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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학법비대위 구성
한나라당은 10일 국회의 사학법 강행처리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정병국(鄭柄國) 홍보기획본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회의를 열어 비상대책위를 구성, 11일 첫 공식회의를 개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본부장은 "비대위원장은 최고위원 가운데 한 분이 맡게될 것"이라며 "비대위가 앞으로 장외투쟁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할지, 시민.종교단체와는 어떻게 연계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이른바 4대법이 이런 식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국가정체성에 대한 선은 명확히 그어줄 필요가 있다"면서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이 있는 한 원내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며 임시국회에 등원하지 않고 대여 강경 장외투쟁을 이어갈 방침임을 거듭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9일 국회에서 통과되자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사학단체들은 “부당한 법률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학단체들은 사학법 강행 처리에 대한 항의 표시로 △내주 중 하루 휴업 실시 △내년도 신입생 모집 거부 △학교폐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혀 일선 학교에서 혼란이 예상된다.
전국의 사립학교는 초중고교 1777개교, 전문대 147개교, 대학 205개교 등 2129개교로 전체의 19%를 차지한다.
○ 사학단체 “불복종 투쟁”
법인연합회는 종교계, 시민사회단체, 학부모단체 등과 연대해 사립학교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대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법인연합회는 우선 내주 중 학교별로 하루씩 휴업하는 ‘휴업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해 교육당국과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법인연합회는 개정 사학법이 사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학의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지하고 학교폐쇄 수순도 밟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학교폐쇄는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사학들이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을 경우 엄중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연합회 조용기(趙龍沂) 회장은 “현 집권세력이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학제도를 무너뜨리고 교육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국민과 함께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현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경북사립중고교교장협의회 손수혁(孫秀赫·경주신라공고 교장) 회장은 “전교조가 학교운영을 장악하겠다는 의도에 정부와 여당이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 종교계도 거센 반발
종교단체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이날 성명을 내고 “개정 사학법은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없도록 사학에 사형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없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기대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학들의 투쟁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계 주요 교단 총회장과 신학대 총장 등 30여 명은 7일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한기총은 10일 오후 5시 반 서울시청 앞에서 개최할 예정인 ‘북한 인권’ 관련 집회를 사학법 개정 규탄과 대정부 투쟁 집회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계가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과 선교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는데 외부 인사가 간여하면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 전국 초중고교 중에는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종교단체들이 세운 학교가 524곳이다.
○ “사학 사실상 공립화하려는 것”
우리나라 사학들은 광복 이후 교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지역 유지들에게 육영사업에 사재를 출연하도록 권유해 출발한 곳이 대부분이다.
사립학교는 당초 등록금 책정권을 갖고 있었으나 1975년 평준화제도 도입으로 정부가 등록금 책정과 학생 배정을 맡으면서 재정난이 발생했다. 정부는 이를 메워 주기 위해 교사 인건비와 학교운영비 등을 재정결함보조금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 사학 관계자는 “정부가 학생 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을 빼앗아 생긴 사학의 재정난을 보전해 주는 것인데 마치 시혜를 베푸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차라리 정부 지원을 끊고 사학에 자율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학단체들은 사학 전체를 ‘비리 사학’으로 매도하는 데 대해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현행법으로도 일부 비리 사학은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는데 법까지 고쳐가며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한 것은 사실상 공립화를 위한 학교 찬탈 시도라고 보는 것이다.
사학들은 전교조 출범 이후 일선 학교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재단 비리를 들춰 분쟁을 일으키면서 불신이 깊다. ‘개방형 이사=전교조 이사’로 볼 정도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학교 운영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반대해 교육현장이 황폐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오랜 숙원 풀었다” 환영도
전교조 등 4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립학교법개정과 부패사학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부패 사학에 대한 견제장치가 강화된 것은 다행이며 오랜 숙원인 사학법 개정안 통과를 환영한다”며 “사립학교의 투명성·공공성 확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 사학운영 어떻게 바뀌나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로 사립 초중고교와 대학 운영에 외부인이 참여하는 등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개정 사학법의 핵심은 외부 인사를 법인이사회에 참여시키는 개방형 이사제다.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인사로 이사진의 4분의 1 이상을 선임하도록 했다. 이사가 7명이면 2명, 9명과 11명이면 3명, 13명과 15명은 4명이 개방형 이사가 되는 셈이다.
이사 선임은 학운위나 대학평의원회가 개방형 이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하면 이 가운데 이사회가 선택해 선임하는 형식이다. 법인에 이사 선택권을 최대한 배려한다는 취지로 국회의장 중재안과 같다.
비리 등으로 이사 취임이 취소된 인사는 복귀 금지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복귀할 때에도 이사진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한번 쫓겨나면 다시 이사회에 들어오기 어렵게 된 것이다.
감사의 내부 감사기능 강화를 위해 감사 2명 중 1명도 학운위나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받은 인사로 임명된다.
또 대학에는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조직과 운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논란이 됐던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의 법제화는 유보됐다.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돼도 당장 모든 학교 법인의 이사진이 교체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 사학법 부칙에 시행 시기를 내년 7월 1일로 정해 놓았다. 이때부터 법인이사회의 결원이 생기면 새 법에 따라 4분의 1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면 된다.
개정 사학법은 개방형 이사제 도입 원칙만 정해 놓은 것이고 이사 선임 방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 초중고교에는 학운위가 이미 구성돼 있으나 대학은 현재 대학평의원회가 임의 기구여서 대학마다 이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또 친족의 이사 참여 제한을 정수의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강화하고 공립과 마찬가지로 4년 중임 학교장 임기제가 도입됐다. 학교장은 학교 예산을 편성해 학운위와 대학평의원회 자문을 거쳐 이사회에서 심의 의결해야 한다.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학의 투명한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며 “개방형 이사 선임 방법 등은 건학이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