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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총체적 심리상태 분석
[기획연재] 김정일 정권을 해부한다-6. 끊임없이 갈등에 시달리는 정신적 기형아
김필재 기자 기자, 2006-12-19 오후 6:37:29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평가받고 있는 김일성, 김정일은 북한에서 중세 봉건왕조 시대의 왕처럼 신격화돼 있다. 이 때문에 김 부자의 출생은 물론 가족관계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으며, 피 비린내 나는 이들의 권력 장악 과정도 북한 내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프리존뉴스>는 연재 기획 ‘김정일 정권을 해부 한다’의 여섯 번째 순서로 ‘김정일의 총체적 심리상태’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 심리학자 제럴드 포스트는 국제사회를 뒤흔들며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의 심리 상태를 ‘극단적 자아도취증’, ‘과대망상증’, ‘편집증’, ‘방어적 공격’ 등으로 요약한 바 있다. ⓒrfi.fr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 김정일은 ‘상호모순’과 ‘상호보완’의 끊임없는 갈등에 시달리는 일종의 ‘정신적 기형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불안하며 그런 불안한 심리상태에서 발생하는 행동방식은 대개 예측불허와 돌발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명산, 북한전문가)
멕시코의 저명한 국제문제 칼럼니스트인 가브리엘 게라 카스테야노스(Gabriel Guerra Castellanos)는 최근 유력 일간지인 ‘레포르마’(Reforma)에 기고한 장문의 칼럼(제목: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는 북한)을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진정으로 위협하는 세력은 여우처럼 영리하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은 ‘정신이상자’인 북한의 김정일”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일의 광기, 이성적 통치 방해하고 있어”
카스테야노스는 기고문에서 “김정일은 출생부터 반원형의 쌍무지개와 하늘에 빛나는 별과 함께 했다는 신비로움으로 포장됐고, 그의 비(非)오류성은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북한 독재정권을 비판했다.
카스테야노스는 또 “민주적이지도 인민을 위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공화국 체제도 결코 아닌 북한이 현재 ‘휘황찬란함과 광기’를 동시에 지닌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에 의해 철권통치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판가들이 확언하건대 김정일의 광기는 그의 이성적 통치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우처럼 미쳤다’란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김정일은 영리한데다 자신의 적들에게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기괴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쌓고 있다”면서 과거 김정일과 협상을 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이 그에 대해 ‘협상의 구체적 상황에 정통할 정도로 정보에 매우 밝은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던 것을 예로 들었다.
김정일, 극단적 자아도취·과대망상·편집증 환자
미 중앙정보국(CIA)에는 최고의 정신분석학자들과 정치학 교수들이 동원되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에 대한 정신분석과 통치 스타일을 연구하는 ‘인성·정치 행동 분석 센터’가 있다.
이 연구센터를 지난 21년 동안 지휘해온 심리학자 제럴드 포스트(Jerold M. Post)박사는 최근 영국의 일간지인 ‘데일리 텔레그래프’(Daily Telegraph)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를 뒤흔들며 핵실험을 강행한 김정일의 심리 상태를 ‘극단적 자아도취증’, ‘과대망상증’, ‘편집증’, ‘방어적 공격’ 등으로 요약한 바 있다.
포스트 박사는 인터뷰에서 “김정일은 임상적으로 정신 이상은 아니지만, 여우처럼 교활하다”며 “그의 행동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중요한 불안한 요인들을 그는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박사는 이어 김정일이 가진 불안감의 원천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주 혹은 대통령이나 총리를 아버지로 둔 인물의 경우 아버지의 선례를 따라가기가 힘들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경우도 이를 증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그러나 김정일의 경우 자신이 신(神)과 같은 자질을 가진 아버지를 계승했다고 여기기 때문에 이러한 어려움들이 사소해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김정일의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은 나폴레옹처럼 작은 키 때문에 더욱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굽을 높인 구두를 신지 않은 상태에서 겨우 키가 5피트 2인치인 김정일은 키가 커보이도록 부풀린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닌다고 포스트 박사는 지적했다.
