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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원로, "국방장관은 대통령께 국방·안보문제 조언 잘하라"
김장수 국방, 향군·성우회 원로 방문 신임인사
김장수(金章洙) 국방장관이 10일 오전 신임 인사차 재향군인회와 성우회를 방문하고 "장관직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일하는 장관이 되겠습니다"라며 군 원로들을 다독거렸다.
▲ 김장수 국방장관이 향군을 방문 향군 간부들에게 인사하고 있다.ⓒkonas.net
김 장관은 이날 군 원로들이 노무현 정부의 국방·안보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이같이 말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호국상무정신 고취에 선봉이 되어오신 선배님들의 애국·우국의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장관으로서 군이 가야할 방향을 바로잡아 국방력을 튼튼히 지켜나가는 것이 선배님들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김장수 국방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잠실 향군회관으로 성우회 원로들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김상태 회장이 인사말를 하고 있다.ⓒkonas.net
이날 김 장관의 인사를 받는 군 원로들의 자세는 각별했다. 신년 인사를 겸한 자리이고 전임 윤광웅 장관과의 불편했던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군 원로들은 주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김 장관에게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세직 향군회장은 김 장관이 현역시절 '상급자의 권리 보다 의무를 강조한 지휘관'이였다며, 주로 야전에 근무해 온 작전통이면서도 병영문화 개선에 힘써온 훌륭한 장군이라고 추겨세웠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도 "김 장관은 훌륭한 인품을 갖춘 덕장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리나라 국방력을 크게 강화시키는 역사에 남을 국방장관으로 기대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장관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며 군의 대선배들을 대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는 현역시절에 사단장으로 모셨던 분도 계시고, 국방장관으로서 직속 상관이셨던 분들도 계신다"며 "대선배님들 앞에 서니까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 김 장관은 앞으로 예비역들과의 의사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방부 직제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방부 내에 예비역을 전담하는 과(課)를 신설해 군 원로들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석한 군 원로들 중에는 현 정부의 국방·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주로 '주적개념 삭제', '군 복무기간 단축', '노 대통령의 잘못된 국방·안보관에 대한 참모 조언 부족' 등의 목소리다. 이로 인해 군 원로들과 김 국방 사이에 조용하지만 날선 대화가 오갔다.
먼저 김성은 전 장관은 국방부가 주적개념을 삭제한 것은 결정적인 실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적개념이 없으면 한미동맹이 무의미하다"며 "미국은 적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아니라고 하면 동맹이 지속되겠느냐"고 따졌다. "적의 적은 우방이고, 적의 우방은 적"이라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적인데 그들에게 퍼주기만하는 대한민국을 과연 동맹으로 생각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국방장관은 "(국방백서에서 없어진)주적개념을 다시 넣기는 어렵다"며 "북한은 군사적으로는 (한·미)공동의 적이므로 이번 백서에는 '북핵·미사일이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으로 지난번 백서 보다 강하게 표현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정래혁 전 국방장관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살려라"며 큰 소리를 쳤다. 주적개념을 살리라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또 "병 복무기간 단축은 표를 의식한 정치적 포퓰리즘이다", "한미연합사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는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안보장치이므로 전작권 단독행사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상훈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안보관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이것은 국방장관이나 청와대 안보보좌관 등 참모들이 조언을 잘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에 있는 것이고, 한미연합사는 한미 양국 대통령이 공동으로 행사한다"며 "지난 4년 동안 노 대통령이 군 최고 통수권자로 있으면서 장관이나 참모들로 부터 여러차례 보고를 받았을텐데 왜 미국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김 장관이 임기 중에 조언을 잘 해 주도록 주문했다.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선임 병사가 후임 병사들에게 지시나 명령을 못하도록 하게 한 병영문화 개선 법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분대가 정찰을 나갔다가 분대장이 전사하면 선임 병사가 분대를 지휘하게 된다"며 "고참이 후임자에게 지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전투의 기본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법률안이 언론에 잘못 전달된 것이라며 "사적인 제재를 금지하는 것이지 훈련이나 경계활동, 공사 작업 등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또 지난 달 22일 성우회가 '전작권 단독행사 유보'를 요구하는 편지를 한미 양국 국방장관에게 보낸 것에 대해 "이미 양국 정상과 국방장관이 서면으로 합의한 사항이라 되돌리기는 곤란하다"며 "대신 한미연합사의 기능을 최대한 실려서 전투능력이 최고도로 발휘되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향군인회(향군)와 성우회는 이날 김 장관에게 회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각각 회 운영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국방부의 지원과 협조를 요구했다. 향군은 회법에 명기된 향토방위 지원 업무를 상기시키면서 향군이 유사시 후방방위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방부가 법적·제도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성우회는 한미친선 성우 협의회의 친선활동과 안보연구소 연구과제 지원 및 예비역 장성들의 장병 정신교육 지원 등을 요구했다.
김 장관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향군과 성우회가 국가안보의 중심에 있다"며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환담은 재향군인회와 성우회에서 각각 따로 이뤄졌다. 재향군인회와 환담에는 박세직 회장과 해·공군·해병대·직능 부회장 및 부서장 등이 참석했고, 성우회는 김상태 회장을 비롯해 정래혁·김성은·오자복·이상훈·이종구 전 국방장관과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 정진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10여 명의 군원로들이 참석했다. (konas)
김 철 기자 konasnet@korva.or.kr
▲ 박세직 향군회장이 집무실에서 김장수 국방장관과 환담하고 있다.ⓒkonas.net
▲ 김장수 국방장관에게 향군의 회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konas.net
▲ 김장수 국방장관과 박세직 향군회장. ⓒkonas.net
▲ 김상태 성우회장과 악수를 나누는 김장수 국방장관.ⓒkonas.net
written by. 김 철
2007.01.10 13:2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