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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정부에 ´분노´못참아 서울로 달려온 경기민
광화문서 대규모 집회..."제2국토균형발전정책에은 수도권 죽이기 마각"성토
2007-10-09 18:45:29
◇ 9일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주최로 2단계 국토균형개발법반대집회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국토균형개발법이 경기도만을 제외한 국토균형개발법이라면서 경기도민의 힘을 보여주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데일리안 김창기
각급 지자체의 발전 정도에 따라 차등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이 경기도의 거센 반발과 함께 ‘이중규제’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지역분류 제도화 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전국 자치단체를 낙후도에 따라 낙후-정체-성장-발전 등 4개 등급으로 나눠 기업에 차등적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인구, 재정, 산업·경제, 복지, 인프라 등 5개 분야 14개 지역분류 지표 시안을 기준으로 전국의 234개 지자체를 낙후 59개, 정체 55개, 성장 62개, 발전 58개로 잠정 분류하고 각 지자체를 4단계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낙후지역은 호남권과 영남권이 각각 21곳, 충청권 10곳, 강원권 7곳 등 모두 59개다. 정체지역은 영남권이 15곳, 충청권 13곳, 호남권 12곳, 강원권 10곳, 제주특별자치도 4곳, 인천 1곳 등 55개, 성장지역은 영남권이 36곳, 경기·인천 7곳, 충청권 10곳, 호남권 8곳, 강원권 1곳 등 62개다. 발전지역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포함해 인천 8곳과 경기 24곳이 해당됐다.
이 안의 핵심은 4단계 발전정도에 따라 지자체별로 기업에 대한 법인세 차등 감면, 건강보험료 경감 등의 혜택 등을 차등적으로 적용받는다는 것.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이 안이 또다른 역차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이 낙후지역으로 옮길 경우 법인세를 최초 10년간 70%, 이후 5년간 35%를 감면받는다. 이로 인해 성장 또는 발전 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의 기업 이전이 가속화 돼 고용감소와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환경보호와 안보논리로 개발에 제한을 받아온 경기도로서는 이중으로 발목이 묶인 셈이다.
경기도는 “경기 북부 지역의 경우 변변한 고속도로 하나, 대학 한곳 없을 뿐 아니라 제대로 된 영화관도 없는 지역인데 어떻게 이같은 현실적 조건은 외면한 채 경기도 전역을 성장 또는 발전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느냐”며 이번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2단계국가균형발전정책철회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상현, 이하 비대위)를 구성하는 한편 잇따라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비대위는 경기도 내 기초자치단체장과 경제인, 시민단체 대표 63명으로 구성된 단체다.
비대위는 9일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역차별과 중첩규제인 지역분류 제도화방안 시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규탄대회에는 김문수 지사를 비롯해 경기도내 관련 단체들과 도민 5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도민들은 “추수도 손놓고 달려왔다. 우리의 아픔이 다른 지역의 행복이 된다는 발상이 균형발전이냐” “우리는 정부의 봉이냐” 등 불만을 토로했다.
규탄대회에 연사로 나선 이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도 말살정책” “도민 가슴에 대못질” 등 강도 높은 비판을 하며 “대한민국의 심장인 경기도를 도려내면 국가가 사느냐”고 질타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정부의 국가균형법 지역분류는 시장경제를 무시한 나라의 근간을 허무는 행위일 뿐 아니라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가장 낙후된 연천, 포천 등 최전방 지역과 파주, 김포 등을 수도권이라는 이름 아래 각종 규제를 취하면서 아무런 배려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대한민국에 있는 미군부대 90%가 경기도에 있고 군사비행장이 33개, 포사격장 117개에 동아시아지역의 최대훈련장도 경기도에 있다”면서 “전체 도시면적의 42%가 미군기지인 동두천이나 군사시설보호구역이 98%에 달하는 연천 등은 안보논리에 의해 개발제한의 불이익을 당했는데도 이들 낙후지역을 경제도시ㆍ광역시 등과 똑같이 분류한 건 정신나간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지사는 “벽제화장장부터 서울시민이 쓰는 화장장ㆍ납골당ㆍ묘지만 13개가 있고 분뇨처리장, 음식물쓰레기 처리장 등도 모두 경기도에 있다”며 “물 문제도 심각하다. 공급자인 양평, 가평, 여주, 광주, 용인, 남양주 등은 팔당댐 상수원으로 지역개발에 제한을 받는데도 물값은 소비자인 수자원공사와 환경부가 받는 등 환경보호의 혜택도 없다”고 질타했다.
김 지사는 “제주도에도 있는 국립종합대학, 국립박물관이 유일하게 없는 지역이 경기도”라면서 “경기도도 사람이 사는 지역인데 왜 우리는 고통만 받아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비대위 이상현 공동대표는 “경기도는 수십 년 동안 군사보호지역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이다 해서 온갖 규제와 설움을 받아왔다”며 “수도를 이전한다고 하면서 과천정부청사를 옮겨가고 수도권에 소재한 170여개의 공공기관을 강제로 지방으로 내려보내고 그것도 모자라 멀쩡한 기업들마저 지방으로 빼돌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데 이는 경기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힐난했다.
경기도의회 양태흥 의장도 “경기도민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이 자리에 온 것은 더 이상 이같은 핍박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경기도 규제를 계속하면서 균형발전을 말하는 건 대북퍼주기가 정당하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조병돈 이천시장은 “이제 감면혜택이 줄어들면 경기도 내 기업들의 이전 현상으로 성장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뒤 “경기도와 서울을 똑같이 취급하니 답답하다. 지금도 공장 하나 지으려면 규모 등에 있어 제한을 받는데 더 이상 어쩌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비대위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균형발전정책에 혈안이 돼 전국을 객관적인 근거 없이 성장과 낙후지역으로 구분하는 정부 정책은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수도권의 발전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선진국 가운데 수도권을 버린 국가는 없다”며 “그러나 정부는 객관적 사실을 왜곡하는 기이한 행태를 벌이며 경기도와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의 마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비대위는 “1100만 경기도민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2단계 균형발전정책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경기도민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면서 “1100만명 경기도민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역분류 제도화 방안은 이천 하이닉스 불허의 연장선상이라고 문제삼는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내세워 객관성 타당성이 없는 지표를 들이대며 ‘수도권내 투자억제=지방균형발전’이라는 이분법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경기동북부 및 접경지역, 팔당호 주변지역에 대한 정부차원의 배려가 없다는 점 또한 반발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군기지 이전과 맞물려 사실상 군부대에 의존해왔던 동두천 등에 대해 구체적 복안을 없다면 지역경제 부흥은 어렵다는 것.
특히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 등 경기도 인근 지역에 쏠리는 정략적 정책을 묵과할 경우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한편 경기도는 정부에 현지공동실태조사를 공동으로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내년 총선에서 지역분류 제도화 방안 저지에 나서지 않는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도 고려중이다. 정치권도 이번 방안에 수정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된다.
[변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