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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5.9(금) 02:59 편집
“광우병 괴담, 근거없는 과장 많다”
국내 과학자들이 말하는 ‘광우병 진실’
이영순 서울대교수“호흡-피부접촉-침으로 전염되는 질병 아니다”
신희섭 KIST센터장“한국인 취약 주장 논문 인간광우병과는 무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이후 우리 사회 일각에서 확산된 ‘광우병 괴담(怪談)’에 대해 의학계 및 과학계 전문가들이 “근거 없는 과장이 많다”는 과학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이영순(인수공통질병연구소장)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주최 ‘광우병과 쇠고기의 안전성’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동물성 사료를 규제한 뒤 광우병 발생이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고 있으며 5년 뒤에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변형 프리온 단백질의 99.87%는 뇌, 척수, 소장 끝부분 등 특정위험물질(SRM)에 있다”며 “이를 제거한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간 광우병은 호흡이나 피부 접촉, 침 등으로 전염되는 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SRM이 제거된 쇠고기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다만 독일에서 28개월 된 소에서 광우병 발병이 보고된 바 있으며 유럽에서는 24개월 이상 된 소를 도축할 때는 광우병 감염 여부를 모두 조사한다”며 ‘30개월 미만 소는 모두 안전하다’라는 시각에는 다소 의문을 표시했다.
또 ‘1호 국가 과학자’인 신희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경과학센터장 등 KIST 소속 과학자 10명은 이날 KIST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신 센터장은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리기 쉽다는 논란은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서 시작됐으나 이 논문은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아니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MM형 유전자가 sCJD의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며 “유전자 하나로 특정 질병에 약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명희 프로테오믹스 이용기술개발사업단장도 “MM형 유전자가 vCJD에 취약하다는 것은 영국인에 대한 연구 결과일 뿐”이라며 “영국 외에서는 어떤 통계적인 결론을 내릴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sCJD는 60세 이상에서 걸릴 수 있는 병으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질병이지만 광우병 쇠고기와는 관련이 없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세게 훈련했는데 또 바꾸나”
李대통령, 쇠고기 문책 반대… 與, 국정쇄신 건의키로▼
이명박 대통령은 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과 함께 제기되는 청와대 라인의 문책성 개편론에 대해 “이번에 세게 훈련했는데 또 바꾸느냐”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바꾸면 또다시 (훈련)해야 할 것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전날 자신의 ‘국민 건강 위협 시 쇠고기 수입 즉각 중단’ 발언과 관련해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에게 해로운 고기를 사다 먹이겠느냐. 미국이 강제로 먹이겠느냐, 국민이 사먹겠느냐”면서 “약속하면 지킨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지고 있는 민심 이반과 국정운영 난맥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고 전반적인 국정운영 쇄신책을 이 대통령에게 공식 건의하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을 상대로 국정 쇄신책을 모은 뒤 13일경 내부 검토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할 방침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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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5.9(금) 02:59 편집
식당 손님 끊기고… 학교선 급식 거부… “광우병괴담 때문에 못살겠다”
“한우만 판다고해도 믿질 않으니…”
쇠고기 전문점 2주째 발길 끊겨
일부 학생 점심-저녁 ‘도시락으로’
학교측 “쇠고기 급식제외” 결정도
‘쇠고기 회식’ 직장에서 자취 감춰
“이번 기회에 채소-생선만 먹겠다”
패밀리레스토랑-패스트푸드점
“미국산은 안쓰는데…” 발만 동동
“속이 타요. 2주째 손님이 없습니다. 한우전문점이라고 간판을 내걸어도 믿질 않으니….”
서울 종로구 청진동 ‘피맛골’ 골목에서 한우를 파는 B식당 주인 민병춘(37) 씨는 8일 시름에 잠긴 얼굴로 가슴만 쳤다.
이 식당은 평소 퇴근시간 이후엔 테이블 15개에 손님이 꽉 들어차 발길을 돌리는 이가 많았다. 광우병 괴담이 떠돌기 시작한 2주 전부터 사정은 달라졌다.
예약은커녕 테이블 2, 3개를 겨우 채운다. 이틀 전에는 한 팀도 못 받았다. 저녁 기준 1주일에 600만∼700만 원이던 매출액이 200만 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것도 삼겹살을 팔아 올린 수입이다.
