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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사회 2008.5.7(수) 20:03 편집
“아이들 쇠고기 지식 편파적” 학부모들 촛불집회 만류나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촛불이 아니라 연필입니다."
7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학사모)' 회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며 중·고교생들을 만나고 있었다.
학사모 회원들은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관련한 학생들 대부분의 지식이 너무 단편적이다"며 "이 사안과 관련된 공부부터 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학사모는 6일 열린 촛불집회 때부터 100명의 학부모들로 구성된 '안전 감시단'을 가동하고 있다. 회원 50명씩 2개조로 나눠 당시 청계광장과 여의도에서 열린 촛불집회 현장에 보내 집회에 나온 중·고교생들을 귀가시켰다.
7일에도 청계광장을 찾은 10명의 안전 감시단은 2명씩 조를 짜서 집회 시작 2시간 전부터 현장을 돌아다녔다.
이들은 집회 현장에 나온 중·고교생들을 상대로 그냥 "집에 돌아가라"고 윽박지르지 않았다. 오히려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쟁점에 대해 즉석 토론을 벌여 자연스럽게 귀가하도록 유도했다.
고진광 학사모 공동대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과 촛불집회의 의의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어봤다"며 "아이들 대부분이 '미국산 쇠고기=광우병 쇠고기'란 잘못된 생각을 보였으며 '한국경제의 개방 필요성'에 대해선 아예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또 "미국산 쇠고기도 검역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광우병이 발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과 개방이 꼭 필요한 한국경제의 구조에 대해선 대부분의 중·고교생들이 '학교에서 안 배웠고, 선생님이 말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안전 감시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고교생들은 "정말요?" "몰랐던 내용이에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부는 감시단과 이야기한 뒤 촛불집회에 참석하려던 발길을 되돌리기도 했다.
고 대표는 "6일에는 팀당 학생 20명 정도를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돌려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 도중 '이건희 면죄부' '대학 자율화' 등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 등장하고, '한나라당을 몰아내자' 같은 정치 구호가 나올 땐 학생들 중 일부가 자리를 떴다.
이들은 자리를 뜨면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광우병 쇠고기인데 왜 집회에서 광우병 쇠고기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미숙 학사모 상임대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정식으로 이번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아이들이 종합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계기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일부 교사들의 잘못된 교육으로 아이들이 한쪽 의견에만 편향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