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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파동 거치며 믿고 의사소통할 채널 무너져
결국 류우익 실장이 직접 전화해 회동날짜 정해
윤정호 기자 jhyoo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의사당 본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 서로 경쟁했지만, 본선 때는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지원 유세를 다녔다.
그런 두 사람의 10일 만남이 여야(與野) 대표 회담, 더 나아가 웬만한 나라간 정상회담보다 더 어렵게 성사됐다. 이번 청와대 오찬 회동은 지난 1월 23일 만남 이후 108일 만에 이뤄진다. 같은 당 소속 현직 대통령과 전 당 대표가 원활하게 의사를 교환할 수 있는 선(線)이 끊어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도 악화됐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박 전 대표는 9일 회동 성사 배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11일부터 시작되는 호주·뉴질랜드 방문 전에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전갈이 (이 대통령 측에서) 와서 만나게 됐다. (회동 날짜는) 어제 결정됐다"고 했다. 그러나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총선 직후 한 번 만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박 전 대표 측에 두 세 차례 전달했지만 잘 안 됐다"고 했다. 청와대측은 특히 박 전 대표가 지난달 말 공개적으로 "7월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으니 친박 인사들을 복당시켜 달라"고 요구하자 당황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만나자는 얘기가 오가고 있는데 왜 박 전 대표가 공개 압박에 나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경위 파악에 나섰고, "박 전 대표가 회동 추진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총선 직후 한 번 만나자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박 전 대표에게 전해지지 못하고, (중간에서) '전달 사고'가 났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의 설명은 다르다. 한 핵심 측근은 "청와대가 떠보듯 하는 말을 다 보고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이 대통령의 진심이 느껴졌다면 (박 전 대표에게) 바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진실이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총선 직후의 이·박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고 청와대는 최근 다시 박 전 대표 측의 문을 두드렸다. 양측의 최측근인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 전 대표측의 유정복 전 비서실장이 공식 라인을 맡았고, 임태희 주호영 의원 등도 거들었다. 이들이 물밑에서 터를 닦은 다음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8일 오전 직접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 날짜를 정했다.
지난 총선 공천 파동 때도 두 사람의 뜻이 엇갈리거나 주변에 의해 왜곡되는 바람에 사태가 커졌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양측 간에 네 갈래 정도의 통로가 있었는데 어디가 진짜인지 모르겠더라. 특히 비례대표 공천 때는 박 전 대표 주변 인사들이 '대표의 뜻'이라며 10여 명을 부탁했었는데 나중에 진짜는 2~3명밖에 안 됐다"고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명단을 짜 당에 내려 보내놓고선 이제 와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고 반박한다.
양측 간의 불신은 이번 회동 사실을 언론에 확인해주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9일 발표하기로 했던 사실이 8일 밤 한 언론에 의해 공개되자, 회동 사실을 모르고 있던 대부분의 박 전 대표 측근들은 '청와대의 언론 플레이'로 의심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괜한 의구심"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두 사람이 앞으로 아무리 자주 만나도 근본적인 신뢰와, 서로의 진의를 가감 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의사 연락 체계를 회복하지 못하는 한 여권의 난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설] 이명박·박근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입력 : 2008.05.10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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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명박·박근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입력 : 2008.05.09 22:03 Url 복사하기
이명박 대통령과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늘 만난다. 두 사람은 지난 1월23일 마지막으로 만났었다. 그때 두 사람은 국정 협력을 약속했지만 결과는 극한 대립이었다. 총선 공천을 놓고 박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했고, 이 발언 이후 당 밖에 만들어진 친박연대는 한나라당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 후 이 대통령이 친박 세력이 다시 당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대응하자, 박 전 대표 탈당설까지 돌았다.
두 사람의 싸움은 여권의 분열이다. 최근의 국정 난맥상은 이렇게 여권의 기반이 갈라져 흔들리는 가운데 더욱 증폭된 측면이 있다. 박 전 대표가 아무리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지금 광우병 소동은 너무나 지나치다"라는 상식적인 얘기 한마디는 할 법했지만 일절 없었다. 마치 야당 논평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게 다다. 이 대통령과의 갈등이 아니었다면 박 전 대표도 이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밀어닥칠 다른 국정 현안에서도 이런 골육상쟁(骨肉相爭)이 계속된다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런 대립 관계에선 힘 있는 측의 책임을 먼저 따지는 게 순리(順理)다. 주도권을 쥔 이 대통령 탓이 크다는 말이다. 대통령은 작년 대선 당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의 출마로 어려움에 빠지자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을 청하며 박 전 대표를 "국정 동반자"로 규정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진정한 동반자로 대해 왔다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그 첫 단추는 역시 친박 세력의 복당 문제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여기에 묶어 놓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이상 그전에 이미 이 문제에 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는 만들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로 원칙도 있고 득실도 있겠지만 국정의 안정적 운영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이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는 좋으나 싫으나 끝까지 한 배를 타고 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말할 필요도 없고, 박 전 대표도 이 정부가 실패하면 함께 떠내려 가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얽힌 이 운명을 절실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두 사람을 위해서도 그렇고 어려움에 처한 국정을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