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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4.12(토) 02:50 편집
“美서 모든 한반도문제는 ‘이곳’을 통한다”
美국무부 ‘코리아 데스크’ 8월에 창설 60주년
4각형의 미로처럼 생긴 미국 국무부 4층을 방문하면 좌측엔 한복, 우측엔 일본 기모노(着物)가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한복이 걸린 복도를 따라가면 ‘한국과’라는 한글 팻말이 걸린 4206호에 다다른다. 국무부 코리아 데스크 사무실이다. 3월 20일로 100주년을 맞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소속으로 한반도 문제를 전담하는 부서다.
8월이면 국무부에 한국 담당 업무를 전담하는 담당관이 생긴 지 60년이 된다. 현재 한국과에는 직원 2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1994년 제1차 핵 위기를 겪으면서 중국과, 일본과를 제치고 동아태국에서 가장 큰 과가 됐다. 국무부 관계자는 “1980년대 5, 6명으로 시작했던 것이 1990년대 중반 15명 정도로 늘었고, 2004년에는 25명으로 최정점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국과장(director)이라는 자리=제2차 북핵 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차관보의 평양 방문 때 동행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한국과장은 “한국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존재”라는 말로 한국과장 자리를 정의했다.
한국과장은 최소한 한반도 문제에 관련해서는 ‘중요한(significant) 위치’에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무부 장관이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통해 1만1265km 떨어진 주한 미국대사관으로 보내지는 업무지시 전문은 물론 서울에서 오는 한반도 관련 전문을 모두 숙지하고 보고하는 것이 한국과장의 1차적 책임이다.
1995년부터 1996년까지 한국과장을 지낸 데이비드 브라운 존스홉킨스대 교수도 “한국과장은 차관보나 부차관보를 보좌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며 그들이 가진 영향력에 비하면 권한이 약하지만 한국에는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스트로브 전 과장은 “한국과장이 중요한 이슈에 대해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립적인 권력(independent power)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국과는 엘리트 코스?=한국과의 양적, 질적 팽창은 두 차례나 전 세계적 이슈로 대두된 북한 핵문제에 기인한다. 그만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북핵문제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무부 내 한국과의 비중이 커졌다”며 “한국 외교부에서 북핵기획단이 북미국을 압도했듯 현재 미국 국무부 내에서도 인재들이 한국과로 몰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평일 야근은 물론 여간해서는 미국인들이 꺼리는 주말근무도 수시로 하고 있어 업무부담이 크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젊고 야망 있는 외교관들이 한국과를 선호한다는 게 주미대사관 측의 설명이다.
특히 북핵문제에 관한 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직원들 사이에 ‘더 보스(The Boss)’로 통한다. 그는 자신이 신임하는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걸로 유명하다.
▽한국인의 피가 흘러야 한다?=한국과는 한국계 미국인들의 무대이기도 하다. 북핵문제 해결에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 성 김 한국과장과 유리 김 북한팀장은 힐 차관보가 주한 미국대사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 온 ‘드림팀’이기도 하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국계 외교관들은 영어 문서는 물론 한글로 된 문서의 해독이 가능하고 인적정보(HUMINT) 확보 등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사관 관계자는 “과거 한국과장을 상대로 한국을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룬 것”이라며 “한국과 직원들과 주미대사관 직원들은 ‘한 배를 탔다’는 동류의식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과의 규모가 동아태국에서 가장 큰 것은 역설적으로 한반도가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근무 인력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복잡한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일본과 직원은 10명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과를 거친 사람들=60년간 한국과를 지휘했던 과장은 30여명. 하지만 한국에 잘 알려진 ‘스타급’은 그렇게 많지 않다.
1993년 과장을 거쳐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와 지금은 없어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을 지낸 찰스 카트먼 씨와 1999년 과장을 지낸 뒤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를 지낸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 정도가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1985년 과장을 지낸 해리엇 아이섬 씨는 유일한 홍일점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