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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쇠고기 협상,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8-05-25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1025

다음은 조선닷컴 http://www.chosun.com 에 있는 기사입니다. 쇠고기 협상,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간에 쫓기고 전술도 협상기술도 부족 국내 여론 얕잡아 본 것이 가장 큰 패착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한국협상학회 고문) rskwak@dongguk.edu 김승범 산업부 기자 sb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협상은 이해 당사자들이 갈등 또는 의견 차이를 줄여나가거나 없애는 과정이다. 이 같은 사전(辭典)적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타결한 쇠고기 협상은 '실패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갈등이 좁혀지기는커녕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번 쇠고기 협상의 경우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으며 '제대로 된 협상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협상학 관점에서 볼 때 우리가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요인이 있다. ▲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ps@chosun.com①시간에 쫓기는 편이 진다 협상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시간에 쫓길수록 협상력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시한 내에 협상을 끝내려면 많은 양보를 하거나 자신에게 있어 중요한 의제를 관철시키지 못하고 서둘러 마무리하게 된다. 이번 쇠고기 협상 때 우리 정부는 스스로 시한에 얽매인 꼴이 되고 말았다. 미국은 4월 4일 우리 정부에 쇠고기 협상을 요청했고, 11일부터 협상이 시작됐다. 그런데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정상 회담이 열린 것은 4월 19일이었고, 협상 시한은 18일이었다. 최종 준비 기간이 일주일 정도였던 것.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달랐다. 미국은 지난해 노무현 정부와 쇠고기 협상을 포기하고, 이명박 정부를 선택했다.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다. 반면 우리 쪽은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 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한·미 동맹 관계 복원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높게 두고 있었고, 총선 후 미국 순방에서 가시적 결과가 안 나올 경우 국정 운영 주도권을 놓치게 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우리 쪽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사례지만 대우차 헐값 매각 논란도 '시간과의 게임'에서 비롯됐다. 워크아웃 상태이던 대우차 매각을 진행하던 우리 협상팀은 2000년 9월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포드(Ford)가 인수 포기를 선언하자 GM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협상의 주도권을 쥔 GM은 지연 전략을 펼쳤다. 대우차의 부실이 불어나자 우리 협상팀은 2002년 싼 가격에 GM에게 매각한다. 당초 포드는 70억 달러를 제시해 최고낙찰자로 결정됐지만, GM은 4억 달러만 투자해 대우차를 인수했다. 문제의 심각성이 예상됐던 만큼 쇠고기 협상은 정상회담 이후에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유화가 미 의회의 FTA 비준 걸림돌을 제거하는 중요한 요소가 돼 정상회담 이전에 성과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시간에 쫓기는 협상은 출발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②수읽기에서 뒤졌다: 전술 부재 최악의 경우 협상을 결렬시킬 수도 있다는 의사를 비쳐야 밀고 당기는 협상이 가능하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은 "쇠고기 협상 때 미국 측은 우리 측이 정치적 이유로 협상을 결렬시키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협상 카드를 내밀기 힘든 상황이었고, 반대로 미국 협상단은 부담이 덜한 게임을 하게 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국이 간파했으리라는 것이다. 협상할 때는 대안(代案)이 많은 쪽이 유리하기 마련이다. 대우자동차 매각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현대차가 대우차를 인수하면 독과점 가능성을 심사하겠다"고 발표했다. GM과 매각 협상을 할 때 '최악의 경우 GM 대신 현대차에 넘길 수도 있다'라는 '패'를 쓸 수도 있었는데, 그 가능성을 우리 스스로 없앤 셈이다. 결국 협상은 GM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최병일 교수는 "쇠고기 협상 때 우리 측 전술이 부족했다"며 "단계별 협상 전략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우선 30개월 미만 쇠고기부터 수입하고, 30개월 이상은 이후 논의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여야 했다는 것이다. ③협상 기술이 떨어졌다 : 전문성·준비 부족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이번 우리 협상팀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한국 협상단(8명)은 미국 협상단(13명)보다 수적으로도 열세였지만, 전문성도 뒤졌다. 수의·검역 전문가 중심인 우리 협상단에 비해 미국 측은 국제경제·교역 등 전문가로 구성됐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협상문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 광우병 지위를 바꾸지 않는 한 수입 중단을 할 수 없다'와 같은 조항이 들어간 것은 통상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사전 준비와 정보력도 부족했다. 지난 1월 석유공사와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미국 테일러에너지사의 멕시코만 유전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다. 확인된 매장량이 6100만 배럴에 달하는 국내 업계 최대 규모의 협상이었다. 한국 컨소시엄이 승리한 결정적 이유는 바로 '정보의 힘' 때문이었다. 협상 전 한국 측은 2004년 작고한 테일러사의 전 회장이자 현 회장(필리스 테일러)의 남편이 생전에 돈이 없어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안타까워하며 자선 사업을 활발히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국 컨소시엄은 전 회장의 자선사업 내용을 담아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그 뜻을 이어받겠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회장은 남편의 공적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눈물을 보였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이 있었지만 테일러사는 한국을 매각 파트너로 선택했다. ④국내 협상에서 실패했다 보통 협상학에서는 대외 통상 협상을 2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상대국 정부와의 협상이고, 2단계는 국내 이해 관계자와의 협상·설득 과정을 말하며 '국내 협상'이라고 한다. 국내 참여자의 승인 또는 국회 비준을 받아야 협상이 최종 마무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쇠고기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국내 협상을 소홀히 했다. 국내 협상은 내부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한국에서 벌어지는 쇠고기 반대 운동을 미국과 협상 때 압박용 카드로 내세울 수도 있다. 국내 협상이 협상의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가 타결되고 2004년까지 10년간 쌀 시장 개방이 미뤄졌다. 그러나 2004년 농민들이 대대적으로 시위를 벌였고, 쌀 시장 개방이 또다시 10년 연기됐다. 국내 협상이 실패한 탓이다. 특히 농수산물처럼 민감한 사안일 경우는 대외 협상보다 국내 협상이 더 중요하다. 입력 : 2008.05.23 13:47 / 수정 : 2008.05.23 14:23 한국, 미국과의 협상에서 매번 깨지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