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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입력 : 2007.11.02 22:47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11/02/2007110201076.html
'최병렬 수첩'엔 뭐가 있길래…수사 단초 될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의 ‘아킬레스건’인 2002년 대선자금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측은 대선자금 관련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병렬 전 대표의 수첩을 봤다며 대선잔금 사용처 등의 의혹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고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재수사를 촉구했다.
최 전 대표의 수첩 내용은 검찰 수사에서 삼성에 되돌려준 것으로 밝혀진 채권일 것이라거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로부터 모은 불법 자금 내역이라거나, 또는 대선 자금 중 전국 지구당 및 시도지부에 내려보낸 돈의 내용일 것이라는 추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일단 2004년 3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해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이회창 후보)과 민주당(노무현 후보)의 대선자금 규모나 모금 방법 등의 의혹을 상당 부분 규명한 마당에 같은 내용에 대해 또다시 수사를 벌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3년이어서 2000~2002년 이뤄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을 다시 들춰내본들 ‘처벌 가능성’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정치권 공방으로만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 2002년 대선자금 수사 결과는 = 2004년 3월 대검 중수부는 대선자금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삼성 등 주요 대기업 등에서 불법 모금한 자금은 각각 823억원과 113억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한나라당은 중앙선관위에 법정한도액에 못 미치는 226억원, 민주당은 274억원을 썼다고 신고했지만 추가로 수백억원을 더 끌어모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나라당에 불법 자금을 제공한 기업은 삼성(채권 300억원, 현금 40억원), LG(150억원), SK(100억원), 현대차(109억원), 한화(40억원) 등이었고 민주당은 노무현 후보의 최측근이던 안희정씨가 삼성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SK(10억원), 한화(10억원), 금호(7억5천만원), 현대차(6억6천만원), 롯데(6억5천만원) 등이 자금을 전달했다.
검찰은 또 2005년 12월 800억원대 삼성채권의 행방을 정리함으로써 2003년 8월 SK 비자금 사건으로 불거진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마침표를 2년3개월여만에 찍었었다.
대선자금 수사로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의 10분의 1을 더 썼다면 그만 두겠다”는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고, 한나라당도 대선자금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로부터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에서 50억원이 담긴 스타렉스 승용차를 두 차례에 걸쳐 통째로 넘겨 받는 수법으로 100억원을 챙겨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회창 전 총재는 “법적 책임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해 대선 직후 이미 정계를 은퇴했으며, 정계복귀를 운운할 여지는 더 이상 없다”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 ‘최병렬 수첩’ 내용 뭘까 =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최병렬 전 대표의 수첩에 2002년 대선 당시 자금 모집과 잔금 처리와 관련된 충격적인 내용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그 내용이 검찰 수사에서 삼성에 되돌려준 것으로 밝혀진 채권이라거나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기업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불법 자금 내역이라거나 대선 자금 가운데 전국 지구당 및 시도지부에 내려보낸 돈의 내용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 전 대표도 지난 5월 언론 인터뷰에서 “삼성이 이 전 총재에게 무기명 채권으로 준 돈이 250억원인데, 그 중에서 205억원이 대선 때 쓰고 남아 당에 들어왔다”며 “당시 김영일 사무총장이 51억원을 환전해 쓰고 마지막에 남은 돈 154억원은 이 전 총재 측근인 서정우 변호사에게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검 중수부는 대선 수사 결과 발표 때 삼성이 2000~2002년 사채시장에서 매입한 ‘묻지마 채권’ 837억원 중 361억1천만원이 정치자금으로 제공됐고 443억3천만원은 삼성에서 보관하고 있으며 나머지 32억6천만원은 퇴직임원 격려금 등으로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돈은 한나라당 300억원, 노무현 캠프 15억원, 자민련 15억4천만원 등이다.
따라서 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이 언급한 대선 잔금이 모두 삼성 측에 되돌아간 점을 감안하면 삼성 채권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며, 최 전 대표의 인터뷰 내용과 검찰 발표의 채권 총액 규모도 50억원의 차이가 난다.
아울러 당시 검찰 수사가 삼성, SK, LG, 현대차 등 대기업 위주로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다른 기업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대선자금이 수사의 표적에서 벗어나 잔금으로 남아있고 그 내역이 수첩에 적혀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검찰이 각 당이 전국 지구당과 시도지부에 내려보낸 불법 대선자금 ‘출구조사 규모’가 한나라당과 노무현 캠프가 각각 410억원, 42억5천만원이라고 밝히면서도 그 실제 사용처 등에 대한 수사를 할 여력이 없었던 상황이어서 이들 자금이 실제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대선자금 수사 다시 할까 = 2일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문병호 의원은 “2002년 정치자금을 받은 걸 제대로 뒷처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있고 그걸 당에 넣지 않고 착복했으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인데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정성진 장관에게 따졌다.
정 장관은 “진상을 규명해 그런 사실이 있고 공소기간에 문제가 없으면 검찰이 적절히 대응할 걸로 본다”며 “수사의 자료와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수사 원칙상 당연히 (수사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통상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진상 규명’이 아닌 ‘범법자 처벌’을 전제로 하는 검찰이 수사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더군다나 2002년 대선자금 문제는 몇차례에 걸쳐 걸러진 만큼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이 엄정하게 수사한 뒤 결과를 발표했고 정치권도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봉합한 사안을 또다시 들춰내는 것은 정치 공방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그러나 최 전 대표가 수첩을 공개하고 이전 수사 결과와 다른 팩트를 상당히 구체적ㆍ객관적으로 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