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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자, 한발 물러나 해외현장으로
● 이재용 전무 거취
아프리카 등 제3세계 돌면서 경영수업
경영능력 증명할때까지 승계 미뤄질듯
백강녕 기자 young100@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전무(40)가 삼성전자 글로벌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로 떠난다.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은 "이재용 전무는 주로 여건이 열악한 해외 사업장에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장을 체험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업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전무 해외에서 실적 내야
이 전무는 2000년 이후 매년 설과 추석 때 동남아, 남미, 중동 등지를 돌며 현지 시장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그래서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이 전무가 어느 한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 인도 같은 차세대 주력시장부터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등 제3세계를 돌며 현장을 배우고 인맥을 쌓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무에게 해외근무는 위기이자 기회다. 이학수 실장은 "이 회장은 아들인 이 전무가 주주와 임직원, 사회로부터 인정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영을 승계할 경우 불행한 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따라서 이 전무 입장에서는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괄목할 만한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은 것이다. 과거 의욕적으로 인터넷 사업(e삼성)을 벌였다 실적부진으로 접은 이 전무에겐 뼈 아픈 이야기다.
▲ 삼성전자 고객총괄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해외 사업장에서 경영수업을 하게 될 이재용 전무. 사진은 이 전무(오른쪽)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CES 2007’전시장에서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에게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그러나 결과적으로 쇄신안이 이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오히려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전무는 이미 사실상 삼성의 오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모두 물려 받지는 않았지만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행사할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가 회사를 떠나 경영 공백이 생기고 이 전무도 '해외 유배'를 떠나는 모양새지만, 다른 그룹 수뇌부와 달리 이 전무는 돌아올 사람이다. 해외에서 경험과 실적을 쌓으면 그룹을 물려받는 모양새가 훨씬 나아진다.
특검 수사에서 이 전무는 일종의 '면죄부'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전무는 장기간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에버랜드 전환사채 배정 사건'의 당사자다. 그러나 특검은 'e삼성 사건', '에버랜드 CB배정', '삼성 SDS사건' 등 이 전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여러 사건에 대해 '이 전무에겐 혐의가 없다'는 판정을 내렸다. 법적 책임과 별개로 도덕적 부담은 여전하다.
◆미래기술연구회 소속 임원 등 핵심으로 부상 예상
그래서 일부 시민단체와 진보 정치권은 쇄신안에 대해 비판적이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공동상임대표는 "쇄신안은 일시적 눈가림"이라며 "이재용 전무는 백의종군(白衣從軍)이 아니라 백의퇴군(白衣退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재용 시대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사람은 누구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장급에선 미래 기술과 제품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식견이 있는 사람들이 유력하다. 또 이 전무와 함께 바이오 에너지 분야를 포함한 차세대 먹거리 사업을 연구 중인 미래기술연구회 임원들도 향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주로 삼성경제연구소 석·박사 출신들이다.
삼성이 최근 1~2년 사이에 특채한 국제감각을 갖춘 외부 인사들도 주목 대상이다. 이 전무가 글로벌 고객총괄책임자로 해외업무를 주로 맡고 있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을 해외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측은 "이 전무가 돌아오는 시기는 1~2년 뒤지만 여론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더 짧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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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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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04.23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