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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8.3.4(화) 02:59 편집
국무회의 “일 중심으로” 격식파괴
李대통령-국무위원 마주보게 배석 이명박 대통령(윗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이 3일 청와대에서 새 정부의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회의 1시간 30분 앞당겨 8시부터… 배석 비서관 21명서 10명으로 축소
대통령-국무위원들 직접 차 타서 티타임
“보고 대신 토론” 참석자간 거리도 좁혀
■ 李대통령 주재 첫 회의
“안녕하세요, (뒤에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차 드세요.”
3일 오전 7시 50분경 청와대 내 국무회의장 앞.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인스턴트커피를 머그잔에 타 마시던 이명박 대통령은 긴장한 듯 뻣뻣하게 서 있던 국무위원들을 불렀다. 며칠 전 자신의 주문대로 국무회의장이 재배치된 것을 보고는 “이래야 회의가 된다”며 흡족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3일 국무회의는 그 내용이나 운영 방식 모두 정권 교체를 실감케 하는 현장이었다. 핵심은 이른바 ‘창조적 실용주의’와 ‘격식 파괴’였다.
○ 국무회의실 리모델링
오전 8시 시작된 국무회의 인사말에서 이 대통령은 “(나이가 많은 한승수) 총리께서 (사정이) 된다면 매주 화요일 오전 8시에 (대통령 주재의) 국무회의를 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의 국무회의는 보통 이보다 1시간 반 늦은 오전 9시 반에 열렸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총리가 주로 주재할) 임시 국무회의는 오후에 열어서 시간에 관계없이 난상토론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는 오전 일찍 열어 점심 전 마치고, 총리 주재 회의는 오후에 열어서 밤늦게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조만간 시작될 각 부처 업무 보고는 원칙적으로 오전 7시 반부터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가 아닌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무회의장인 청와대 세종실도 리모델링됐다.
우선 회의장 테이블 한가운데에 있던 대형 빔 프로젝터가 치워져 양쪽 국무위원들 간의 거리가 4.93m에서 3.43m로 1.5m 가까워졌다. 대통령의 좌석도 맨 앞쪽의 직사각형 탁자에서 중앙의 타원형 탁자로 옮겨져 국무위원과 마주 보며 회의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대통령과 총리를 제외한 참석자도 기존 30명에서 7명 줄어든 23명이었고 대통령비서관들은 기존 21명에서 10명만 배석했다.
○ 자유토론식 국무회의
이날 국무회의는 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보고와 토론 도중 불쑥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등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를 보고받던 중 “유류세 인하에 따른 가격 인하 혜택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야지 유류 소비 증대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특히 대형차를 타는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또 한승수 총리가 “2009학년도 대입 요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 대통령은 곧장 “언제 입시 관련 스케줄을 발표하겠다는 예고라도 해야 한다. 그것이 대국민 서비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말미에는 그동안 누차 강조해 온 ‘현장 행정’의 중요성을 다시 언급하며 “국무위원들이 바쁘겠지만 주 1회 정도는 현장을 방문하면 더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1일 경기 김포시의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것을 거론하며 “중소기업이 신기술로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달계획을 마련해 사들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오랜 관습과 전통도 중요하지만 세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 변화 속에서 조금만 주춤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국무위원들이 책임과 자율을 갖고 각 부처에서 실질적인 실용적 변화를 추구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