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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뒤집힐 판인데 집에 앉아 있겠나”
‘작통권 단독행사 반대’ 서울역 집회 표정
행사 3시간전부터 인파… 광장 빼곡히 메워
60代 예비역 “마지막 전투라 생각 군복입어”
-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란
한낮의 폭염(暴炎)이 30도를 넘어 아스팔트마저 뜨끈뜨근한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는 군복 차림의 ‘녹색 물결’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낮 12시를 넘어 서서히 모이기 시작한 ‘예비역’들이 오후 3시쯤 2만여 명에 달했다. 한 참가자는 “서울역 광장이 이렇게 좁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지만 광장에는 희끗희끗한 머리의 중년 남성들이 흔드는 태극기가 물결쳤다.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획책, 한·미동맹 파괴 공작 저지 국민대회’. 이날 행사에는 대한민국성우회, 국민행동본부, 육군·해군·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 ROTC중앙회, 갑종장교단중앙회 등 173개 단체가 총출동했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전시(戰時) 작전통제권을 환수한다는 결정은 지극히 감정적이고 피상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70~80살 먹은 노인들이 이 불볕 더위에서 목놓아 외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을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성은(金聖恩) 전 장관 등 9명의 전직 국방장관들도 참석했다. 이종구(李鍾九) 전 장관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 지금 흔들지 말아야 할 나무의 뿌리를 (이 정권이)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은 전 장관은 “전시 작전통제권 없이 미군이 우리나라에 주둔할 리 없다”며 “결국 이는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는 음모”라고 주장했다.
정래혁(丁來赫) 전 장관은 “전시 작통권 환수에 따른 안보 공백을 생각하면 밤에도 두려워 잠이 오지 않는다”며 “북측 정권의 실상을 모르고,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놓여있는지 모르는 자들이 탁상공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옥 범국민수호연대 여성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어머니 중 한 사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나라의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 한 나라를 지키는 울타리를 스스로 내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명호 나라사랑 어머니연합 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연합사를 해체하고 싶다면 반드시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를 제2의 탄핵으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탄핵 탄핵’의 외침이 퍼졌다.
행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인 오후 2시30분 광장은 서울역 구관이 있는 북쪽 끝에서 KTX민자 역사가 있는 남쪽 끝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6·25전쟁의 영웅인 백선엽(白善燁) 예비역 대장도 86세의 노구를 이끌고 현장에 나왔다. 여기저기서 노병들이 그를 알아보고 “와! 백선엽 장군이다” “백 장군 만세!” “백 장군님 반갑습니다”며 인사를 건넸다. 백 장군은 그러나 쏟아지는 주변의 질문에도 아무 대꾸 없이 단상 쪽만 바라봤다. 한 성우회 회원은 “백 장군께서는 오늘의 행사가 열려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눈치”라고 말했다. 예비역들과 참가 시민들은 오후 6시쯤 남대문을 거쳐 시청으로 ‘조국 수호’를 알리기 위한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로 모금함이 분주하게 오간다. “한·미동맹을 지키기 위한 모금함입니다. 조금씩만 정성을 보여주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여기저기서 주름진 손들이 몰려들어 지폐를 쏟아 넣었다.
작통권 조기환수를 주장하는 이들도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과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반미 반전 미군 철수 연대회의’ 등 단체 회원 70여 명은 “작통권은 어떤 전제조건 없이 우리 정부에 즉각 환수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이 한미동맹 균열과 안보 불안을 운운하며 위기를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가 주관한 ‘한미동맹 파괴공작 저지대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단체 회원 2만여 명은 “한미동맹 파괴공작 중단하라” “한미연합사 해체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승훈 인턴기자
서울역 집회 참가 단체
갑종장교단중앙회, 갑종동기회, 국민행동본부, 경우회, 경죽회, 고엽제전우회, 공군사관학교총동창회, 공군참전군인회, 공군참전유공자회, 공우회, 구국결사대, 구포초등동기회, 국가를 위한 기도모임, 금양회, 기갑장교 친목회, 기독장교팔복회, KLO8240부대전우회총연합회, 나라사랑어머니연합, 남원윤씨판관공은파, 납북자가족협의회, 농어민빈곤극복연대, 다부동전투구국용사회, 단기사관총문회, 대구삼진회, 대구성지회, 대구시수성구동애향단회, 대한민국건국회, 대한민국공군전우회(보라매회), 대한민국성우회, 대한민국육군종합학교전우회, 대한민국 6·25참전유공자회, 대한민국참전경찰유공자회, 대한민국포병전우회, 대한민국특전동지회, 대한민국학도의용군회, 대한민국해군동지회, 대한민국해군ocs장교중앙회, 대한전상퇴역장교회, 대한호국무공수훈자회, 미수회, 무술지도사범전역군인회, 밝고힘찬나라운동본부, 백마고지참전전우회, 백골전우회, 베트남참전유공전우회, 병기동우회, 부경회, 부관동우회, 부산교우삼오회, 부산6.25참전유공전우회, 부산시월남참전유공전우회, 북한구원운동, 북한민주화협의회, 불암회, 대한궁도협회, 삼목회, 상전친목회, 성균관대ROTC 동기회, 송백회, 실향민중앙협의회, 수송동우회, ROTC중앙회, 영도유격부대전우회, 영록회, 영천대첩참전전우회, 50 동우회, 53 동우회, 월남참전전상마산동지회, UDT/SEAL전우회, UDU동지회, 6·25참전강화청소년유격동지회, 6.25참전동우연합회, 육군사관학교총동창회, 육군사관학교참모모임, 6.25참전유공자회, 육·해·공군 예비역대령연합회, 육군예비사관총동문회, 육군종합학교전우회, 육군항공협회, 육본직할백골병단기념사업회, 의송회, 의우회, 의정동우회, 이칠회, 인터넷독립신문, 일지매, 일진회, 자공회, 자유민주민족회의, 자유북한방송, 자유수호국민운동, 재경안의387동문회, 전국대공동지총연합, 정보동우회, 재향여성군인협의회, 중우회, 정훈동우회, 제주도군퇴역연금전우회, 진백회, 참전전우회, 창군동우회, 창원중등선임교장협의회, 천년회, 청조회, 초우회, 충호회, 탈북자동지회, 태원예능, 태평양시대위원회, 통신병과동우회, 평생반공평생봉사동지회, 평창회, 학사장교총동문회, 한국근우회, 한국기독교신도연맹, 한국노동협회, 한국발전연구원, 한국성씨총연합회, 한국유격군전우회총연합회, 향군합주단친목회, 헌우중앙회, 해군동지중앙회, 해군사관학교총동창회, 해병대전우구국결사대, 해병대전우회중앙회, 해병대하사관동우회, 해병학교동기회, 향군합주단친목회 헌우중앙회, 호국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호국6.25전상동지회, 호림유격전우회, 화학병과 예비역 동우회, 황성회 대전지회, 황해도송화풍회면부녀회, 황해도수우회, 황해도장연군 대구면민회
정철환기자 plomat@chosun.com
송혜진기자 enavel@chosun.com
입력 : 2006.08.12 00:04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