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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3.11(화) 12:21 편집
李대통령 “국익위배 되면 동맹없다”
이대통령,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통상부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유명환 외교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
외교부 중심 대북정책 시사.."대북 셔틀외교 가능"
"외교부가 자원외교 중심돼야"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새 정부의 지향점인 `창조적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한 외교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업무보고에서 한미동맹, 북핵문제 등과 관련한 과거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며 국익에 부합한 `실용외교'를 주문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본과 셔틀외교를 하는데 북한과 못할 게 뭐가 있느냐. 언제든 자주 만난다"면서 이념과 전략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대북관계 재설정을 요구했다.
◇"외교도 예외없이 창조적 실용주의" =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수차례 `창조적 실용주의'를 언급하며 외교정책의 선진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과거에 과연 얼마만큼 창의적, 실용적 외교를 해왔나"라고물은 뒤 "외교에도 예외없이 실용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세계 각지에서 근무하면서 세계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실용주의 입장에서 변화를 가져와야 할 지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세계가 지금 빠른 속도로 변하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우리가변한다면 우리는 변화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세계가 변하는 속도의 한걸음이라도 앞서 변화를 추구해야 동북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대선기간 "세상이 시속 100㎞로 변하는데 우리가 99㎞로 변화하면 그것은 변화가 아니다. 우리는 착각하고 있다"면서 내놓은 `속도론'을 외교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
그러면서 최근 어려운 대내외 환경을 거론하면서 실용외교의 대표적인 예로 `자원외교'를 강조했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지만 세계적 환경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한 이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서 어제 6% 성장, 3.8% 물가상승 등의 목표를 발표했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가능할까' 생각을 하지만 국민과 정부와 기업과 근로자 등이모두 합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원외교로,그 중심역할을 외교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외교부에 불만" = 이 대통령은 과거 외교부의 역할에 대해 "불만있다"는 말로 `기강잡기'에 나섰다. 전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제기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에 대한 질책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남북 관련 현안과 4강(强)외교 등에서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고 무겁게 운을뗀 이 대통령은 "저는 외교부가 지난 기간에 한 것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만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불만이 좀 있다고 분명히 이야기한다"고 통렬한 비판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와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외교부는 제 역할을 못했다"면서 특히 "외교부 자체가 생각이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어 여러 갈래로 의견을 달리했다"고 지적했다.
한미 및 한일외교와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외교부의 역할이 무엇이었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계가 있다면서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외교부가 국제외교 측면에서 지혜롭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역사에서 보듯 인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한국의 운명을 좌우했고 21세기는 다자간 협력체계로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21세기 세계추세와 맞지 않는 외교행태를 했다"면서 "그 중심에 외교부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아마 1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조상들이 동북아에서 불리한 조건하에서 대처를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관련해서는 "외교부가 훌륭하게 협상을 해왔다"고 칭찬한 뒤 "그런 점은 인정하면서 여러분에 대한 변화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가장 슬기로운 외교는 국익 부합" =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철저히 국익에 부합하는 외교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친미(親美)도 친중(親中)도 없다고 생각한다. 국익이 서로 맞으면 동맹이 될 수 있다"면서 "국익에 위배되면 오늘 시대에 동맹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미국도 국익에 위배되면 한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슬기로운 외교는 미국과 한국의 국익을 맞추는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지혜로운 외교를 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강대국 외교와는 다르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외교부내에서 친미, 반미라는 (분열된) 분위기가 있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北 인권 대북전략 아니다", "北과 셔틀외교 못할 이유 있나" =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을 조국으로 인식하고 남북화합 및 공동번영을 위해 양 정상이 언제든지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다는 `발전적' 입장을 밝히면서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실용주의'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는 동시에 향후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통일부 보다는 외교통상부에 무게중심을 둘것임을 내비쳤다. 즉, 대북관계를 국제관계의 틀 속에서 풀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간접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 대통령은 "북한은 통일해야 될 하나의 조국임은 틀림없다. 북한 주민을매우 사랑하며,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인권 문제를 논할 때는 대북전략적 측면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행복기준을 갖고 얘기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느 곳에서 태어나든 최소한의 기본 행복 추구권을 갖고 있으며 그런 관점에서 북한 인권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전략이 절대 아닌 만큼 외교통상부도 그렇게 함께 이해를 해 주는 것이좋을 것 같다"면서 "우리는 북한과 대치해 남북간 화해에 손상이 간다든지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으며, 어느 때보다 남북이 화해하고 화합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양측간 실무자급 회담 필요성도 힘주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남의 나라에 손을 벌리지 않고도 빠른 시간 내에 자립하길 원한다"면서 "그렇게 돼야 남북통일도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언제든지 마음의 문을 열고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남전략, 대북전략 이런 구시대적 발상은 안 되고 또 어느 누구도 무력을 통해 통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실무자든 누구든 서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임기 중에 한 번이든, 언제 어느 때든 자주 만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셔틀외교'를 하는데 북한과 못할 것이 뭐가 있느냐"고도 했다.
남북 양국의 바람직한 자세와 함께 외교통상부 중심의 대북정책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남은 북에 대해, 북은 남에 대해 주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서로 존중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해야 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통일부도 관계되지만 외교통상부에서도 새로운 자세로 대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외교통상부가 창조적 실용주의를 중심으로 그런 관점에서 한번 대책을 세워달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