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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한 박근혜, 거리로 나섰다
사학법 장외투쟁 진두지휘 ‘카리스마’ 유감없이 발휘
“3년간 노무현정권…온 국민에게 추위만 안겨” 맹성토
2005-12-13 16:16:31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13일 서울 명동에서 ´사학법 장외투쟁´ 규탄대회를 갖고 노무현 정부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 데일리안 김영욱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반발, 한나라당을 이끌고 장외 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등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박 대표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코스모스 백화점 입구에서 소속 의원 40여명과 서울시 광역의원, 당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교조로부터 우리 아이 지키기 거리 규탄대회’를 주재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날씨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영하 12도(체감온도 영하 20도)를 기록하는 엄동설한임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거리 규탄대회를 진두지휘했다. 박 대표가 거리 규탄대회에 나선 것은 입당이후 처음이다.
박 대표는 “98%의 사학이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사학까지 문제 있는 것으로 몰아붙여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노무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전날에 이어 짙은색 바지에 은색점퍼를 걸친 ‘전투복’ 을 갖춰 입었으며 ‘사학법 날치기 원천무효’라는 구호가 적힌 어깨띠를 둘렀으며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박 대표는 “3년간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은 온 국민에게 추위를 안겼다. 편가르기와 부정부패, 무능으로 추운 겨울이었다”면서 “이 정권은 봄에 새싹을 틔울 희망마저 없다”고 맹성토했다.
박 대표는 또 “사학 지도자들에게 존경이 아닌 수모와 모욕으로 답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나라당은 모든 장치를 담은 법을 내놨으나 열린당은 이를 무시했을 뿐아니라 그들의 목표는 사학비리 척결이 아니라 사학을 전교조에게 넘겨주려는 데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이어 “이제 전교조가 APEC 동영상으로 우리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길이 없다”면서 “앞으로 교실이 이념과 정치의 투쟁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당초 오전 11시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던 이날 규탄대회는 박 대표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교통사정 등의 이유로 늦게 도착해 45분이나 지연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거리 규탄대회에서 이처럼 비장하고 단호한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이번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은 지난 강정구 교수파문 당시 선언했던 구국운동처럼 결코 유야무야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당직자도 “박 대표는 사학법 강행 처리에 격노했고, 이번에야말로 여권에 뭔가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박 대표의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표가 이처럼 장외투쟁에 강공드라이브를 세게 거는 이유에 대해 박 대표 측근들은 “사학법 강행 처리에 대해 현 정권이 보수와 진보로 편가르기를 하는 중차대하고 긴박한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날 거리 규탄대회에 앞서 당 긴급의총을 갖고 장외투쟁을 놓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당 의원들을 규합하는 등 집안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동안 사학법 장외투쟁 등에 회의론을 갖고 있던 일부 소장파 등 당내 일각에서도 박 대표의 투쟁노선에 일단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껏 고조되는 투쟁상황에서 섣부른 목소리를 냈다간 자신들의 입지만 흔들리는 후폭풍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13일 명동 규탄대회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안 김영욱
규탄대회에 앞서 박 대표는 사학법을 비롯한 여권의 이념대결 조장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현안들에 대한 복잡한 심경과 함께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날 동국포럼 특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올초 연정하자는 둥 정치에 올인하는 바람에 나라가 편할 날이 없었고, 연말은 조용히 지내려고 했는데 사학법 날치기 통과 때문에 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며 “고통 많은 한해였다”고 복잡한 심경을 표출했다.
그는 “사학법을 꼭 막겠다고 해놓고 못 막아 죄송하다”면서 “이 정권이 가고자하는 끝이 어딘지 분명히 보여준다”며 한나라당은 사학법 반대투쟁을 치열하게 보여줄 것임을 밝혔다.
박 대표는 이어 “우리나라 장래를 생각할 때 가슴이 아프다”며 “간첩을 민주화인사라고 하지 않나, 강정구 교수를 검찰의 중립성까지 훼손하며 지켜주질 않나, 이런 것들을 지적하면 색깔론으로 몰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현 정부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과거사위원회 발족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부모님이 흉탄에 돌아간 나 역시 피해자”라며 “역사에 대한 피해의식이 남아 있다면 이제 한단계 뛰어넘어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승화시켜야 하는데, 정부는 각 부처마다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재탕 삼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황우석 교수 사건을 언급하며 “이 사회는 과학기술분야까지 이념적으로 풀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를 이해 못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표의 사학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반발 행보는 오후에도 이어져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 의견을 들었다.
박 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 참석한 뒤 오후 1시 30분경 곧바로 명동성당을 방문해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박 대표는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인 최성규 목사도 방문해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개정 사학법 강행 처리에 대한 사회 각계 어른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13일 한나라당 사학법 장외 규탄대회에 박사모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안 김영욱
[김영욱/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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