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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특파원 May2@chosun.com
입력 : 2007.09.08 00:43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9/08/2007090800057.html
‘북 핵무기와 한반도 평화 맞교환’ 미대통령이 직접 보증
조지 W 부시(Bush) 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완전 폐기하면 한반도 정전(停戰)체제를 종식시키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방식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先 비핵화, 後 평화체제”
부시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최근 미북(美北) 해빙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 원칙을 재천명하고, 앞으로 북한의 핵폐기 및 미북관계 정상화 일정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 발언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검증 가능하게 폐기할 경우, 평화체제를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제기해 온 평화체제의 내용은 미국이 구상 중인 것과 차이가 있지만, 부시 대통령이 직접 ‘평화체제 전환 가능’을 밝혔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 발언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다소 혼선이 있는 것으로 비치던 부분을 명확히 정리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후 미·북 양자협상을 시작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묵인한 채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비핵화와 병행해서 평화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나서서 ‘핵무기를 포함한 북한 핵 프로그램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먼저 폐기된 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선후관계를 명확히 한 것이다.
◆부시, ‘통 큰’ 결단 시사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평화체제는 미북관계 정상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부시 대통령은 핵 폐기→평화체제→관계 정상화의 3단계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콘돌리자 라이스(Rice) 국무장관의 자문관을 지낸 필립 젤리코(Zelikow) 현 버지니아대 교수의 영향으로 평화체제에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4월 워싱턴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평화협정을 처음 언급했다.
▲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7일 호주 시드니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시드니=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올 들어서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1주일 만에 다시 “(모든 것은) 김정일(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 폐기의 보상이 될 ‘선물’을 시사했다.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많은 변화’ ‘새로운 동북아 평화체제 설정’ 등이 그것이다. 평화체제 논의는 그러나 필연적으로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내부의 토론이 선행돼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은 당연히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주장해왔다.
◆남북정상회담 견제용?
이날 발언은 다음달 남북 정상회담을 견제하려는 데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한 정상이 핵 불능화도 결정되기 전에 평화선언을 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왔다. 범여권에서는 실제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이 연말쯤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조기 종전선언을 할 경우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염려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선 핵폐기 후 평화체제로 확실하게 로드맵을 정리함으로써 남북 정상의 ‘과속(過速)’ 가능성에 제동을 걸려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