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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 정치 2007.3.19(월) 10:31 편집
손학규 탈당…한나라 당혹속 거센 비판
한나라당은 19일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의 탈당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특히 손 전 지사의 중도탈락으로 '삼각구도'가 깨지면서 양대 대선주자간 경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과 함께 이번 탈당 사태를 둘러싼 책임론 등 후폭풍에도 적잖이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강재섭(姜在涉)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일단 "안타깝고 애석하다"고 말을 아끼면서 손 전 지사가 지금이라도 탈당 결정을 철회하고 당과 국민을 위해 경선에 참여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예견했던 수순", "명분없는 말 갈아타기", "열린우리당 집권용 불쏘시개 탈당"이라는 비판도 나왔고, 지난 97년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신한국당 탈당 사례를 거론하면서 "탈당하고 나간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이 없다"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제기됐다.
강 대표는 손 전 지사의 탈당 선언 소식을 접한 직후 "애석하다"면서 "이유가 무엇이든 철회하고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의 한 길에 힘을 합쳐주기를바란다"고 말했다고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전했다.
나 대변인 역시 공식 논평을 통해 "안타깝고 아쉬움이 남는 결정"이라며 "손 전지사가 새로운 시작을 청하는 악수(握手)를 청하길 기다렸지만, 장고 끝에 탈당이라는 악수(惡手)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소속 초선의원 모임인 초지일관은 손 전 지사의 탈당회견에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교체를 통해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의 간절한 소망이자 당의 역사적 소명"이라며 "손 전 지사는 경선에 끝까지 참여해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공식 반응과 달리 손 전 지사의 탈당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당내에서는 "결국 당내 지지도가 낮으니 범여권 후보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반응이 쏟아져 나왔다.
전여옥(田麗玉) 최고위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손 전 지사는 자신을 국회의원으로, 도지사로, 대권후보로 만들어준 당에 대해 '군부잔재와 개발독재'가 주인행세를 하기 때문에 탈당을 했다고 말했다"면서 "10여년의 비바람을 견디며 당을 지탱해온 100만 당원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전 최고위원은 "온갖 영화는 다 누리며 실제로 '주인노릇' 했던 분이 등을 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이날 오전 손 전 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전하며 "한나라당 후보로 남아달라고 애원했다. 태어나 누군가에게, 한 남성에게 그렇게 간절히 애원한 적이 없었다"며 허탈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권철현(權哲賢) 의원도 개인성명을 통해 "손 전 지사의 기자회견을 보고 '권력이 무엇이기에 자신을 키워준 당과 당원을 이렇게 모욕한단 말인가' 하는 데 생각이미치면서 서글픔과 함께 분노마저 금할 수 없다"며 "동갑내기 친구이자 당을 위해
동고동락한 동지로서 누구보다 배신감을 느낀다"고 힐난했다.
그는 "당원과 국민은 손 전 지사를 '지지율 1,2등 후보였어도 그랬을까'라며 의심섞인 시선으로 볼 게 뻔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인 한선교(韓善敎) 의원은 "당내 소장파는 개혁성향이 아니라 권력지향적 소장파만 존재한다. 손 전 지사를 떠나보낸것은 소장파 그들"이라며 소장파 책임론을 거론했다.
소장.개혁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손 전 지사에 대한 동정론도 나왔다. 당내 대표적 소장.개혁파인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손 전 지사의 탈당에 앞서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당내에서 자신의 주장과 정치적 입지가 외면당한 것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인터넷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도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속상하더라도 참고 탈당을 철회하라"는 간곡한 부탁도 있었지만 "잘난 척 하지만 결국 '제2의 이인제'일 뿐", "배신자를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는 비판이 대다수를 이뤘다.
특히 게시판 글 가운데서는 손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한 책임을 놓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지지자간의 공방도 벌어져 '양강구도'로 재편될 당내 경선에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