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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4.30(수) 03:00 편집
굶주림의 공포… 곡물값 폭등에 지구촌이 흔들린다
무료급식 받는 인도 어린이 28일 인도 잠무 지역의 한 학교에서 어린이가 무료 점심을 배식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학교 급식 프로그램은 개발도상국에서 사회복지 수단의 일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 27개 유엔기구 대표들은 식량위기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스위스 베른에서 회동했다. 잠무=AP 연합뉴스
쌀값 5개월새 3배↑… 밀 - 콩 - 옥수수로 번져
각국서 시위 - 폭동… 필리핀 “사재기땐 종신형”
세계 1억명 기아위기에 潘총장 “유례없는 도전”
유엔, 대책 TF 긴급 구성 6월 로마서 첫 회의
지난 주말 베트남 호찌민 시의 ‘쩐짠지우’ 쌀 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쌀을 구하지 못할까봐 겁먹은 시민들이 먼저 쌀을 사려고 달려들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상인들은 “평생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고 AP와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베트남뿐이 아니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가인 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식량 부족으로 아우성친다. 곳곳에서 사재기와 폭동이 벌어져 상황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각국 사회 안정과 직결=지난 5개월간 쌀값은 세 배 가까이 오르며 t당 1000달러에 이르렀다. 콩과 옥수수, 밀, 귀리 가격도 폭등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정치적 불안으로 직결된다. AP와 로이터통신은 지난 주말 세네갈과 기니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식량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최소 14개 국가가 최근 식량 문제로 폭동을 겪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빈국 국민에게 식량 가격 상승은 생존의 문제다. 27일 워싱턴포스트는 모리타니에 사는 만디타 소(43·여) 씨의 일상을 전했다. 소 씨는 아침은 건너뛰고 점심은 차 한 잔으로 때운다. 최근엔 저녁 한 끼만 먹던 빵 값이 올라 그나마 값싼 수수밥으로 대체해야 했다. 그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세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빈곤층 1억 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식량위기를 막아라”=국제사회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유엔과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WTO)는 28, 29일 스위스 베른에서 WFP와 식량농업기구(FAO) 등 20개 유엔 산하 기구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식량위기 대책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서 유엔과 국제기구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수장으로 하는 식량위기 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6월 3∼5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첫 회의를 열고 식량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반 총장은 29일 “(식량 위기는) 유례없는 도전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추가 재원을 마련하고 내일을 위한 식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전했다.
유럽연합(EU)은 바이오연료 생산과 곡물가격 급등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세계은행도 식량위기 타개를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모금 참여를 호소했다.
각국 정부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28일 베트남 정부가 엄격한 쌀 사재기 금지령을 발표했으며 필리핀도 식량 사재기를 할 경우 종신형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저소득층에는 싼값에 쌀을 살 수 있는 ‘쌀 카드’를 배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식량 배급카드를, 멕시코는 빈농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세계은행은 현재까지 최소 48개국에서 식량수출 제한이나 관세 인하, 보조금 지급 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수준의 가격대 온다”=이번 식량위기는 아시아 신흥 개발국을 중심으로 식량 수요가 증가한 반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것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바이오연료용 곡물 재배의 증가, 가격 상승을 노린 투기세력의 선물거래와 사재기가 위기를 부추겼다. 주요 식량 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조치는 원활한 쌀 거래를 막아 상황을 악화시켰다.
다행히 태국이 비축미를 방출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격 상승을 노린 농부들의 경작 확대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안정 요인들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식량 가격은 30%가량 내려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식량 값이 2006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 단계 높아진 식량 가격대에 적응해야 하는 시대가 곧 온다”고 분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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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4.30(수) 03:00 편집
한국 “해외 식량기지 확보하라”
국내 1년간 생산량으로 반년밖에 못 먹어
한국도 식량위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에서 1년간 생산되는 식량은 국민의 반년치 먹을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51.1%다. 이 가운데 쌀은 거의 자급(자급률 95.5%)이 가능하지만 밀(0.2%)이나 옥수수(0.7%), 콩(9.8%) 등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식량과 사료용 곡물을 모두 합한 곡물자급률로 따지면 26.2%에 불과하다. 축산농가 사료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6위로 최하위권이다. 프랑스(자급률 329%)나 체코(198.6%) 독일(147.8%) 등 유럽 국가들이 곡물 소비보다 생산이 많은 것과 비교된다.
이처럼 언제 식량위기를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 놓이자 정부도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해외 식량기지 확보에 적극적이다. 농식품부 당국자는 “현재 3, 4군데 해외 식량기지 후보를 정해놓고 생산 곡물의 구매계약 우선권 확보나 장기 임차, 용지 매입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휴경지에 청보리나 호밀 등의 사료용 작물 재배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농식품부 여인홍 식량정책팀장은 “다음 달부터 쌀국수나 쌀라면에 쓰이는 가공용 수입 쌀가루를 밀가루 가격 수준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쌀 가공 식품을 자주 접하도록 해 거부감을 줄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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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경제 2008.4.30(수) 03:00 편집
일본 “밀가루 대신 쌀가루 권장”
일부 대기업, 유전자조작식품에도 눈돌려
일본은 주식용 쌀이 남아도는 반면 밀 등 나머지 곡물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점이 한국과 비슷하다.
총식량자급률은 41%, 곡물자급률은 27%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어서 세계 식량위기 조짐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방의 중소 국수 제조업체 중 밀가루 값 인상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 직전인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대기업은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유전자조작식품(GMO)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최대 옥수수녹말 제조업체인 일본식품화공은 2월 미국산 GMO 옥수수를 원료로 처음 구매했다. GMO 옥수수로 만든 녹말은 청량음료용 감미료 재료로 식품업체에 공급될 예정이다. 일본에서 사료와 식용유 원료에는 이미 GMO를 사용하고 있지만 청량음료용 감미료에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남아도는 쌀을 밀가루 대신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군마제분이라는 기업은 100% 일본산 쌀로 만든 쌀가루를 이탈리아 음식점과 라면 가게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쌀가루 사용을 적극 장려할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농수산성이 쌀가루를 생산하는 기업이나 농가를 지원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수입 밀가루의 20%에 해당하는 100만 t을 쌀가루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직은 쌀가루가 밀가루보다 비싸지만 세계적으로 밀가루 품귀가 심해지면 쌀가루가 경제성을 가질 것으로 일본 정부와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7월 홋카이도(北海道)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일부 국가의 식량수출 규제 문제를 의제로 올리기로 하는 등 식량위기 해소를 위한 외교 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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