상 수출금지 조치를 연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