민 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기 전부터 이렇게 들썩이는데, 타격이 오래 갈 것 같아 업종 변경을 해야 하나 싶다. 이달 말까지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광우병 괴담의 여파가 곳곳에 미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 설렁탕집, 곰탕집에서 시작된 피해가 한우 전용 식당, 한우 축산농가로까지 번졌다.
소비자들이 믿을 만한 한우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참에 안 먹는 게 속 편하다’는 생각에 쇠고기 자체를 꺼리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 “돼지갈비로 겨우 매장 유지”
학생들이 급식을 거부하는 일도 발생했다.
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에서는 점심 급식으로 쇠고기가 들어간 뭇국이 나왔는데 일부 학생이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며 밥을 먹지 않았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반응에 놀라 예정돼 있던 식단인 쇠고기 미역국, 육개장 등을 다른 메뉴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주부 김모(44) 씨는 학교 급식을 먹던 고교생 아들 둘에게 지난주부터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싸 주고 있다. 김 씨는 “광우병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다 해서 먹을거리에 문제가 많아 내 아이들은 직접 챙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우병 논란 속에 경기도의 향토 음식으로 유명한 ‘수원갈비’도 타격을 받았다.
개업한 지 10년이 넘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갈비 전문 A식당은 하루 매출이 예전에 비해 20%가량 줄었다.
식당 주인은 “명색이 수원갈비 집인데 소 대신 돼지갈비로 겨우 매상을 유지한다. 한우마저 미국산 쇠고기와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광우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입사원 김모(27) 씨는 “회식 때 쇠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상사에게 건의했다가 ‘지금 나보고 광우병에 걸리라는 말이냐’며 꾸지람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육류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채식주의자로 돌아선 시민도 늘었다.
중학교 교사 이모(32·여) 씨는 “얼마 전 채식주의에 관한 책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이번 기회에 채소와 생선만 먹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채식 전문점 관계자는 “광우병 파동 이후 손님이 120∼130% 늘어났다. 직장인 남성 고객들이 특히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 “미국 브랜드지만 호주산 쇠고기 사용”
외식업계는 말 그대로 전전긍긍이다.
스테이크 등 쇠고기 메뉴를 많이 내놓는 패밀리레스토랑은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T.G.I.F를 운영하는 푸드스타의 박지석 마케팅팀장은 “2000년부터 호주산 쇠고기를 쓰고 메뉴판에 원산지를 표기하지만 미국산을 쓴다는 헛소문이 퍼지면서 문의 전화가 늘었다. 호주산 쇠고기를 쓴다는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현재는 호주산 쇠고기를 사용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돼도 당장 미국산을 사용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리아는 9일부터 전국 740여 개 매장에 ‘호주산 청정우만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이기로 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계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한국맥도날드와 버거킹도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쇠고기만 사용하고 있다”며 사태 확산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에서는 한우와 수입산 쇠고기의 매출이 함께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광우병 괴담이 본격화한 지난달 30일부터 6일까지 일주일 동안 한우 매출은 전 주에 비해 7%, 호주산 쇠고기는 2.5% 줄었다”고 밝혔다.
근로자의 날(1일)과 어린이날(5일) 등 공휴일이 이틀 끼여 있는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매출 하락이다.
홈플러스 축산팀 김웅 팀장은 “보통 일주일에 휴일이 하루 더 늘면 축산물 매출도 약 7∼8% 늘어나는데, 이번 주에는 쇠고기 괴담과 AI 파동으로 쇠고기와 닭고기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전 주에 비해 쇠고기 매출이 전체적으로 9%가량 줄었고 이 가운데 한우가 3%, 호주산 쇠고기가 17%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이마트도 한우 매출이 4.4% 줄었다. 호주산 쇠고기 매출은 4.1% 늘었다. 이에 대해 이마트 측은 “수입 쇠고기 할인 행사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한 상인은 “가정의 달이라 쇠고기가 많이 팔릴 때인데 사러 오는 사람이 없다”며 “최상 부위가 kg당 6만 원 정도 하는데 일주일 사이에 1500원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애꿎은 한우값까지 떨어져
축산농가, 광우병 파동에 한우 소비줄어 울상
송아지 팔러 우시장 나갔다 터덜터덜 돌아와▼
“소를 키울수록 빚만 눈 덩이처럼 늘어가니 어찌 살겄소.”
