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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갑 "MB 치명적 약점은 비판 싫어하는 것…CEO 대통령은 위험" 마지막 쓴소리
"박근혜, 강해져라" 주문
강영수 기자 nomad90@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원조보수’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정계를 떠나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던졌다. 친박계인 김 의원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강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월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국회를 마지막으로 정계를 은퇴하는 김 의원은 최근 ‘굿바이 여의도-‘원조보수’ 김용갑의 끝나지 안은 이야기’라는 책을 냈다.
김 의원은 책에서 “최근 이명박 정부의 행보를 보면 과유불급이라는 고사성어가 불현듯 떠오른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출범 전부터 동분서주하며 민심행보를 시작한 건 훌륭한 일이었지만 의욕만 앞설 뿐 민심과 따로 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며 “(이 대통령이)‘하루 네시간 밖에 안 잔다’고 자랑하듯 말하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이 대통령이 갖는 근본적인 모순을 드러내는 말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5년의 정치, 그것도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기업 CEO와는 달라서 하루 아침에 뭘 뚝딱 해치우겠다는 발상은 지극히 위험하다”며 “기업의 미덕이라는 것은 CEO의 생각대로 일사분란하게 밀어붙여서 단기에 이윤을 창출하는 것인 반면 한나라의 대통령은 더디 가더라도 전 국민의 뜻을 받들어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공한 CEO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혹독한 체질개선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는 제아무리 거대한 기업을 성공으로 이끈 사람이라도 대통령으로선 실패하고 만 무수한 외국의 전직 대통령들 사례를 통해 이미 검증된 사실이기도 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에게 “자신에게 비판하는 사람 보다는 좋은 소리 하는 사람만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며 “그러면 대통령이 자칫 잘못 판단하거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할 때 누가 견제하고 충언을 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개인은 완벽할 수가 없어 단점은 누구나 갖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일개 기업가도 아니고 대통령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비판을 싫어한다면 그건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며 “앞으로 누가 대통령의 독주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이 대통령은 ‘실용만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 라는 식으로 매사 실용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지만 기실 대통령의 자리에서 처리해야 하는 직무들은 실용이란 단어와 조합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실용주의는 그저 경제적인 논리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나 최고의 미덕으로 작용할 뿐 국가경영에 있어서는 가장 먼저 돌이라도 매달아 수장시켜 버려야 하는 위험물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언젠가 이 대통령은‘돈많은게 무슨 잘못인가? 일만 잘하면 되는 거지’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건 전형적인 CEO 출신 대통령의 모습”이라며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하면 국민의 심정을 보듬을 생각은 없이 무조건 일을 밀어붙이는 불도저형이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힘들어 하는지 일일이 살펴 그야말로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인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퇴임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기에 대해 언급하며 “나 역시 현직에 있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선 그리 호의적인 기억이 별로 없지만 고향마을 사람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세상사를 나누는 모습에는 큰 감동을 받았다”며“그러고 보면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그리 큰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감동을 주는, 원칙이 살아있는 대통령을 원할 뿐”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는 ‘소신있는 원칙주의자’라고 평가한 김의원은 “우려스럽게도 박 전 대표의 행보는 간혹 지나치게 원칙에 얽매일 때가 있다는 게 내 소견”이라며 “박근혜 ,그녀는 이제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의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한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예로 들며 “당시 상황은 대다수 국민들조차 박근혜의 탈당까지 점쳤을 만큼 일방적으로 ‘기습당한’측면이 컸다. 그런데도 저녁을 들며 ‘살아서 돌아오라’는 주문만으로 애써 수위를 조절하다니…”라며 “ 원칙을 지키는 아름답지만 그것이 단지 ‘원칙을 위한 원칙’이라면 그런 굴레는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이재오 의원에 대해서는 “총선 결과를 보다 겸허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자칫 냉철한 자기 성찰이 있기도 전에 성급하게 그에 반하는 정치적 제스처를 또 다시 취하려 한다면 적잖은 타격이 낭패가 우려된다”며 “그건 곧 이 의원 개인에 있어서도 적잖은 타격이 염려되는 한편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향후 정국을 풀어나가는데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8.04.29 10:48 / 수정 : 2008.04.29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