“김정일, 핵을 통해 ‘메이저 리그’ 주자 되길 원해”
현재 미 조지 워싱턴 대학의 정치심리학 프로그램을 맡고 있고, 국방부 컨설턴트로 일하는 포스트 박사는 “거물은 거물 장난감을 가져야 한다고 김정일은 믿고 있다”며 “그는 메이저 리그의 무기인 핵을 가지고 메이저 리그 주자가 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 핵실험의 타이밍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려는 김정일의 과도한 욕망을 잘 보여준 사례라는 것이 포스트 박사의 생각이다. 그는 북한과의 직접적인 협상을 거부하는 백악관에서는 반기지 않겠지만, 김정일로부터 양보를 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그와 대화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화는 김정일이 원하는 위상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김정일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고 안심시킬 것이라고 포스트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햇볕정책은 김정일에게 명확히 나약함의 신호로 간주돼 무시당할 뿐이라고 포스트 박사는 비판했다.
그렇다면 김정일의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고치기 어려운 질환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정답은 바로 ‘편집증’(paranoia)이다. 편집증이란 망상에 가까울 정도로 특정 대상에 대해 집요하게 의심하고 매달리는 병이다.
편집 망상과 더불어 남들이 자기 이야기를 수군거린다는 관계사고, 사회적 고립, 은둔, 괴벽, 의심, 증오, 폭력행사 등을 수반한다. 그밖에도 색정 편집증(erotic paranoia), 과대 편집증(grandiose paranoia), 피해 편집증(persecutory paranoia), 소송 편집증(litigious paranoia) 등 그 종류도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집증 환자, 남을 공격하며 오히려 쾌감 느껴 문제
편집증의 증상은 정신분열증과 강박장애를 섞어 놓은 듯하다. 다만 터무니없는 망상에 시달리는 정신분열병과 달리 편집증의 망상은 체계적이며 논리적이다. 실제로 환자의 말을 듣다 보면 의사들이 설득당할 때도 있다고 한다.
강박장애와는 남을 괴롭힌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고 걸어야 마음이 편한 강박장애는 자신은 시달리지만 다른 사람을 괴롭히진 않는다. 그러나 편집증 환자는 남을 공격하며 오히려 쾌감을 누린다. 이유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3백만의 북한 주민들을 굶겨죽이고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는 김정일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러한 편집증 환자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쉽다는 것이다. 겉으론 볼 땐 지극히 정상적이며 오히려 주도면밀한 일처리로 출세가도를 밟는다. 똘똘 뭉친 적개심으로 정적과 라이벌을 제거하는 데도 천부적 재질을 발휘한다. 스탈린과 히틀러가 대표적 사례다.
한편, 김정일을 평가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의 정신상태가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대중(이하 DJ) 전 대통령이다. DJ는 지난 2000년 6.15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일을 식견 있는 지도자’로 칭송한바 있다.
김정일을 정상적 지도자로 여긴 DJ와 브루스 커밍스
물론 김정일과 만나기 위한 아부였지만 북한의 실상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이 말을 들으면 김정일이 정말로 정상적인 인간인 것처럼 착각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DJ는 김정일을 만나 때 와인을 원샷한 것이 멋있다고 젊은이들이 따라한 것을 보면 그의 거짓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만하다. 그러고 보면 정신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거짓말이다. 김정일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바다 건너 미국에도 있다.
바로 6.25전쟁에 대한 수정주의적 견해가 담긴 ‘한국 전쟁의 기원’을 펴낸 좌파 성향의 브루스 커밍스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 그는 최근 자신의 신작인 ‘김정일 코드’(North Korea: Another country)에서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을 ‘세계 최초의 포스트모던 독재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는 김정일의 맏아들 정남의 가정교사이자 놀이 상대로 입양됐다가 정남의 어머니 성혜림 자매와 함께 지난 96년 북한을 탈출한 이남옥의 증언, 그리고 미국 학자들의 자료를 토대로 김정일 위원장의 삶을 30여 페이지에 걸쳐 묘사했다. 아래는 김정일 관련 대목의 요약이다.
▲김정일의 ‘포스트 모던적 취미: 김정일은 자신의 여러 거처에 완벽한 포스트모던적인 설비를 구비해 놓았다. 소니 텔레비전이 모든 방마다 놓여있고, 위성방송으로 CNN과 MTV 뿐만 아니라 남한과 일본의 방송물까지 끌어다본다. 그는 수천 개나 되는 전 세계의 비디오를 갖고 있으며, 특히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것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는 바닥에 앉아 아들과 함께 ‘슈퍼마리오’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 그의 음악적 취향은 엄청난 자료를 수집한 클래식 음악에서 롤링 스톤스, 핑크 플로이드, 비치 보이스, 폴 앵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라 트라비아타 뿐만 아니라 대니 보이도 좋아한다. 도널드 덕, 톰과 제리, 벅스 버니와 같은 할리우드 만화 텔레비전 방영을 허용해 대중들을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김정일은 플레이보이도, 바람둥이도, 술주정꾼도 아니고,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광신적 ‘악마박사’도 아니다. 그는 그다지 사교적이지 않으며 집에서 파자마를 입은 채 비서들이 회색가방에 담아온 수많은 서류에 지시사항을 적어 넣는 가정적인 사람이다. 점잖은 성격에 수줍음을 타는 편이며, 장남을 비롯한 자녀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헌신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한국 아버지들과 다를 바 없다.
