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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박풍(朴風)´ 타고 다시 집권 향해 ´순항´
박 "한나라당으로 정권 교체… 창(昌) 출마, 정도 아니다"며 손 들어줘
´정치적 파트너·소중한 동반자´ 언급 등 당내 실체 인정이 주효했던 듯
2007-11-12 13:00:43
이회창 전 총재의 무소속 대선출마와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갈등 문제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던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박풍(朴風)´을 타고 다시 집권을 향해 ´순항´하게 됐다.
그간 이 후보 측의 거듭된 화해 요구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며 장고(長考)를 거듭해온 박 전 대표가 12일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처음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이 전 총재의 대선출마는 “정도가 아니다”고 비판하고 나선 것.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면서 “박 전 대표는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파트너이자 소중한 동반자”라는 이 후보의 전날 회견 내용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난 내가 한 일에 대해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난 한나라당 당원이고 한나라당 후보는 이명박 후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 8월 당내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과 함께 ‘백의종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을 재확인했을 뿐만아니라, 향후 대선 과정에서 ‘이 전 총재가 아닌, 이 후보를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더구나 최근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인해 당의 ‘텃밭’인 영남권과 충청권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 전 총재와의 관계에 대해 선을 분명히 그은 것으로서 향후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 표심(票心) 결집에 큰 ‘촉매’가 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전날 회견을 통해 “대선 전이든 이후든 박근혜 대표 시절 만든 권력 분산과 민주주의 정신에 충실한 당헌·당규는 지켜져야 한다. 이 절차에 따라 대선과 총선을 치르게 될 것이다”고 비록 원론적인 의미의 표현이긴 하나 박 전 대표 측이 요구해온 ‘당권-대권 분리’와 ‘총선 공천권 불개입’ 의사를 거듭 밝혔다.
또 그는 “박 전 대표와 함께 정권을 창출하겠다”며 “정권 창출 이후에도 주요한 국정 현안을 협의하는 ‘정치적 파트너’로서, ‘소중한 동반자’로서 함께 나아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전날 이 후보의 회견 내용과 관련, “이 후보가 발표한 내용은 어떤 협상의 결과가 아니다. 경선 이후 당내 갈등이 말끔히 치유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가 ‘이 후보 측의 진정성 있는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인만큼, 그에 대한 자성에서 출발한 것이었다”며 이 후보의 진정성을 헤아려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후보 측근인 공성진 서울시당위원장 또한 불교방송 <조순용의 아침저널>을 통해 “이 후보가 평소 ‘여의도식 정치’를 탈피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든 걸 이끌어왔던 조직을 바꾸겠다고 한 것이다. 결국 같은 목표(정권 교체)를 향해 함께 나가겠다고 한 것인데 잘못 이해된 측면도 있다”고 박 전 대표 측의 이해를 구했다.
당내 소장파의 ‘리더’격으로서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던 원희룡 의원 역시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를 통해 이 후보의 ‘화해 제안’와 관련, “늦었지만 당연히 가야할 조치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하면서 “(승자 쪽에서) 상대의 상처를 더 자극하는 언행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패자 쪽에서 ‘이것 내놔라, 저것 내놔라’는 등 ‘거래’식으로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승자는 승자대로 진심으로 끌어안고, 또 패자는 패자대로 사심 없이 협력하는 감동의 연속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경선 결과 이 후보가 박 전 대표를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는 게 출발점이다”면서 과거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金)’의 관계를 예를 들며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면 그에 따라 서로 공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질서가 만들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박 전 대표가이 후보의 손을 들어주게 된 데는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파트너’ ‘소중한 동반자’”라며 우회적으로나마 ‘박 전 대표와 측근 인사들의 당내 실체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대선일이 불과 3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 후보 측과의 갈등 양상이 점차 당권과 내년 총선 공천권 등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처럼 비춰지는데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 후보의 ‘화해 시도’를 사실상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선 그가 당내 정치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칫 박 전 대표 본인이 전면에 나설 경우 당의 ‘위기’ 상황을 이용해 세력화를 꾀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당 관계자)이다.
박 전 대표 또한 ‘본격 선거전에서 유세에 참석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세 참석은) 당원으로서 선거가 시작되면 해야 하는 일”이라며 “경선에서 진 사람은 승복하고 조용히 있는 게 돕는 거다. 선거 시작 전에 내가 나서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27일 이후엔 이 후보를 위한 전국 유세에 나서겠지만, 그 이전엔 오히려 움직임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접근이 앞서 박 전 대표의 ‘백의종군’ 언급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게 당 주변의 반응.
다만 대선 이후를 내다보며 향후 공천권 문제 등에 대한 확답을 받기 위해 이 후보 측과의 ‘물밑 접촉’ 등을 해 나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실제 박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공천권을 왈가왈부하며 ‘패자가 공천권을 가지면 안 된다’는 보도를 봤는데 그럼 승자가 공천권을 갖고 무소불위로 휘둘러야 한다는 말이냐”며 “그게 바로 구태정치고 무서운 정치다. 승자고 패자고 간에 공천권을 가져선 안 된다. 그런 원칙이 무너지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그간의 당 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후보 측은 이날 박 전 대표의 언급과 관련,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대변인은 “박 전 대표가 역시 원칙을 지키는 큰 정치인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한나라당이 더욱 더 마음과 소통의 정치로 하나가 돼서 정권교체를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간 이 후보 측을 겨냥해 날을 세우면서도 박 전 대표의 의중을 정확히 짚지 못해 일견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측근들 사이에서도 또한 박 전 대표가 직접 이후의 방향 설정을 한 만큼 “당내 ‘화합’까지는 아니더라도 ‘갈등 봉합’은 이뤄지지 않겠는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이날 지역별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인 ‘국민성공대장정’ 대구·경북대회 참석차 대구를 방문한 이 후보는 이에 앞서 대구시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회의를 통해 “오는 12월19일 선거일까지 우린 옆으로도 뒤로도 좌면우고(左眄右顧)할 시간이 없다. 그동안 당이 국민에게 심려를 드린 바 있지만, 오늘부터 합심해 오로지 미래와 국민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며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화합을 거듭 당부했다.
[장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