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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5.21(수) 03:14 편집
美, GATT 20조 따른 수입중단 권리 인정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협상 관련 추가협의’를 통해 합의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 한미 ‘쇠고기 검역주권’ 문서 합의 이후
한국 측의 ‘검역주권’이 서한을 통해 명문화되고, 미국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된 6개 부위의 수입이 추가로 금지됨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등의 조건을 넣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의 여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합의의 형태가 양측 서명이 담긴 협정문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약한 서한이라는 점, 수입 중단 사유에 광우병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
미국 측은 이번 서한을 통해 “모든 정부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b항이나 국제무역기구(WTO) 위생검역(SPS) 협정에 따라 건강 및 안전상의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이 서한의 내용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한국 측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분류한 미국의 지위를 낮추지 않으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고 규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조치에 따라 검역주권에 대한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가 실제로 수입을 즉각 중단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우선 조치의 전제 조건이 ‘광우병 발생’이 아니라 ‘국민건강 위험’이다. 또 ‘자국민을 보호할 권리’와 ‘수입 중단’은 의미가 다를 수 있다.
이날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도 “국민건강에 위해가 발생했느냐는 판단은 우리 정부 스스로 하는 것이고 주권적인 권리”라면서도 “(위험을) 입증할 책임은 우리한테 있고, 미국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를 협의로 풀어나갈 수 있으며 협의가 안 되면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 6개 SRM 부위 추가로 수입 금지
이번 추가 협의에서는 지난달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서 수입이 허용됐던 30개월 이상 소의 삼차신경절, 척주의 경추 횡돌기와 극돌기, 흉추와 요추의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소 엉덩이 부분 등뼈의 일부) 등 6개 부위가 수입이 금지되는 SRM에 추가됐다.
수입위생조건 1조 9항은 이들 부위를 SRM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내부 규정은 이 부위들을 SRM으로 규정하고 있어 미국 내수용 쇠고기와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의 규정이 다르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논란은 SRM의 추가 지정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서한에서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에 대해 동일한 SRM 규정을 적용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 측이 이 규정을 어기면 한국 검역당국이 해당 쇠고기 반송, 검역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 연령 제한은 포함 안돼, 야권과 시민단체 등 반발
추가 협의 의제에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요구하고 있는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금지’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OIE 기준을 뒤집고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등은 이 부분을 문제로 지적하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재협상을 주장하는 근거는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 수입의 전제조건이었던 ‘미국 측의 강화된 사료조치’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동물사료조치’는 30개월 미만 소의 경우 도축검사에 불합격하더라도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기존 규정보다 오히려 후퇴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과거 미국의 사료조치는 반추동물에서 나온 단백질 부산물을 반추동물에게만 먹이지 못하도록 했지만, 새 조치에는 모든 동물 사료로 쓸 수 없도록 강화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