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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제목 [특파원칼럼] 異見인가, 통역 잘못인가 (조선닷컴)
글쓴이 조선닷컴 등록일 2007-09-10
출처 조선닷컴 조회수 985

다음은 조선닷컴 http://www.chosun,com에 잇는 글임. 이 글은 헌변의 국내 칼럼에도 있는 것임. ----------------------------------------------------------- 이하원 워싱턴 특파원 May2@chosun.com 입력 : 2007.09.09 22:35 / 수정 : 2007.09.10 07:32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09/2007090900627.html [특파원칼럼] 異見인가, 통역 잘못인가 “실패한 정상회담은 없다. 모든 정상회담은 항상 성공적이어야 한다.” 외교관들이 자주 인용하는 외교 격언 중 하나다. 회담장에선 양국 정상이 책상을 치고 싸우는 한이 있다고 해도 모든 정상회담은 항상 성공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할 것으로 포장되기 어려운 정상회담은 여간해선 추진되지 않는다. 9일 호주에서 폐막된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변 4강 중 관계가 좋지 않은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다. 한국의 정상회담 역사상 최대의 ‘재앙(disaster)’으로 평가되는 2001년 3월 김대중-조지 W 부시(Bush) 대통령 회담 역시 처음엔 성공으로 포장됐다. 당시 김 대통령은 새로 취임한 부시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을 설파하다가 면박을 받다시피 했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잘 됐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7일 APEC에서의 노무현-부시 대통령 회담 역시 두 정상이 악수를 하고 헤어지기가 무섭게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백종천 안보실장은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여덟 번째 회담에서 매우 만족스럽게 회담을 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에서 노 대통령을 향해 ‘친구’라고 한 것도 공개됐다. 한미 간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확정한 이번 회담은 우리 정부가 평가하기엔 성공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회담 직후 열린 공개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이 평화협정 문제로 불편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이런 평가를 유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회견 모두(冒頭) 발언에서 자신이 듣고 싶었던 평화협정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자 두 차례 부시 대통령을 채근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야 할 의무만 강조했다. 이 장면은 ‘압박(press)’ ‘도전(challenge)’ ‘불만을 품은(dissatisfied)’ ‘화가 난(testy)’ 등 단어와 함께 미국의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됐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면 결코 들을 수 없는 단어들이다. 이는 양국 외교부가 입을 맞춘 듯 말하고 있는 통역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2월 취임 후 끊임없이 보여온 ‘격식 파괴’와도 관련이 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성에 차지 않은 노 대통령은 외교관례에는 어긋나게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 ‘고집’ 하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사람 아닌가. 오히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듣기 싫어하며 ‘사용중지’를 요구해 온 CVID 원칙(모든 핵 무기를 ‘완전하게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돌이킬 수 없게’ 폐기)을 강한 톤으로 언급해 버렸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경칭을 붙이지 않은 채 ‘김정일’로만 호칭했다. 이 때문일까? 회담 다음 날인 8일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을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미제 침략군은 평화와 조국통일의 근본장애’라는 제목 하에 미국을 성토했다. 북한 김영일 총리는 정권 창건 59주년 기념보고대회 연설에서 “미국은 대화의 막 뒤에서 우리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고 공화국(북)을 내부로부터 와해시키기 위한 심리 모략전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평화협정을 너무 염두에 둔 나머지 오히려 혹을 하나 붙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