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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운 기자 codel@chosun.com
입력 : 2007.06.2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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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행사자인 대통령, 헌법소원 낼 자격없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키로 한 것과 관련, 전직 헌법재판관 등 상당수 법률가들은 “각하(却下) 또는 기각(棄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각하란 헌법소원이 법률에 정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을 때 재판(본안 심리)을 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고, 기각은 본안 심리를 거친 뒤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현 정권 때 헌법재판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에 의해 기본권이 침해됐을 때 내는 것이므로 공권력의 행사자인 대통령은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개인 명의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으로 결정한 것은 대통령이란 국가기관으로서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지 자연인이나 정치인 노무현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게 아니다”며 “헌법재판소가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건설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이용섭 건설부 장관(맨 왼쪽)의 안내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다른 전직 헌법재판관도 “2003년 헌재가 서울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행위 중지촉구에 대해 단순한 권고적, 비(非)권력적 행위로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결정한 판례에 비춰, 이번 사안도 헌법소원 대상이 안 돼 각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설령 헌법재판소가 노 대통령의 헌법소원 청구를 각하하면서도 중립의무 조항의 위헌 여부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거나, 본안 심리로 넘긴다 해도 합헌으로 결정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 앞서 헌법소원이 각하될 것으로 예상한 이들 전직 재판관은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정치행위를 인정한 국가공무원법을 근거로 선거운동과 관련한 중립의무를 규정한 선거법의 위헌성을 다투지 않겠느냐”면서 “그러나 선거법은 선거와 관련해 공무원법에 대한 특별법 성격을 갖고 있어 합헌성이 인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도 “선거법상 중립의무 조항의 구성요건이 모호하다는 점을 들어 위헌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사법적 판단을 통해 구성요건이 구체화될 수 있으면 위헌이 아니라고 보는 게 판례”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통령도 경우에 따라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선관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론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한편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선거법의 합헌성은 인정하고 단지 선관위가 선거법을 확대 해석했다고 다툰다면 권한쟁의심판이 가능할지 몰라도, 노 대통령의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