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 에 있는 기사임.
---------------------------------------------------
한겨레홈 > 뉴스 > 정치 > 국방·북한
공동선언문 국회 동의 싸고 남북관계발전법 ‘해석분분’
‘공동선언’ 입법과정은
권혁철 기자
‘현저한 재정부담 땐 국회동의’ 규정…정치권 “비준동의 필요”
10·4 공동선언 국회 동의 여부를 두고 정부와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91년 남북 기본합의서는 국무총리의 국회보고-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를 거쳐 발효됐다. 당시 정부는 기본합의서가 체결 당시 남북관계를 국가관계가 아닌 잠정적 특수관계라고 한 서문 규정과 성질상 국가간 조약이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았다. 99년 대법원도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 책임을 지고 성의있는 이행약속을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니어서 국가간 조약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기본합의서 때와는 달리 10·4 공동선언에는 남북관계 발전법 제21조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이란 규정이 있다. 정부는 남북관계발전법에 따라 공동선언에 대한 법제처 심의,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 비준받아 법률적 공포를 할 계획이다.
남북합의서 체결로 현저한 재정적 부담이나 입법상 권리 의무가 발생하는 경우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5일 오전 남북정상회담 결과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선언 자체는 국회에 보고만 하면 되고 동의까지는 필요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남북관계발전법에 보면 현저한 국민적 부담이 생기는 경우에만 받도록 돼 있는데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선언에는 구체적 액수나 사업비가 적시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경제협력공동위원회나 총리회담 때 다시 만들어질 합의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저한 재정부담이나 권리·의무 발생을 두고 기관이나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국회동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변호사는 “내용상 법적 권리의무가 확정되지 않았고 표현도 ‘추진한다’ ‘하기로 했다’는 추상적 표현들로 돼있고 공동선언은 조약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선언이나 약속인 신사협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신사협정은 법적 권리의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발효 절차가 필요없다는 설명이다.
이재정 장관은 합의 이행과정에서 재정적 부담이 수반되는 사업이 구체적으로 합의돼 추진할 경우에는 별도로 국회 동의를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 선언에는 구체적 액수나 사업비가 적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공동위원회나 총리회담 때 다시 합의서가 나와 규모와 예산이 명시되면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이번 선언은 국회 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김원웅 통일외교통상위 위원장은 “개성공단 2단계 발전, 철도·고속도로 개보수 등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개성~신의주 철도 등 구체적 지명이 언급된 점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는 문구가 강력한 의지를 내포한 점 등 미루어 볼 때 신사협정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헌법정신 일치 여부와 재원 마련 등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부분을 사안별로 나눠 비준동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합의문 전체에 대해 비준절차를 밟는 것은 문제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동선언의 국회 동의 비준 여부는 통일부 등 관련 부처의 의견을 물은 뒤 법제처가 결정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