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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는 공방 속에 싹 트는 ´합종연횡(?)´
한나라당 대표 후보 8인 첫 TV 토론회 개최
´범우파 연합론´ ´개헌 논의´ 등 입장 엇갈려
2006-07-03 19:06:45
한나라당 7.11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8명의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일 오후 MBC 주관으로 열린 첫 TV토론회를 통해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권영세 정형근 이재오 강재섭 전여옥 이방호 강창희 이규택(이상 기호 순)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2007년 정권 창출을 위한 저마다의 대선 필승 전략과 당 쇄신 방안 등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표심 사냥’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재섭, 이재오 후보와 당내 소장‧개혁파 ‘미래모임’의 단일 후보인 권영세 후보, 그리고 유일한 여성 출전자로서 이미 최고위원 진입이 확보돼 있는 전여옥 후보에게 질문 공세가 집중됐다. 권 후보와 전 후보는 언론 등에 의해 3~4위권 진입이 점쳐지고 있다.
◇ 3일 오후 MBC 초청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8명의 후보들. 왼쪽부터 권영세 강창희 전여옥 강재섭 이방호 이규택 이재오 정형근 후보. ⓒ 뉴시스
´충청‧호남권 연대´ ´범우파 연합론´에 후보 간 입장차 현저
이들은 “첫 TV토론회인 만큼 ‘탐색전’에 그칠 것”이라는 당초 주변의 예상을 깨고 당 내외 주요 현안 등에 대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특히 ‘충청-호남과의 연대’ 또는 ‘범우파 연합론’을 놓고는 후보자 간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경기도 대표 주자를 자임하고 있는 이규택 후보는 “충청‧호남권을 아우르자는 범우파 연합 발상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전국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 또 다른 편 가르기나 지역주의가 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권영세 후보도 “지향하는 바가 같은 세력끼리 함께 가는 것은 맞지만 진정성이 없다면 정치공학적인 야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전여옥 후보는 “충청‧호남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다른 세력과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며 “‘뉴라이트’ ‘올드 라이트’를 넘어 ‘올 라이트’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강재섭 후보는 “‘범우파 연합’이라는 말은 이념적 콤플렉스가 담겨 있어 부적절하다”면서 “국가 선진화를 위해 노무현 정권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이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 하반기 정치권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는 ‘개헌 논의’과 관련해서도 각 후보들은 적지 않은 입장 차이를 나타냈다.
강재섭 후보와 함께 ‘개헌 반대’ 의사를 밝힌 이재오 후보는 “현 정권 하에서의 개헌 논의는 국정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며 “다음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 사항으로 내놓고 국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강창희 후보는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만 논의 시기는 다음 정권에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방호 후보는 “국회의원 임기 5년과의 조정만 가능하다면 현 정권 하에서도 4년 중임제 개헌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개헌 논의´ ´대선후보 선출 시기 조정´도 찬반 의견 분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등 당내 유력 대선 주자의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대선 후보 선출 시기 조정과 관련해서는 정형근, 이방호 후보가 연기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 후보는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대선일 3개월 전까지로 늦춰야 한다”며 대선 후보 조기 선출에 따른 당의 ‘에너지 저하’를 우려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 당헌‧당규 팀장으로서 관련 개정 작업에 참여한 권영세 후보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하자가 없는 분을 대선 후보로 선정해야 한다”며 대선일 6개월 전 후보를 선출토록 한 현행 당헌‧당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날 5선의 강재섭 후보와 3선의 이재오 후보는 “다선(多選)의 경륜을 바탕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어 대선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한 반면, 재선의 권영세, 초선의 전여옥 후보는 "당의 진정한 변화를 위한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대표 임기 문제와 관련해 이규택 후보는 “이번에 선출되는 대표는 관리형 당 대표인 만큼, 제18대 국회의원 공천권까지 행사하겠다는 것은 안 될 말”이라며 자신이 대표가 되면 내년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차점자에게 대표직을 넘겨줘 당의 화합을 이끌겠다고 ‘공약’했다.
강창희 후보도 “이번 대표의 생명은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소멸된다”면서 “집권하면 대통령에게 권한을 줘야 하고 실패하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대선주자 대리전´ ´후보 간 합종연횡´ 상황도 종종 연출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간 언론의 예측과 같이 유력 대선 주자간 대리전이나 후보간 합종연횡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황도 종종 연출됐다.
대표적인 ‘친박(親朴‧친 박근혜)’ 계열 인사로 꼽히는 전여옥 후보는 ‘친이(親李‧친 이명박)’로 간주되는 이재오 후보를 향해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실패한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어떻게 많은 일 하겠냐” “박근혜 전 대표와 임기를 같이 하겠다고 하다가 말을 바꿨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충청권 대표 주자’를 자임하는 강창희 후보도 이 후보가 ‘행정도시 폐지’ 법률안을 제출한 점을 들어 공격에 가담했다. 강창희 후보는 출마 선언 직후부터 강재섭 후보와의 이른바 ‘강-강(姜-姜)’ 연대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지난 1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재오 후보와 ‘동반 출전’해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방호 후보는 강재섭-강창희 두 후보를 겨냥해 “시대정신에 맞춰 미래로 나가자는 얘기를 하는 시점에서 제5공화국 당시 민정계 주요 인물이 당 대표를 맡는 게 적절하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재오 후보는 “지난 6개월간 원내대표로서 박 전 대표와 함께 활동하며 그의 애국심에 감동받았다”며 ´반박(反朴)´성향으로 평가되는 것과는 달리 박 전 대표에 대해 ‘후한’ 평가를 내렸다.
강재섭 후보 또한 “박 전 대표가 국가보안법과 사학법에 대해 잘 대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재오 후보는 서울 등 수도권 표의 연대가 가능한 권영세 후보를 향해서는 “후보로 나온 것 자체가 당의 희망”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 8명의 한나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은 4일 오전 서울 잠실 역도경기장에서 열리는 후보자 합동 연설회에 참석한 뒤, 오후에는 SBS가 주관하는 두 번째 TV토론회에 출연할 예정이다.
[장용석 기자]