▲김정일의 성격: 남옥에 따르면 자신이 아는 누구보다도 김정일은 지성적이고 예민하다. 김정일은 사람의 취향에서부터 억양과 나쁜 버릇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주목하고 지적해내며 그런 것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게 흉내 낸다. 집에서는 유쾌하게 잘 웃고, 특히 시중드는 직원들의 결점을 갖고 농담을 걸기도 한다.
김정일은 모든 이들에게 모든 것에 대해 충고한다.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믿으며, 대부분 자신이 그 답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한다. 문제는 그가 아부꾼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이다. 간부들은 그에게 나쁜 소식을 감추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그의 주변에는 그의 변덕에 맞춰가며 음식을 나르는 하인들은 있지만 그에게 진실을 말할 사람은 없다. 김정일은 그래서 자신에게 직언을 해줄 사람들을 찾아보려고 무진 애를 쓴다. (이하 생략)
김정일, 사고방식·인간성 등 모든 면에서 비정상적
그러나 김정일에 대한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는 그를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답이 달라진다. 이유는 김정일의 경우 사고방식이나 인간성, 국내외정책 등 모든 면에서 비정상적이기 때문이다.
정상인이라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사건들의 실례를 들어보자. 김정일이 지시한 아웅산 테러 사건, KAL 858기 폭파사건, 전 세계에서 이미 폐기처분된 사회주의 혁명을 고집하는 것, 수백만 명의 인민이 굶어죽고 있는데 자신은 초호화판 사치생활을 하는 것,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당랑거철(螳螂拒轍)을 하는 것 등등이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일은 열등감과 절대 권력의 환경 속에서 형성된 우월감이 교차된(inextricably intertwined) 비정상적인 아집의 소유자로 사이비종교의 교주와 같은 인간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남미의 가이아나 ‘인민사원’(people's temple)의 교주인 짐 존스가 생각난다. 존스 타운 사건은 지난 78년 11월 남미의 유일한 영어 사용 국가인 가이아나에서 짐 존스와 그를 따르던 신도 9백23명이 자살한 금세기 최악의 집단자살 사건이었다.
존스는 7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민사원이라는 사교 집단을 형성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무료 건강센터를 운영하면서 마약 환자들을 치료하기도 했던 존스는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샌프란시스코 주택 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이 인민사원 내부 비리를 잇달아 폭로하자 존스는 자신을 따르는 신도들을 이끌고 가이아나로 이주, 이들은 약 3백 에이커에 달하는 농장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며 세상과의 인연을 끊었다.
김정일은 제거 대상, 협상과 대화 통하지 않아
그러나 이곳에서 폭력이 난무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샌프란시스코 출신 주의원이 이 곳을 방문, 인민사원에서 탈퇴하기를 희망하는 신도 18명을 데리고 공항으로 가던 중 매복 중이던 인민사원 광신도들에게 주의원과 동행했던 기자들이 모두 살해됐다. 이로부터 수시 간 뒤 존스는 9백23명의 추종 신도들에게 독약을 탄 펀치를 마실 것을 강요, 대부분은 존스의 뜻에 따라 자살했으며 일부는 반항하다 사살됐다.
특히 존스는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수일후 1천구에 가까운 이들의 사체가 발견됐으나 이를 미국으로 옮기는 작업과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신도들의 사체 처리 문제 등이 그 후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사상 최악의 집단자살 사건이 발생했던 가이아나의 인민사원 현장은 이후 인근 주민들에 의해 파괴돼 현재는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김정일은 짐 존스와 비슷한 유형의 인물이다. 그런데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그리고 지금 우리가 범하고 있는 실책은 김정일을 정상적인 인간으로 취급하고 정상적인 6자 회담과 같은 협상이나 대화와 같은 외교적 노력으로 그를 설득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실시한 정신이상자 김정일은 이제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의 대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필재 기자 spooner1@freezon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