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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드디어 만났다´
경선 후 첫 회동 ´정권교체 위한 화합´ 다짐
웃음 띤 표정 속에 ´뼈 있는´ 대화 오가기도
2007-09-07 18:59:26
“한나라당의 후보가 됐으니 여망을 꼭 이뤄서 정권을 되찾아 주기 바랍니다” (박근혜)
“박 전 대표님과 나 우리 둘이 힘을 합치면 꼭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명박)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났다.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 별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8월20일 전당대회 이후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강재섭 대표의 주선으로 마련된 이날 회동에서 두 사람은 “정권 교체를 위해 당이 화합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마치 그동안의 ‘앙금’을 모두 다 씻어낸 듯 덕담을 나누며 시종일관 웃음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어지는 대화 속에선 다소 ´어색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후보(오른쪽)과 박근혜 전 대표가 경선 후 처음으로 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데일리안 김창기
약속 시간(오후 3시) 정각에 회동 장소에 도착한 박 전 대표는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이 후보에게 환한 웃음으로 “다시 한 번 (경선 승리를) 축하드리겠다”며 인사를 건넨 뒤 “이 후보에 대한 (국민) 지지도도 높고, 또 당의 후보가 된 만큼 꼭 그 여망을 이뤄 정권을 되찾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이 후보가) 경선이 끝나고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쁘게 보낸 것 같다”면서 이 후보의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묻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와 내가 힘을 합하면 반드시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하면서, 특히 중국의 사서(四書) 중 하나인 ‘맹자(孟子)’의 ‘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쇠도 끊을 수 있다)’이란 말을 인용, “나 혼자 힘으로는 되지 않는다. 저쪽(범여권)은 ‘정치 공학’에 능한 사람들이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우리가 단합해서 저 사람들보다 큰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며 “(당 화합의) 길을 잘 열어 나갈 수 있도록 나도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도 “(서로) 화합해서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이 후보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이날 회동에 함께한 강재섭 대표 또한 “고장난명(孤掌難鳴)이다. 손바닥도 두 개가 합쳐져야 소리가 나고 새도 한쪽 날개로는 날아갈 수 없다. 수레바퀴도 하나만 갖고는 똑바로 갈 수가 없는 것이다”며 “이제 두 분이 서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서 힘을 합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또 “두 분이 손바닥을 마주쳐서 큰 소리를 내면 내가 잘 뒷받침해서 정권창출 하겠다”며 ‘하이파이브’를 제의했다.
박 전 대표는 마이크 스탠드에 손을 올려둔 채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 이 후보와 손을 마주치지 않아 다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당이 하나가 돼 정권을 되찾아 와야 하는데, 상대 캠프 쪽 의원이나 당협위원장들의 문제, 당의 노선이나 운영 등에 대한 부분들이 많이 기사화되고 있어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며 이 후보에게 ‘뼈 있는’말을 던졌다.
최근 당직 인선 등을 둘러싼 양측 인사들 사이의 마찰을 의식한 것이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대통령후보. ⓒ 데일리안 김창기
박 전 대표는 "(이 후보가) 그런 문제들을 잘 알아서 할 것으로 믿는다"며 "어느 캠프에서 일했나보다 누가 능력 있나 하는 점을 보고 (인선)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중간(경선 과정)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난 벌써 잊었다”며 “서로 이해할 만한 것은 직접 얘기하고 앞으로 사람 중심으로 일을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내가 보기엔 그쪽(박 전 대표 측) 캠프에서 일한 분들 중에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박 전 대표 측 인사에 대한 중용 의사를 내비쳤고, 그제서야 박 전 대표는 “그쪽(이 후보 측) 캠프에 있었던 분들이 들으면 섭섭하겠다”고 웃음으로 답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박 전 대표가 협조해주면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 잘 하겠다. 선거가 임박해 후보 중심으로 당이 움직이더라도 앞으로 중요한 일은 수시로 연락하고 상의하겠다”고 박 전 대표와의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두 사람의 만남은 초반 15분 정도만 언론에 공개됐으며, 이후에는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모든 당 관계자와 취재진들을 물린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박 전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잘 해보자고 했다”며 “(이 후보가) 현대에 있을 때의 여러 경험을 얘기했고, (공개된 내용 외에) 특별히 별다른 얘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후보 또한 “서로 만나보니 앙금이 없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자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으며,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박 전 대표의 향후 ‘역할론’ 부분에 대해선 “내가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추후 회동 여부에 대해선 이 후보는 “같은 당이니까 필요하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박 전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 “아주 잘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낸 이 후보는 국회 본청 앞에서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박 전 대표를 배웅한 뒤, 자신 또한 차에 올랐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이명박 대통령후보. ⓒ 데일리안 김창기
한편 이날 회동에서의 ‘분위기 메이커’는 다름 아닌 강 대표였다.
그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만큼, 대화의 흐름이 다소 끊길 때마다 특유의 ´조크´를 던지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아울러 사전 약속대로 회동의 ´언론 공개´ 부분 시간(15분)이 종료되자, "지금부터 비공개다"며 기자들을 밖으로 내모는 일도 강 대표가 맡았다.
강 대표는 지난 경선 과정과 관련, “연설회를 13번, 토론회를 8번, 검증청문회를 1번 했다. 후보들을 너무 혹사시켜 죄송하고, 이 기회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그는 두 사람의 회동을 취재하기 위해 탁자 위에 설치한 방송용 마이크를 가리켜며 “유사 이래 가장 많다. ‘폭탄’이 22개나 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두 사람의 건강관리 방법으로 ‘테니스’(이명박), ‘단전호흡’(박근혜) 등이 거론되자 "난 지금 운동이라곤 선거운동과 숨쉬기운동만 한다"고 농을 던져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
이 후보는 지난 경선 과정에 대해 “당이 좀 심했다”고 강 대표에게 ‘핀잔’을 줬으며, 박 전 대표는 “역사에 남는 경선이 됐다”고 말했다.
[장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