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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기 기자 knight@chosun.com
입력 : 2007.03.20 00:50 / 수정 : 2007.03.2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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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역전 불가능해지자 탈당… 대권병에 욕심”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19일 국회 대표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도중 박재완 비서실장이 전한 메모를 심각한 표정으로 읽고 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넷심' 편지쓰기
- to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설마 했던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탈당이 19일 현실로 나타나자 당혹감 속에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공식 반응은 감정을 자제하려고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재섭(姜在涉) 대표는 손 전 지사의 탈당 발표 직후, “탈당 선언을 철회하고 정권교체의 한길에 힘을 합쳐 주길 바란다”며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의 공식 논평은 “아쉬울 뿐”이라는 것이었다. “손 지사의 탈당을 계기로 줄 세우기식의 한나라당 경선 문화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의 전반적 분위기는 손 전 지사를 ‘제2의 이인제’로 부르며 부글부글 끓는 듯했다.
전여옥(田麗玉) 의원은 “탈당은 길이 아니라며 끝까지 말렸는데 결국 손 전 지사는 ‘다른 길을 가겠다’고 등을 돌렸다”면서 “한나라당 덕에 온갖 영화 다 누린 사람이 어떻게 한나라당에 막말을 하고 떠나느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전 의원은 “자신이 ‘21세기 주몽’이라는 말이 제일 웃겼다. 회견 도중의 눈물까지도 철저히 계획된 행동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서울의 한 3선 의원은 “이인제 의원에 이어 손학규 전 지사까지, 경기도지사만 지내면 왜 그런 악수(惡手)를 두는지 모르겠다”면서 “결국 대권병에 걸려 지나친 욕심을 부린 것이 자신을 망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의 3선 의원은 “당내 경선 레이스에서 역전이 불가능해지자 당 밖으로 나가는 것은 패자의 비겁한 행동일 뿐”이라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에선 손 전 지사와 함께 탈당하겠다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내 소장파들도 “한나라당에 남겠다”고들 했다. 원희룡 의원은 “당내 경선 완주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정도(正道)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손 전 지사를 지지해 왔던 남경필 의원도 “탈당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성식 전 경기부지사와 박종희 전 의원 등 손 전 지사 캠프 핵심 인사들도 “오늘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니다”며 함구했을 뿐 동반 탈당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