8일 오전 5시 전남 화순군 화순읍 다지리 우시장. 송아지를 데리고 나온 농민들의 얼굴 표정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시장에는 아직 출하할 때가 안 된 3개월짜리 소도 눈에 띄었다.
미국산 쇠고기 논란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우시장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거래가 간간이 이뤄졌다.
이날 우시장에 나온 송아지 123마리 중 105마리가 팔렸다. 한 달 전만 해도 팔리지 않는 송아지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안 팔리는 송아지가 크게 늘었다.
값도 암송아지(160kg 기준)가 140만 원, 수송아지가 160만 원으로 한 달 전보다 20만 원 정도 떨어졌다.
송아지 4마리를 끌고 나온 박모(58·보성군 복래면) 씨는 값이 맞지 않아 결국 4마리를 집으로 도로 끌고 갔다.
박 씨는 “암송아지는 마리당 175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30만 원 이상 손해 보고 어떻게 팔겠느냐. 광우병 파동으로 한우 소비가 줄고 가격이 폭락해 영세 농가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광우병 괴담의 여파로 한우 가격마저 떨어지는 데다 천정부지로 뛴 사료 값은 한우 농가를 더욱 힘들게 한다.
25kg들이 사료 1포대가 지난해 6000원 선에서 올해 1만 원대로, 볏짚도 5t 트럭 1대분이 100만 원 선으로 2년 만에 배 이상 올랐다.
강원 횡성군에서 한우 140마리를 키우는 김일섭(48) 씨는 “송아지를 들여와 2년 이상 키우면 사료비 축사관리비 약품비로 500만 원 이상 든다”며 “450만 원대에 팔면 앉아서 손해 보는 짓이므로 차라리 사육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전국 한우(220만 마리)의 21%를 사육하는 경북 농가도 걱정이 태산이다.
군위군 효령면에서 한우 300마리를 키우는 전영환(57) 씨는 “35년째 한우를 키우지만 지금이 가장 힘든 것 같다. 벼랑 끝에 선 축산농가를 살리고 한우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횡성=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군위=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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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5.9(금) 02:59 편집
“농가대책 논란 예상했었는데 광우병으로 가더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닭고기 기피현상이 나타나자 이명박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춘추관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함께 점심으로 삼계탕을 먹고 있다. 이종승 기자
李대통령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에 해로운 고기 사먹이겠나”
이명박 대통령이 8일 낮 예정에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구내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삼계탕으로 점심을 함께하며 ‘깜짝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을 때 정부는 사실 한우 농가 대책을 놓고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광우병 얘기로 가더라”면서 “(광우병 논란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국민 건강 위협 시 쇠고기 수입 즉각 중단’ 발언과 관련해 “어느 나라가 자기 국민에게 해로운 고기를 사다 먹이겠느냐. 미국이 강제로 먹이겠느냐, 국민이 사먹겠느냐”면서 “약속하면 지킨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라의 최고 목적은 국민의 생명 재산을 지키는 것”이라며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을 수입업자에게만 맡기는 게 아니라) 정부가 가장 먼저 아니까 우리가 한다.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다. 위험하면 우리가 안 먹는 것이며, 수입업자도 장사 안 되면 안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음식, 식료품을 갖고 장난을 치는 업자, 부정식품에 대해서는 엄벌하고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법 위반 후 간판을 바꿔 달고 장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내부적으론 (개혁안이) 다 돼 있다. 지금은 여러 가지로 과도기라 못하고 있으며, 18대 국회에 가면 할 것이다”면서 “(연금 개혁은) 임기 말까지 안 간다”고 단언했다.
그는 ‘청와대 직원들이 골프를 쳐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에게 신고하고 치겠느냐.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면서 “된다, 안 된다를 일률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이 그런 수준은 벗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6일 청와대를 방문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내가 테니스를 좋아한다니까 ‘생각이 비슷하다’면서 (자기는) ‘골프도 좋아하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고 운동은 제대로 안 된다’고 하더라. 기업가적인 발상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성원 기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