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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3.14(금) 03:00 편집
北-美 핵교착에 ‘단비’ 내리나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가 12일 스위스 제네바로 출발하기 전 워싱턴 의사당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北 김계관과 제네바서 반년 만에 회동
북한과 미국이 13일 반년여 만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다시 만나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 핵문제의 돌파구 마련을 시도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낮(현지 시간) 제네바 미국대표부에서 만나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시리아로의 핵 이전 의혹 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특히 힐 차관보는 신고의 형식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혀 양측 간에 모종의 타협안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회담 일정은 일단 14일 오전까지로 예정돼 있으나 연장될 수도 있다. 14일 협의는 북한대표부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힐 차관보는 이날 회담 시작 전 “북한 측에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요구할 것”이라면서도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3월은 중요한 달이다. 이달 안에 핵 신고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으면 전체 프로세스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전 미리 제네바에 도착해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묵은 김 부상은 호텔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보인 뒤 회담장으로 향했다.
이에 앞서 힐 차관보는 12일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제네바 회동은 북한 측 제의로 성사된 것”이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가 주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북한의 핵 신고 형식에 대해선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형식의 유연성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에 대한 유연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힐 차관보는 ‘형식의 유연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북-미 간에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UEP와 시리아 핵 이전 의혹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 차원에서 포함돼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북-미 협상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핵 프로그램 신고에서 UEP와 시리아 문제를 분리하는 게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지난달 한중일 3국을 방문한 뒤 “나는 북핵 신고가 진전될 경우 어떤 형태가 되고 (분량이) 몇 페이지가 될지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해 핵 신고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사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이 신문은 또 미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라이스 장관과 힐 차관보는 북한의 플루토늄 비축을 국제안보의 진정한 위협으로 여기고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한편 UEP 문제와 시리아 핵 이전 의혹은 ‘과거 문제’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힐 차관보도 올해 1월 30일 미국 애머스트대 특강에서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2002년 수입한 수천 개의 알루미늄관을 현재는 핵물질 생산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대체적인 결론을 내렸다”며 모종의 접근법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해 북핵 6자회담 합의를 통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과 함께 UEP 문제, 시리아 핵 이전 의혹까지 모두 밝혀야 ‘완전한 신고’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UEP와 시리아 핵 이전 의혹에 대해선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핵 신고 내용에 두 가지를 포함시킬 수 없다며 거부해 왔다.
제네바=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