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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11.28 00:04 12'
http://www.chosun.com/politics/news/200611/200611280008.html
여당지도부 청와대만찬 거부가 ‘결정타’
노대통령,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철회 하기까지
상의없이 정치협상 불쑥 제의… 여당선 격분
“저쪽서 쏘면 우리도 쏠것” 黨·靑 최악국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이미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 표결이 무산되면서 ‘0’이 됐다. 이 사실은 여야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청와대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26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면서 ‘전효숙 문제’도 안건이 될 수 있다고 발표하자, 모든 언론이 청와대가 전 후보자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는 27일 오전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김근태 의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을 제의했다. 김 의장은 곧바로 수락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여당 지도부가 아니라 참모들과 이 문제를 상의했다.
김 의장은 이미 노 대통령에게 격분한 상태였다. 김 의장은 지난 25일 이병완 비서실장 등이 참석하는 ‘4인 회동’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함께 갈지, 아니면 따로 갈지 대통령이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 다음 날 노 대통령은 김 의장이나 여당과는 한마디 상의없이 불쑥 한나라당에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했다. 그리고 거부당했다. 김 의장은 최근 전 후보자 문제를 상의하려고 그동안 4차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노 대통령은 이를 거절해왔다. 김 의장은 이를 모욕으로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이날 아침 당 지도부 회의에서 김 의장은 얼굴에 ‘독기’가 보였다고 다른 참석자들이 전했다. 김 의장은 이병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이 제의한 만찬에 대해 거부를 통보했다. 이 실장이 전화를 걸어온 지 불과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김 의장측은 “대통령이 여당에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제안하고,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자 또 여당 지도부와 밥을 먹자고 했다”며 “이게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냐”고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을 통해 전효숙 사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이 자신의 만찬 제안을 거부하자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태에 빠져버렸다. 이에 대해 김 의장측은 “우리의 요구를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차갑게 반응했다.
▲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왼쪽)이 27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김 의장 오른쪽은 김한길 원내대표/이진한 기자
열린우리당은 하루 종일 노 대통령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찼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전 후보자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5분 대기조’냐”고 했다. 김 의장은 측근은 “이참에 차라리 갈라서자”고 했다. 실용파 모임인 희망21, 안개모, 실사구시 소속 의원들의 오찬 자리도 “대통령 성토장 같았다”(한 재선의원)고 한다. 30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선 “우리가 청와대 똘마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노 대통령이 전효숙 카드를 철회한 후에도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하니까 우리까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문학진 의원은 “이제 당청 관계는 끝났다. 전면전이다. 저쪽(청와대)서 기관총을 쏘면 우리는 대포를 쏠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