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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한국결정 두고보겠다" 고강도 압박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한국정부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지속방침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도높은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하며 강한 압박에 나섰다.
라이스 장관은 17일부터 시작되는 동아시아 순방에 앞서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을 계속한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한 질문에 “한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과 활동 전반을 평가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온 만큼, 우리는 그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볼 것”이라며 “그 결정의 많은 부분이 북한의 행동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suspect)”고 말했다.
이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사업에 대해 미 고위 관리가 가장 강도높게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라이스 장관은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도 전혀 없이 “한국의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직설적으로 압박했다.
‘북한의 행동’이란 사실상 핵개발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확산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돼 라이스 장관의 발언에는 남북경협사업이 사실상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돕는 결과가 된다는 미국정부의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라이스 장관이 오는 19일 한국방문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중단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같은 강경 발언은 정부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지속방침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다 여권 일부에서는 오히려 ‘북핵 미국책임론’을 주장하며 금강산 관광 과 개성공단 방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강한 불만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미국은 투명성 문제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안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지속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최선의 경우는 단기적인 인도적 지원보다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길이 있음을 북한 체제가 깨닫는 것”이라고도 했다.
▲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워싱턴의 미 국무부에서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 순방길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이 회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한다는 한국 정부 방침에 대한 질문에 "한국이 북한과의 활동 전반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볼 것"이라면서 "그 활동의 많은 부분이 북한이 하는 일(핵개발 등)과 관계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AP 연합
유엔 안보리의 봉쇄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최악의 겨울’을 맞을 것이란 국제적인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북한의 핵포기 라는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이마저도 감수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라이스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행동은 동북아지역 주요 국가들에게 우리가 공유하는 전략이해를 분명히 보여줬다”며 “각국은 우리의 공통 안보의 혜택(benefits) 뿐 아니라 부담(burdens)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등에 의한 군사적 조치 계획에 대해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인 조치들을 얘기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광범위한 방위 협의의 맥락에서 안보환경에 일어난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고 말해 유사시 대책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중단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참여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자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던 정부는 지난 16일에는 “정부 입장은 지금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달라진다 아니다 그렇게 얘기할 수 없다”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남북경협사업 유지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어 최악의 경우 이를 둘러싼 한미갈등이 재연될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부터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라이스 장관은 18일 일본 방문에 이어 19일에는 한국을 방문해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뒤 중국을 방문, 안보리 대북 결의안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은 라이스 장관의 기자회견 요지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에 대해 전례없는 제재결의를 채택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본과 중국, 한국, 러시아 방문을 통해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이번 순방의 목표는 포괄적 전략에 대한 동북아 지역 우방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첫째, 우리는 지역내 전략적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명백히 밝혔듯이 미국은 한국과 일본 같은 동맹들에 대해 전면적인 안보와 방위 공약을 이행할 의지와 능력 있다. 이번 여행은 이같은 우리의 상호 의무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북아 주요 국가들에게 북한의 행동은 우리가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음을 분명히해줬다. 이같은 이해관계 증진을 위해 지역 내 모든 나라들은 집단 안보체제의 혜택은 물론 부담도 나눠야 한다.
둘째, 국제사회를 조롱한 북한이 무기나 미사일 부품 등을 다른 나라들과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모든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내용을 전면적으로 이행하길 기대하고, 안보리가 그 과정을 적극 감시하길 기대한다.
셋째, 미국과 우방들은 북한의 모든 불법, 확산 활동에 대한 방어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안보리 결의는 회원국들이 북한이 확산 관련 물질들을 수입하거나 수출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국제적 기준을 마련했다. 미국은 이를 위해 확산방지구상(PSI)을 통한 국제적 협력을 계속 확대할 것이며,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 물질의 국제적 밀거래 저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밝혔듯이 북한이 다른 나라나 단체에 핵무기나 물질을 이전하는건 미국에 대한 중대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며, 북한에 그런 행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이번 순방에서 그같은 위험물질들의 적발과 탐지를 위한 구체적인 수단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넷째, 비확산체제에 대한 최대 위협은 북한이나 이란 같이 핵비확산조약(NPT)의 의무를 위반하는 나라들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적인 비확산체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진력할 것이다.
다섯째, 우리는 북한에 6자회담을 통한 긍정적인 길이 여전히 열려있음을 상기시킨다. 북한은 비핵화선언과 북핵 공동성명을 준수해야 한다. 만일 북한이 진로를 바꿔 협력의 길로 들어서, 핵무기를 전면 폐기하는 전략적 선택을 내린다면 북한과 그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보다 나은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 제재 이행을 위해 이제까지 미국이 취한 조치는 무엇인가. 한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불만스럽지 않은가.
-- 안보리 결의는 겨우 이틀전 통과됐고 이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미국은 모든 당사국들과 (제재 이행과 관련해) 충분한 협의를 희망한다. 우리는 분명하고 강력한 안보리 결의를 마련했다. 한국 등 일부 국가들이 제재 이행을 꺼린다는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이행하고자 하는 이 지역 국가들의 자연스런 우려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한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의 강력한 반응이 있었다고 본다.
▲ 중국측과 선박검색이나 PSI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가. 중국측의 이해를 구할 계획은.
-- 중국이 이행하지 않을 결의에 찬성했으리라고는 보지 않으며, 그들의 의무를 외면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는다. 각국은 긴장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우리는 긴장을 높일 의사가 전혀 없다. 우리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수단을 현명하게 사용할 것이며, 구체적인 이행방안에 대해 더 많은 논의를 할 것이다.
▲ 2차 핵실험 우려는...
-- 주시하며 당사국들과 이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 북한이 고립을 더욱 심화시킬 그런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기 바란다.
▲ 주한 미군이나 주일 미군 등의 군사 관련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가.
-- 아니다. 일본 및 한국과 방위협력협정에 따른 통상적인 협의를 하고 있다. 북한이 새로운 위협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미국의 우방들에 대한 방위공약은 확고하다. 현재의 초기 단계에서 구체적인 조치들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다 넓은 방위 협의에서는 당연히 안보환경의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
▲ 대북 제재의 목표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포기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대북 억지관계를 구축하려는데 있는가. 추가 실험 제지방안은.
-- 북핵 프로그램의 폐기라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6자회담은 이의 이행을 위한 유일한 방안이다.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한 일부 국가들처럼 이를 선택하길 바란다.
▲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내 인도적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가. 한국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인가.
-- 한국이 대북 활동 전반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것이다. 그런 결정의 많은 부분은 북한의 행동과 관련이 있지 않나 본다. 한국이 모든 대북 활동을 재평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볼 것이다. 미국은 투명성 문제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안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은 지속되길 바란다. 이미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당한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고난을 당하는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최선의 경우는 단기적인 인도적 지원보다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더 나은 길이 있음을 북한 체제가 깨닫는 것이다.
강영수 기자 nomad9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