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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5.20(화) 02:58 편집
‘쇠고기 검역주권’ 美 외교문서로 규정할듯
SRM규정 협의 - 협상누락 논란 부위 美규정 맞춰 수입금지 추진
FTA에 영향은 - 통외통위원장 “진전 있다면 비준 절차 밟을수도”
■ 한미 ‘광우병 땐 수입중단 명문화’ 합의
정부가 미국과 추가 협의를 통해 한국 측 ‘검역주권’을 명문화하기로 해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논란을 빚고 있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의 경추 흉추 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등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중 일부의 수입이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추가 협의 결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검역주권 명문화 방침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한국이 검역주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명문화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지난달 18일 타결된 수입위생조건의 관련 규정을 개정하거나 검역주권을 병기하는 방안보다는 양국 정부가 서명한 별도의 외교문서로 검역주권을 규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이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에 부칙으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규정을 추가하고 이를 미국 측이 효력이 있는 외교문서 형태로 인정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 수입위생조건 협상에서는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하더라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을 광우병통제국가로 부여한 지위가 바뀌지 않으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규정해 논란이 빚어졌다.
정부 측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조항에 따라 국민 건강에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정부는 농식품부 장관 고시에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 협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SRM 규정 변경도 협의
이번 추가 협의에서는 수입위생조건에서 수입이 허용된 30개월 이상 된 소의 경추 흉추 요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천추의 정중천골능선과 날개 등 SRM 부위의 수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미 수입위생조건 1조 9항은 이들 부위가 SRM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의 내부규정에는 이 부위들을 SRM으로 규정하고 식용을 금지해 논란이 일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해당 부위는 미국의 자국 규정에 따라 모두 제거하고 수출할 예정”이라며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부위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이 부분의 개정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 같은 SRM 재규정 요구에 난색을 보여 이 중 일부 부위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로 예정된 통상교섭본부의 추가 협의 브리핑이 하루 미뤄진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영향 미치나
한미 양국이 검역주권 명문화에 합의한 배경은 한국 내 여론 악화를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7대 국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미국도 주요 쇠고기 수출시장인 한국 내의 여론 악화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김원웅(민주당) 위원장도 18일 밤 정부로부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한국이 검역주권을 행사하는 내용을 수입검역 협정에 명문화하는 방안에 대한 한미 간 협의에 진전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김 위원장은 “그런 진전이 확인된다면 FTA 비준동의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는 통외통위에서 한나라당 진영 간사, 민주당 이화영 간사가 동석했으며, 정부 측에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했다. 한편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어떤 견해를 밝히더라도 ‘FTA 시기상조론’을 펴는 민주당 정책과는 다른 것”이라고 논평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한나라 “재협상 수준… 이정도서 풀어야”
민 주 “미봉책 불과”… 대안없어 고민▼
■ 정치권 엇갈린 반응
정부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과 관련해 검역주권을 명문화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키로 했지만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시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보완대책이 ‘재협상’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쇠고기 문제를 이 정도로 풀어주면 민주당도 (다른 현안들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수입 중단으로 모든 것을 무마하려 해선 안 된다. 파국을 넘기 위한 이명박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의 미덥지 못한 쇼 같은 느낌”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반응은 14일 내놓은 ‘재협상 촉구 결의문’의 요구 조건 중 상당수가 이번 보완대책에서도 수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
야 3당은 결의문에서 재협상을 통해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 △모든 월령대의 쇠고기에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및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수출검역증명서에 월령 표시 지속 실시 △미국 내 도축장과 수출 작업장에 대한 조사권 확보 △미국 정부의 이력추적제 확대 등을 관철할 것을 요구했다.
이 중 수입 중단과 SRM 제거는 보완대책에서 일부 반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 등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쇠고기 정국을 타개할 묘책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까지 내놓은 대응방안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 △국정조사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헌법소원 △재협상촉구 결의안 등이다.
이 가운데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은 농림해양수산위를 통과할지 의문인 데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정 장관 해임건의안도 21일 제출할 예정이지만 낙선 의원이 많은 상황에서 국회 통과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밖에 국정조사는 17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서 현실적 대안이 못 되고, 헌법소원은 자유선진당이 반대하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