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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정권현 특파원 khjung@chosun.com
입력 : 2007.06.19 00:30 / 수정 : 2007.06.19 03:19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6/19/2007061900042.html
‘김정일 돈줄’ 조총련 파산 위기
일본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 정권을 대변하고, 북한의 대남(對南)공작 기지로 활동해 온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이 끝내 파산 위기에 몰렸다.
18일 도쿄지방법원은 일본 정부의 부실채권 정리회수기구(RCC)가 조총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조총련측에 청구액 627억엔(약4719억원) 전액 지불을 명령하고,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토지에 대해 ‘가집행’을 인정했다. 이에 앞서 조총련 도쿄본부를 비롯해 조총련 지방본부와 학교 등 29개 시설 가운데 9곳이 RCC에 압류됐고, 앞으로 나머지 20곳도 압류돼 조총련이 일본 내에서 활동 거점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총련의 사령부격인 중앙본부 건물은 도쿄 한복판인 지요다(千代田)구 후지미(富士見)에 있다. 일왕이 사는 황거(皇居)와 가깝고, 야스쿠니 신사에서 불과 50m 떨어져 있다.
▲18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에 대해 약 4719억원의 공적자금을 전액 반환토록 명령한 가운데, 경찰이 조총련 본부 앞을 지키고 있다. /AP연합뉴스
‘후지산이 보이는’ 말 그대로 금싸라기땅 2390㎡(725평)에 지상 10층·지하 2층(연건축면적 1만1700㎡·3545평)으로 지어진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일·북 수교시 ‘주일북한대사관’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번 패소는 조총련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1990년대 후반 이래 조총련계인 16개 신용조합이 잇따라 파산했다. 일본정부는 예금자 보호 등 명목으로 총액 1조엔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신용조합 파산은 가공 명의 등을 이용한 조총련의 불법 융자가 최대 원인이었다. 대출금의 상당 부분은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회수불능 금액은 627억엔에 이르렀고, 이 부실채권을 인수한 정리회수기구(RCC)가 반환 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18건의 소송에서 RCC는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RCC가 청구한 금액을 한 푼도 깎지 않았다.
조총련은 이미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은 지난 15일 조총련과 ‘화합(和合)’을 시도한 하병옥(河丙鈺)전 민단 중앙단장을 제명(除名)처분했다. 이는 재일동포 사회 전체가 일본 국내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자구(自救)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하 전 단장은 지난해 조총련과의 ‘화합’을 선언한 이른바 ‘5·17 공동성명’을 발표했다가 민단 지방 조직들의 강력한 반발로 쫓겨났다. 신임 민단 집행부는 올들어 ‘조총련과의 화합선언은 북측의 통일 전선에 민단을 이용하려는 책모였다’라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강행 이후 조총련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일본 당국에 따르면 재일동포 전체에서 조총련 소속은 10% 미만이다. 실제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은 2~3만명에 불과하다. 조총련은 18일 재판에 앞서 제3자에게 토지 건물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을 이전해 압류 회피를 시도했다. 조총련은 이 과정에 ‘공안조사청’의 전직 청장, 일본 변호사연맹 회장 등 초거물급 변호사를 동원할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매각대금을 치르지 않은 채 지난 5월31일 소유권이 이전된 사실이 드러나고, 도쿄지검 특수부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거래 자체가 없던 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