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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년 먹었지만 우린 이상없어"
● 재미동포 잇따른 성명
"같은 고기가 태평양 건너면 광우병 생기나
고국의 안전성 논란 도무지 이해할수 없어"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LA) 등지의 재미 한인단체들이 5일 잇따라 성명을 내며 미국산 쇠고기를 둘러싸고 한국에서 성행하는 근거 없는 괴담(怪談)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명했다.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자주 쇠고기를 먹는 재미 한인동포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유의 선동적인 구호가 고국에서 설득력을 갖는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메릴랜드 한인회와 워싱턴 한인연합회 등 워싱턴 DC 인근의 4개 한인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광우병 괴담'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장된 주장이거나 과민한 반응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서에서 "미국에서 먹지 않는 불량식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국민을 오도하는 것은 일부 반미(反美)주의자나 정치적으로 불순한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념이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북버지니아 한인회의 황원균 회장은 "인간 광우병은 잠복기간이 10~40년이라는데, 내 처는 미국에 온 지 34년, 나는 24년이 됐고 내 딸은 14세다.
▲ "미국 쇠고기 걱정 없어요" 뉴욕 한인공공정책위원회(회장 이철우)가 5일 뉴욕 플러싱의 한 한인식당에 한인사회 원로들을 초 청해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음식을 대접하면서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미주 한인단체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 전성에 대한 우려는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인공공정책위원회
그동안 우리 가족은 1주일에 3~4회 미국 쇠고기를 먹었으니 가족 모두가 광우병에 대한 임상실험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 이상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한인회도 4일 성명서에서 "한국 내의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우려) 여론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미주 동포들 가운데 광우병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A 한인회와 한인상공회의소 요식업협회 등의 한인 단체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세상에 100% 안전한 식품은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 쇠고기는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냉정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창엽 LA 상의 회장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보건 시스템을 믿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주의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강남중씨는 "미국에서 26년째 식당·출장 뷔페 사업을 하는데, 한국에 미국산 쇠고기가 수출된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쇠고기 값이 올라서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미국산 쇠고기가 수출되지 않아야 가격이 안정돼 사업에 도움이 되는 나로선, 도대체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뉴욕 지역에서 자체 도축 시설을 갖춘 대형 육류도매업체를 운영하는 김원호 워너미트 사장은 "미국 내수용과 수출용 쇠고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공급부족으로 쇠고기를 수입하면서도 수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나라마다 선호하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며, 수출용이든 내수용이든 똑같은 도축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일부 한인 동포들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광우병'으로 인식하는 상황을 불쾌하게 생각했다. 동포들이 자주 찾는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의 H 음식점에서 만난 한국 손님은 "똑같은 고기가 한국으로 건너가면 광우병이 생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