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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 내부서 ‘대북 선제공격’ 공개제안
‘공사’ 권재상·박봉규 교수, 국제학술회의서 주장
북 핵무기 사용 징후 포착 즉시 무력화 개념
‘지상군 위주 한국군’ 연합사체제 문제제기
북한이 핵무기 등 강력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기 직전에 남한 쪽이 ‘선제공격’을 가해 이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한국형 공세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내에서 제기됐다.
권재상(대령)·박봉규(중령) 공군사관학교 교수는 지난 9일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제9회 공군력 국제학술회의’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및 보유로 여태껏 준수해온 ‘선수후공’ 전략은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며 “이는 공세전략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선수후공’이란 남한 쪽의 선제공격을 배제한 채 북한이 재래전을 도발할 경우 즉각 반격해 격퇴하고 북한 정권을 제거한다는 우리 군의 군사전략이다.
두 교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공군 전략의 정비’라는 논문에서 “핵무기의 존재는 새로운 차원의 방위계획과 군사전략의 수립을 강요한다”며, 구체적으로 “(북한이) 강력한 무기를 사용하기까지 절차상·심리적 선택과정의 소요시간을 활용해 신속성과 기동성, 확실한 타격력을 구비한 항공력 중심의 공세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 결정에서 실행까지의 시간차(타임래그)를 활용해 강력한 공군력으로 핵무기를 미리 제압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공세전략’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징후가 포착되면 북이 이를 실행하기 전에 미사일이나 폭격 등의 선제공격으로 무력화한다는 개념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국군의 군사전략을 공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군 내부의 주장이 공개 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북한의 핵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현재 군 내부의 분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논문을 발표한 두 사람은 현역 군인 신분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공군본부가 후원했으며, 김성일 공군참모총장도 참석했다. 발제자 중 한 사람인 권재상 교수는 공군참모총장 정책보좌관 출신의 전략 전문가다.
이런 전략은 미국의 ‘예방적 선제공격론’과는 그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박 교수는 “예방적 선제공격이 핵무기 제조에 따른 위협 예방을 위해 영변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이라면, 공세전략은 핵무기 사용의 구체적 징후가 포착될 경우 무력화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예방적 공격은 적 공격의 ‘불가피성’을, 선제적 공격은 적 공격의 ‘임박성’을 선결 요건으로 하지만, 9·11테러 이후 두 개념의 차이가 모호해지면서 ‘예방적 선제공격’이 미국의 군사전략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이런 주장은 또 재래식 전력과 지상군 위주로 짜인 기존 한미연합사 체제의 ‘억제실패 때 격퇴’ 전략에 대한 문제제기의 성격이 짙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선 한국군이 지상군 중심의 전력을 맡고, 미군이 정보전력을 비롯한 공군력과 해군력을 주도한다. 또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핵 억제력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한다.
이런 분담체제에선 한국군 단독으론 북한의 핵사용 징후 포착 자체가 어렵고, 설령 이를 포착한다고 해도 독자적 선제공격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권 교수 등은 “한국형 전쟁방식을 개발해야만 자주적 방위론, 즉 전시작전권의 행사가 가능하다”며 “독자적인 정보능력과 자의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구 없이는 공세작전의 구사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6S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