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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한나라로 정권교체 생각 변함없다”
말문 연 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오전 나흘간의 칩거를 끝내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서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 박근혜, 예상 넘는 강한 톤으로 李지지 표명
“난 말에 책임지는 사람… 선거운동은 당연
요즘 실망 많아… 李후보 말 실천 힘써주길
내가 공식석상 다니면 오히려 누 끼친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12일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일축하며 이명박 대선 후보의 손을 들어 줬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나흘간의 칩거를 끝내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나서며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전 총재 출마와 관련한 언급은 기자들이 묻기도 전에 먼저 던진 것으로, 측근들조차 “‘경선에 승복한다는 생각에서 변한 게 없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라며 의외로 강한 발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저는 변함이 없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해야 한다는 처음 생각에서 변함이 없다”며 “저는 한나라당 당원이고 한나라당 후보는 이명박 후보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씩 ‘변함이 없다’라며 8월 20일 전당대회에서 밝힌 ‘경선 승복’ ‘백의종군’의 자세에서 달라진 게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날 이 후보의 기자회견 중 ‘당헌 당규대로 대선과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것’ ‘당선되면 대통령 업무에만 충실할 것’이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후보가 정치 발전과 당 개혁이 이어지도록 애착과 의지를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라며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반대로 “승자가 공천권을 갖고 무소불위로 휘두르면 그야말로 구태이고 무서운 정치”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목을 박 전 대표가 측근들의 예상보다 이 후보의 손을 더 빨리, 확실하게 들어준 배경으로 보고 있다. 즉 이 후보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선 후 박 전 대표 측 인사에 대한 ‘정치 보복’을 하지 않고, 현 지도체제를 내년 7월까지 보장하겠다는 점을 정치적 제도적으로 약속한 것으로 박 전 대표가 받아들였다고 해석한 것이다.
박 전 대표 쪽에서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비판→이 후보의 협조 요청 거부→칩거’ 등 일련의 행보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한 뒤 이날 ‘이회창 비판, 이명박 지지’를 선언하게 됐다는 것.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마음에는 원래 이 전 총재가 없었지만 이 후보 진영의 오만함에 화가 나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내 상황에 대한 여론도 박 전 대표의 결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변수’로 보수 진영 유권자의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SOS’에 계속 침묵하다간 ‘이게 진정한 경선 승복이냐’라는 비판론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 국민의 반응을 주의 깊게 보는 편이다”며 “침묵하는 동안 앉아서 계산하는 듯이 비치는 것에 매우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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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전 대표 일문일답
―이 후보의 전날 회견에 대한 평가는….
“저는 제가 한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다만 이 전 총재가 비난을 감수하고 출마한 것은 한나라당이 그간 여러 가지 일들을 뒤돌아보고 깊이 생각해 잘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 강재섭 대표가 참여하는 정례회동을 제의했는데….
“대선은 후보가 중심이 되어 치러야 한다. 필요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다. 정당 개혁이 이뤄졌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굉장히 실망스럽다. 원칙과 상식에 따라 당 운영을 해달라는 것보다 더 바라는 것이 없다.
승자이고 패자이고 간에 공천권을 가져선 안 된다. 원칙이 무너져 과거로 회귀하고, 구태정치가 반복되는 것은 그간의 당 개혁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이다. 원칙대로, 당헌 당규대로 원칙과 상식을 갖고 하면 된다. 이 후보도 어제 회견에서 그런 취지로 말했다.”
―이 후보의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이 후보가 말한 대로 당을 잘 이끌어 주고, 그렇게 실천해 힘 써주시는 데 달려 있다.”
―이 후보가 ‘국정운영 동반자’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전당대회 이후 난 변한 게 없다.”
―향후 선거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원이니까 선거 때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한다. 경선에서 진 사람으로서 깨끗이 승복하고 조용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제가 공식석상을 다니고 그러면 오히려 누가 된다.”
―조만간 이 후보를 만날 것인가.
“필요하면 만나면 된다. 뭘 그리 새삼스레 자꾸 물으시나.”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