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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北, 무역박람회서 처량한 ‘약장사’ 신세
약, 화장품, 고추장, 참기름 선보여
[2006-09-03 19:20]
9월 2일 개막된 지린동북아투자박람회에서 북한은 총 36개의 부스를 설치했다. ⓒ데일리NK
9월 2일 지린(吉林)성 장춘(長春)에서 개막된 제2회 중국지린•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서 북한은 100여 명의 경제무역단을 파견, 총 36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제품홍보 및 무역상담을 시작했다.
북한은 조선국제전람사 총사장 김동명을 단장으로 무역성 제2국장 전형정, 조선상회의소 비서처장 윤영석, 조선만년보건총회사 리용을 등으로 대표부를 결성하고, 각 부스에 배치된 실무자 100여 명 외에 30여 명의 중국 대학생들을 통역 도우미로 배치했다.
‘나무 밥주걱’과 ‘말린 고사리’가 웬말?
자동차, 전기∙전자∙통신, 석유화학, 금속기계, 건축자재, 의료기계 및 식품 등의 주제로 분류된 박람회 전시장에서 북한은 ‘식품관’에만 32개의 부스가 집중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건축자재 전시구역에 자리한 '조선청진금속합작회사'는 관람객 출입이 시작된 이후에도 부스 전시를 시작하지 못해 주최측을 당황케 만들었다. 옆 자리의 '조선자강도 무역관리국 인풍 무역회사'는 ‘건축자재’와 상관이 없는 나무 밥주걱, 나무 젓가락, 말린 고사리 등을 진열해 지나가던 관람객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식품관’에 집중된 북한 부스들은 건강식품 및 의약품에 대한 소매판매에 주력했다. 각 부스에는 Y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의 지도원 1~2명, 한복차림의 여성 판매원 1~2명, 주최측에서 배치한 중국어 통역 도우미 1명이 상주했다.
지도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은 관람객들의 제품문의를 직접 상대하지 않고 뒷자리에 물러앉아 여성 판매원이나 통영 도우미들을 감독하는 풍경이었다. 통역 도우미들은 모두 중국 대학생들이었으나 일부는 영어나 한국어가 서툴러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제품설명에 애를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건축자재관에 홍보관을 배당받은 조선청진금속합작회사는 텅빈 부스로 관람객을 맞이했다. ⓒ데일리NK
검증 안된 의약품만 가득,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조선만수대창작사 해외개발회사, 조선민예연합상사, 조선수양사 무역총회사 등 북한의 그림, 자기, 수예품을 판매하는 부스를 제외하면 ‘건강식품’이나 ‘의약품’을 판매하는 부스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평양무역공사 토성고려약수출품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토성1호 주사약’은 이 시대 최고의 만병통치약’으로써, 이 주사약은 각종 암, 백혈병, 당뇨병, 결핵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관람객의 시선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1천 개를 주문한다면 단둥까지 배송해주는 데 몇일이나 걸리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 자리에서 정확히 답변하긴 어렵다”며 “그러나 대량생산에 필요한 설비를 제공해준다면 석 달 내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기자가 만나본 북한 판매원들의 대부분은 진열 상품의 개 당 가격만 알고 있을 뿐, 1천개 이상 대량 주문에 대한 단가와 납품기한, 북한 보건성이 입증하는 ‘임상효과’나 ‘의약품 허가 증명’ 등에 대한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못했다.
그러나 “신약품 개발에 성공했으나 경제적인 여건이 받쳐주지 않아, 아직까지 대량생산 설비는 갖추지 못하고 있지만 약효의 성분만은 세계최고 기술로 담보하고 있다”고 호소하는 모습은 북한의 부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북한 판매원들이 주장하는 ‘신기술 특효약’으로는 '조선동방즉효성약물쎈터'에서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네오비아그라-Y.R.’, '조선부강제약회사'의 조류독감 치료제 ‘금당-2주사약’, '고려명승건강식료제약'의 무병장수식품 ‘안궁우황안’ 등이 선을 보였다.
한편, 추최측의 발표에 따르면 <제2회 중국지린•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북한 등 동북아 국가들과 전세계 46개 국가에서 4만여 명이 참가했으며, 세계 500대 기업 중 71개 기업이 홍보관을 설치하는 등 총 2200개의 부스가 설치됐다.
중국 장춘(長春) = 김영진 특파원kyj@dailynk.com
▲ 한국 기업들의 홍보부스를 돌아보고 있는 조선무역단 간부들의 모습 ⓒ데일리NK
▲ 북한 무역단이 전시한 의약품의 모습. '불로장생술'은 제3세대 항생제로 홍보되고 있다. ⓒ데일리NK
▲ 고려명승건강식료제약에서 홍보하고 있는 고혈압 치료제와 가공인삼 제품들 ⓒ데일리NK
▲ 평양무역총회사에서 설치한 부스에서는 북한에서 파견된 판매원이 각종 술과 참기름을 판매하고 있다. ⓒ데일리NK
▲ 부스에 쪼그리고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고 있는 북한 판매원들의 모습. ⓒ데일리NK
▲ 승리무역회사의 판매원이 관람객에게 북한산 한복과 수예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NK
▲ 조선능라도무역총회사는 북한산 여성용 화장품과 고추장, 된장을 판매하고 있다. ⓒ데일리NK
▲ 조선민예연합상사의 판매원이 방문객에 전시물을 홍보하고 있다. 조선민예연합상사는 개장후 3시간동안 1천달러짜리 작품 4개를 예약받는등 북한 무역단의 부스 중에 가장 높은 인기를 모았다. ⓒ데일리NK
▲ 만수대창작사는 <조선만수대 해외개발회사>라는 해외판매 회사를 통해 자체제작된 예술품을 판매하고 있다. ⓒ데일리NK
▲ 북한에서는 하나님을 믿는 주민들에게는 최고 총살형까지 내려지지만 '외화벌이'를 위해서라면 종교적 작품을 보고 그리는데 아무런 제재가 없다. 수예작업으로 제작된 '최후의 만찬'의 가격은 1점당 1천달러라고 판매원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NK
▲ 조류독감도 막을 수 있다는 조선부강제약회사의 '금당-2주사약' 홍보포스터 ⓒ데일리NK
▲ 텅빈 부스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저작물이 전시되어 있다. ⓒ데일리NK
▲ 북한관계자가 피곤한듯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