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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는 대미의존 감추려는 제스처”
마크 셀던 미 코넬대 교수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일본의 대미 의존을 감추기 위한 제스처”라고 비난했다. 김정안 기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는 일본의 구조적인 대미 의존과 유약함을 감추기 위한 제스처입니다.”
21일 열린 국제 심포지엄 ‘세계의 눈으로 야스쿠니를 본다-문명과 야만의 사이’에서 ‘야스쿠니 문제와 미국’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마크 셀던 미 코넬대 교수의 설명이다.
심포지엄이 열린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 국제회의장에서 셀던 교수를 만났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 앞에서 ‘당신이 필요해요,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노래를 열창한 장면에 대한 의견을 기자에게 물었다.
“위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고 말하자, 그는 이 장면에 숨겨진 의미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일본은 베트남전쟁부터 이라크전쟁까지 미국의 모든 외교 군사 정책을 지지하며 대미 의존도를 높여 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자국의 군사력 강화도 함께 이뤄졌죠. 이 같은 구조적인 의존을 감추기 위해 필요한 것이 민족주의입니다.”
야스쿠니신사야말로 이런 연극과 이벤트를 위한 ‘주 무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곳에 가면 과거 일본의 전쟁범죄,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 생체실험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습니다. 아시아를 서방 제국으로부터 해방시키려 했다는 식의, 일본을 미화하는 메시지만 가득합니다.”
야스쿠니신사는 식민주의와 전쟁이 남긴 상처와 책임으로부터 일본을 보호하는 ‘상징’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셀던 교수는 최근 일본의 군사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를 두 가지 꼽았다. 첫째는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인도양과 페르시아 만에 영구 주둔하기로 한 것. 둘째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 국가(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점.
“일본의 수입 원유 중 90%가 생산되는 걸프 만에 자위대가 주둔하기로 한 것은 일본 해군이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국제적인 위치를 확보하려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이 언급한 선제공격 가능성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죠.” 이번 심포지엄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와 동아시아의 평화·인권국제학술회의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